줄어드는 여성노동자 보금자리 

근로복지공단, 가산동 소재 구로직장여성아파트 일부 입주민 강제명도집행

시민단체,‘엄동설한 강제집행 인권유린, 대기자 많으면 임대주택 확대해야’



영하 13도의 강추위가 몰려 온 12월 16일, 근로복지공단이 가산동 소재 구로직장여성아파트 입주자들에 대해 강제명도조치에 나섰다가 입주자들과 민달팽이유니온ㆍ전국세입자협회ㆍ참여연대 등의 주거ㆍ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의 반발로 집행을 중단했다.

공단은 입주자들과 시민단체들의 저항으로 집행을 3월 29일까지 보류했고, 8명의 입주자들도 그 때까지 이사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엄동설한에 입주자들이 거리에 나앉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여성근로자들의 권익을 보장해야할 근로복지공단이 진행한 엄동설한 강제퇴거조치에 비판의 여론이 일고 있다.

공단 측이 강제조치로 통보한 16일 11시에 앞서 모인 시민단체는 “동절기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여성노동자들을 이 추위에 거리로 내몰려 했다는 반인권적 발상 자체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UN인권규약에서도 동절기 강제명도집행 중지를 권고하고 있고, 서울시도 관련 규정을 두고 실천하고 있다”고 공단 측을 규탄했다.

강제 조치의 배경은 공단 측이 2011년 아파트 운영규정에서 임대기간을 ‘자립이 가능할 때까지’에서 ‘2년, 1회 연장’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공단은 입주자 중 7~18년이 된 10명에 대해 2012년 ‘임대기간 요건을 위반했다’며 명도소송을 내 대법원에서 승소 했고 이를 바탕으로 “입주기간 4년이 넘었고, 대기자가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법원 판단의 요지는 여성임대아파트를 주거시설이 아닌 복지시설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서도  강력한 반론이 이어졌다. 최창우 세입자협회 공동대표는 “사람에게 있어 보금자리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주거권은 정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보금자리를 파괴하는 것은 인간을 파괴하고 인권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대법원이 헌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고, 힘없고 집 없는 사람을 쫓아내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재개발 지역에 짓는 공공아파트도 임대기간이 10년이다. 그것도 이제 20년으로 연장하고 있다. 왜냐면 사람을 쫓아내는 것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임대 주택은 30년이다. 50년 임대주택도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 때 120만 공공임대주택 공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지키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영구임대주택이 19만호고, 대기자는 5만 명이다. 자격조건으로 신청하지 못한 사람까지 하면 더 많은 대기자가 있다. 그럼 이분들에게 대기자가 많다고 다 쫓아낼 것이냐?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정호진 정의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이 아파트의 관리를 위탁받은 곳은 주택관리공단이다. 주택관리공단은 임대주택을 위탁 관리하는 공공기관이다. 도대체 이곳의 아파트가 아파트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더불어 “여성근로자들이 평생 머물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립할 수 있는 기간 동안만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 어려운 분들을 거리로 내쫓으면 단순 주거권을 뺏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입주자 A씨는 대표 발언을 통해 “공단은 1인 1실 운영규정을 내세워 입주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복지를 원하는 것인지 입주자를 내쫓고 개발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우리도 자립해서 나가고 싶어 열심히 일했지만 그럴 형편이 안 돼 쫓겨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직장여성아파트는 근로복지공단이 1988년부터 전국6곳(구로(현 금천), 부천, 인천, 대구, 부산, 춘천)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설로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무주택 여성근로자를 우선순위로 받는다. 입주자들은 애초 한 가구에 3명씩 거주하던 것을 2명, 1명으로 줄이면서 매각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구로여성임대아파트는 총 100세대로 방이 2개(큰방, 작은방)다. 큰방에 2명, 작은 방에 1명이 거주해오다 큰방 1명, 작은방 1명으로 입주인원을 축소했고, 현재는 1세대당 1명만 입주계약을 맺고 있다고 입주자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2011년 4월 7일 연합뉴스 ‘근로여성임대아파트 입주인원 무단축소 적발’이라는 기사에 따르면, 감사원이 7일 밝힌 자료에 근로복지공단이 2004년 12월 인천, 춘천, 대구, 부산 4개 지역 아파트의 가구당 입주 인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도록 하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았고, 구로와 부천은 이런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공단 측은 복지예산과 효율성 난제의 이유로 매각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2004년 즈음은 근로복지공단이 전국 6개 여성임대아파트의 매각을 추진하던 시기다. 

근로복지공단은 2005년부터 매각방침을 정하고 2011년까지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2008년 이후 신규입주를 받지 않았다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2010년 7월 다시 입주신청을 받았다.

G밸리 산업단지가 다시 부흥의 길을 걷고 있지만 노동자 복지시설 중 하나인 주거복지시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도 과거 근로복지공단과 비슷한 ‘초원아파트’를 가산디지털단지 역 부근에서 운영해왔다. 하지만 초원아파트는 2006년 12월 ‘서울디지털드림타운’이라는 오피스텔로 재건축됐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현재 가장 작은 11평형(실5.1평)의 경우 보증금 700만 원, 월세 28만 원이며, 입주 대상도 단지 내 입주업체 또는 근로자로 되어 있다. 

또 서울시가 1986년부터 운영해온 광명시 소재 서울시립 미혼여성근로자 임대아파트도 지난 2013년 11월 철거를 결정했다. 이 아파트는 원래 1980년대 구로공단 미성년 여성근로자들을 위해 지어진 후 최근에는 미혼여성을 위한 임대아파트로 이용되었다.

서울시는 2014년 말 또는 늦어도 2015년까지 800여 명의 거주자가 퇴거하는 대로 아파트를 철거하고 아파트 터(시가 3000억 원 상당)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에 거주자들은 항의했고 서울시는 구로구와 금천구 소재 G밸리에 남녀 청년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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