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기고/은행이의 책이야기

[책]사자가 작아졌어 ! -진정한 사과와 용서?!

금천마을신문 2018. 6. 12. 15:57

[책]사자가 작아졌어 ! -진정한 사과와 용서?!



“으악- 형아!! 흐아앙~” 다급한 절규에 이어 울음이 터져 나오는 동생. 

“그러니까 이런 걸 왜 여기다 놔둬?” 

급한 마음에 자기 잘못을 얼렁뚱땅 상대방 탓으로 돌리며 큰소리치는 형. 

동생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가장 아끼는 물건을 형이 냉장고 문을 열다가 밟아서 박살을 낸 것이었다. 파는 것이 아니니 똑같은 걸 사줄 수도 없고 만들어 주자니 재료 수급부터 만들기까지 동생 특유의 꼼꼼함을 따라갈 수가 없다. 늘 그렇듯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사과의 말, “미안~.” 말은 내뱉었으나 내가 봐도 참 형식적이고 영혼 없는 사과다. 동생이 화를 풀고 용서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미안하다’는 말 자체가 아니라 말을 하는 태도와 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에 달려있을 터.

 <사자가 작아졌어!>는 육식동물 사자와 초식동물 가젤이 등장하는 그림책이다. 평소처럼 점심을 배불리 먹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던 사자에게 갑자기 몸이 작아지는 일이 생겼다. 개울을 건너다 물에 빠진 사자를 구한 게 가젤이고, 가젤은 자기가 사자를 구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며 절망에 빠진다. 왜냐하면 사자가 어제 점심으로 먹은 것이 바로 가젤의 엄마였던 것. 엄마를 빼앗기고 점심도 저녁도 굶으며 엉엉 울었던 것을 떠올린 가젤은 사자를 당장 다시 물에 빠트려 버리겠다고 한다. 사자는 자기를 물에 빠뜨려도 달라지는 게 없다며 가젤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애를 쓰기 시작한다. 아프리카에 없는 꽃들을 따다 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가젤의 뿔에다 멋진 그림도 그려주고 빗으로 털을 가지런히 빗어주고 심지어 발도 닦아준다. 이 정도면 가젤의 마음이 풀렸을까? “다 소용없어. 그냥 우리 엄마를 돌려 달란 말이야!” 오히려 더 슬퍼진 가젤. 가슴이 막히고 숨쉬기도 힘들어하며 울기만 한다. 그걸 본 사자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꺼내는 말, “그럼..., 날 먹어.” 그러고는 작은 접시 위에 작은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다. 가젤은 어떻게 했을까? “이제 됐어, 아무것도 필요 없어. 풀만 먹는데 너를 어떻게 먹어? 나도 엄마가 다시는 못 돌아온다는 걸 알아, 그래서 슬픈 거야. 나는 죽을 때까지 엄마를 잊을 수 없으니까.” 똑같은 방법으로 되갚아 준다고 해서 마음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젤도 알고 있는 듯하다. 사자는 가젤의 눈물비를 맞으며 가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가젤처럼 다시는 엄마를 못 본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젤의 입장이 되어본 것이다. 그리고 가젤의 얼굴로 기어 올라가 눈물을 정성껏 닦아주고 콧등위에 엎드려 포근하게 안아주며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 “널 슬프게 해서 미안해.” 

오랫동안 가젤을 안아주고 싶었지만 사자는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순간 다시 커져버렸기 때문에. 그럼 결론적으로 사자의 사과가 가젤의 마음을 달래준 걸까? 가젤은 사자를 정말 용서한 걸까? 커져버린 사자와 가젤은 그 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책의 엔딩 장면을 보고는 씩 웃으며 책을 덮었다. 


그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 마음을 다해 함께 울며 안아줄 수 있는 것, 그것인가 보다. 진정한 사과란. 


“네가 먼저 그랬잖아!”

“아니거든!”

“형아가 그런 거 다 알아!”

“무슨 소리야!..”

평화로운 저녁이다 했건만 형제들의 티격태격 다툼소리가 또 들려온다. 사과하기와 용서하기의 타이밍이 온 것이다. 흑... 과연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진정성을 담은 사과와 용서의 시간이 될 것인가. 영혼이 담겨 있든 없든 ‘미안하다’는 말 자체도 꺼내지 못하는 어른들이 많은 걸 보면 아이들에게도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어쨌거나 내가 원하는 평화의 시간은 언제 오려나...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윤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