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마을신문 2018. 3. 20. 15:18

[책] 오이대왕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 누나, 동생과 함께 사는 평범한 가정 볼프강네 집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밀가루 반죽으로 빚은 듯한 오이 모양을 한 괴 생명체는 뻔뻔하고 거만한 태도로 자기는 지하실에 살고 있는 쿠미-오리 2세 대왕이라고 소개한 후 신하들의 반란으로 내쫓김을 당했으니 정치적 망명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가족들은 모두 이 불청객을 탐탁찮게 생각하지만 웬일인지 아버지만큼은 오이대왕에게 호의적이다.

  볼프강네는 성실한 아버지와 가정적인 어머니, 다복한 세 아이와 할아버지가 함께 사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처럼 보였다 오이대왕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가족들은 엄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에 눌려 말하지 못한 비밀을 하나씩 숨기고 있다. 오이대왕은 자신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이 비밀들을 하나씩 수집하다 볼프강에게 들키게 되고, 비밀의 주인들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첫 번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오이대왕은 새로운 계획으로 자신의 새로운 왕궁을 세우려한다. 거짓과 회유로 아버지를 사로잡은 오이대왕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 불청객은 아버지를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아버지와 사이가 좋은 막내 닉을 제외하고는 가족 모두 이 오만한 불청객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마치 자신의 일부를 감싸듯이 오이대왕을 포용하고 심지어 자기 침대를 내어주며 대왕으로 깍듯이 받들며 수발을 든다. 한 침대에서 볼을 맞대고 사이좋게 오이대왕의 왕관을 부여잡고 자는 장면은 기이한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이 기이한 장면에서 아버지가 왜 오이대왕을 극진히 대하는지 알 것도 같다. 아버지는 왕관이 아닌 왕관이 갖는 절대적 권위를 부여잡은 듯이 보였다. 어쩌면 오이대왕은 아버지의 권위적인 사고와 엄격함이 극대화 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었을까? 

  어린 닉은 아무 거부감 없이 오이대왕에게 애정을 주고 순전한 마음으로 아버지도 사랑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오이대왕은 아버지와도 오이대왕 자신과도 가장 사이가 좋았던 막내 닉에 의해 쫓겨나게 된다. 가족 모두 오이대왕을 어떻게 쫓아내면 좋을까 결정하지 못하고 미뤄두고 있을 때 어린 닉은 너무도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하게 된다. 마치 아버지에게 붙어 있는 불필요한 것을 떼어 내듯이 망설임 없이 간단하다. 

 

“내 이야기가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늘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다.”

    -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이경선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