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바라보는 또하나의 렌즈 ‘신택리지’

서울시 신택리지 조사원 박수진, 남궁선, 강동호씨

독산3동 남문시장 인근에 가면 수상한 청년3인조를 만날 수 있다. 2~30대 남자 2명과 여자1명으로 구성된 이들 3인조 청년들은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길에서 만나는 사람을 붙잡고 무언 갈 물어보다가도 수첩에 또 무언가를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이 참으로 수상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중국인 먹자골목이다.


지난 1일 이 청년들을 만났다. 이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신택리지 조사원 이었던 것. 신택리지는 서울시가 지난 5월부터 265억원을 투입한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으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 청년들의 사회적 일경험, 도시콘텐츠 발굴이라는 일석삼조(一石三鳥)를 지향한 사업이다.


서울 신택리지 조사대상지는 금천구 독산3동을 비롯해 강북구 인수동, 도봉구 방학2동, 성북구 정릉 1,2동, 정릉3,4동, 양천구 목2동, 관악구 삼성동, 대학동, 강서구 방화동, 용산구 한남동, 해방촌, 서대문구 가재울마을, 은평구 산새마을, 산골마을, 영등포구 신길동 등 총 15곳에서 80여명의 신택리지 조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조사원들이 마을을 돌아보며, 그 공간을 일구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사·수집하여 발굴된 이야기는 마을의 자원으로 만든다. 조사원들이 3개월간 조사활동을 거처 발굴된 이야기는 출판과 전시를 통해 공유될 예정이다.


독산3동에 배치된 신택리지 조사원은 남궁선(25, 시흥4동)팀장과 강동호(39, 홍원2동) 조사원, 박수진(37, 노량진) 조사원이다.


강씨에 따르면 “각 마을마다 조사대상 및 주제를 각 팀들이 정해 마을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들을 조사한다”며 “우리가 독산3동에서 정한 조사 키워드는 ‘노동과 이주의 삶’”이라고 설명했다. 키워드를 그렇게 정한 이유에 대해 강씨는 “인터뷰를 하고 조사를 하러 동네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모두 그 이야기(노동)가 걸린다”고 답했다. “중년의 아줌마를 만나도 처녀시절 미싱 시다로 일했던 과거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이 지역은 의외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도 많아 결국은 이야기가 그쪽으로 흘러 간다”고. “그래서 ‘노동과 이주의 삶’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독산동이 영등포에 속해있던 시절부터 청운의 꿈을 가지고 상경한 노동자,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고 있는 독산3동의 역사와 현재의 삶과 주거에 대해 조사하고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최근 이들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곳이있다. 그곳은 연변처녀와 목포남자가 결혼하여 독산3동에 차린 ‘기쁨만두’집이다. 이들이 그곳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강씨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쁨만두집은 우리나라의 김밥천국과 같은 공간”이라며 “저렴한 가격으로 끼니를 때우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도 파는 가게로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그들에게 보다 가까이 가기 위해 정했다”고 말했다. 남궁 팀장은 “처음에는 이분들이 불법체류자들도 많다보니 꼬치꼬치 캐묻고 다니는 우리들을 보며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기 위해 위장한 사람들로 오인해 경계도 많이 했었”다며 “이들과 보다 친해지기 위해 기쁨만두집을 자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시흥4동에 살면서 금천고등학교를 나왔다는 남궁팀장은 “조선족 중국분들이 가산동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여기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조사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동네에 대해 보다 많이 알게 됐고, 이주노동자도 우리동네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조사원 활동 소감을 밝혔다.


강씨는 “사업기간이 짧아(약 3개월) 보다 깊이 마을의 역사를 알아내는 것에 무리가 있지만 조사원 개인 차원에서는 활동을 하면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조사원들도 벌써부터 본인들이 조사하는 동네뿐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며 “렌즈하나가 더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신택리지 팀과 이야기를 하면서 비록 자신들의 동네가 아닌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리마을을 탐색하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독산3동이 이들에게 제2의 우리마을로 자리 잡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독산3동을 어떤 렌즈로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 결과가 개대된다. 그 결과물은 오는 9월 5일부터 13일까지 시민청 B2F 이벤트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