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실, 다시 설계하자
얼굴 옆 여성용품 수거함 설치해 냄새나, 비좁은 화장실은 움직이기도 어려워
요즘 신축되는 대형 건물이나 공공건물에는 쓰레기통 없는 화장실으로 만든다. 수용성 화장지를 사용해 쓴 휴지를 변기에 바로 버리도록 되어 있어 남자 화장실에는 쓰레기통이 없고 여자화장실에는 여성위생용품(생리대) 수거함이 별로도 달려있다.
그런데 수거함이 사용자의 얼굴 높이에 설치되어 있어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과 소지품을 놓을 수 있는 간이용 선반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쓰레기통은 대부분 바닥에 놓는 경우가 많은데 위생용품 수거함은 뒷 벽면 또는 옆 벽면의 눈높이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변기에 앉게 되면 얼굴 바로 옆에 수거함이 위치해 있다. 이런 화장실을이용하는 이용자는 악취로 인해 이용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폐생리대는 단순 쓰레기가 아니라 다량의 혈액이 뭍어나고 그로 인해 세균이 급속하게 증식해 악취가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여성용품 수거함 설치를 대부분 남성들이 공사를 해서일지 몰라도 일률적으로 사람 코 앞에 설치되어 있다.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치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지적하며 수거함 위치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여성인 본 기자 역시 모 지하철 역 화장실에서 수거함의 뚜껑이 파손된 상태에서 악취가 올라와 곤욕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다른 여성 이용자는 “일단 머리 근처는 냄새가 심하게 나고 뒷편에 있으면 몸을 틀어야 해서 불편하다. 휴지통을 놓는 위치인 앞쪽 아래부분에 부분에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위치를 아래쪽으로 바꾸려먼 수거함의 설계도 바뀌어야한다. 현재 수거함은 모델이 통일되어 있지 않지만 청소하는 사람들이 밑으로 내용물을 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 있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한 노동자는 “청소하는 입장에서 수거함의 밑을 열어야하기 때문에 너무 바닥쪽에 있으면 일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여성이용자는 “여자화장실의 칸이 좀 컸으면 좋겠다. 겨울에는 가방도 있고, 옷도 큰데 너무 좁아 움직이기조차 어렵다.”면서 화장실에 면적이 넓어야 된다고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화장실에 소형 선반이 필요하다. 여성의 특성상 소형소지품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여성용품을 교환할 때 작은 물건을 놓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사나 공공도서관에 설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은 화장실 문화개선에 대한 오랜 기간의 논의 끝에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되어 화장실의 기준을 만들었다. 여자화장실의 경우 생리대 등 여성용품 처리를 위하여 휴지통이 사라진 대신, 여성위생용품 수거함을 설치했다. 수거함 설치는 화장실 운영 주체에 따라 자율적으로 설치하고 청소주기를 정해 운영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금천구청 청사의 화장실은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상태다. 소형선반과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지만 수거함의 위치는 좀 더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금천구청 청사관리 담당자는 “처음 설치할 때 주변의 여성분들에게 위치에 대한 의견을 받아 위치를 선정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선반의 경우 “작년 시설관리공단과 본청에는 설치를 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설치하다보면 일부 빠진 곳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모든 시설은 설치자나 시공자가 아닌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야한다. 장애인에게는 장애인화장실이 필요하고 여성에겐 여성이 사용하기 편한 화장실이 필요하다.
취재 김봉정 기자
정리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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