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함께하는 마을탐방, 생산의 길을 가다

금천교육네트워크, 발로 쓰는 마을 교과서 만들 것

3월 7일 오후 2시 신흥초 강수미 교사 등 관내 초중고 교사와 김혜숙 숲지기강지기 대표 등 금천구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에 있는 ‘노동자 생활 체험관’ 2층 강당에 모였다. 오늘 자리는 금천교육네트워크에서 관내 교사들과 함께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워크샵’을 4차례 진행하고, 관내 교사와 단체회원들이 직접 금천구의 주요한 역사적 자산인 노동의 역사가 숨쉬고 있는 시설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체험관 2층에서는 구로공단(현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우리나라 산업을 일으켰던 70~80년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그곳에 있다.

오늘 마을투어 ‘생산의 길(노동의 길)을 인도하는 김유선(산아래문화학교대표)씨는 ’최근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구로공단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이야기가 돌 정도로 구로공단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소중한 자산이며 역사이다‘라며 말을 시작했다. 체험관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채 10분이 안되는 짧은 영상을 보고, 노동자생활체험관을 둘러봤다.

체험관 1층과 반지하에는 70~80년대 노동자들이 살았던 방한칸에 부엌하나, 공중화장실을 사용해야 했던 ‘벌방’들이 꾸며져 있다.  지금기준으로 보면 1명이 살기에도 좁은 공간이지만, 당시에는 보통 3~4명이 좁게 살았었다.

체험관 밖에는 70~80년대 풍의 동네 가게 ‘가리봉 상회’가 있다. 외벽에는 옛날 영화 포스터가 장식되 있고, 가게 안에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야자’와 뽑기, 장난감들이 전시되 있다. 평일에 방문하면 문화해설사가 체험관을 설명해 주며, 전시되있는 옛날 과자들을 직접 맛볼 수도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할 투어를 진행할 관점에서 노동자 체험관을 둘러보다 보니 허투루 지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생활체험관에서 프로그램이 상당히 지체되었다. 처음에는 2시간을 예상한 마을투어길 이었는데, 노동자 체험관에서만 한시간을 할애했다. 

다음으로 마리오 아울렛을 향해서 걸었다.

마리오아울렛 2관 옆에는 지식산업센터가 아닌 예전 공장건물(삼성화스나)이 있다. 그 안에는 택배업체와 식품회사 등이 입주해 있다.  마리오 3관 외벽에는 예전 구로디지털단지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몇몇 회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건물 앞에는 공장의 굴뚝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설치되 있다. 특별히 설명이 되있지 않다보니, 아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장면이다.

마리오아울렛 대각선 건너편에는 현대아울렛 매장이 들어서 있다. 현대아울렛 건물은 1985년 6월 22일 한국전쟁 이후 최초의 노동자 정치 총파업 ‘구로동맹파업’이 시작된 구 대우어패럴이 있었던 곳이다. 당시 임금인상투쟁을 앞두고, 갑작스레 김준용위원장과 강명자 사무장이 경찰에 구속이 되면서 공단의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벌였으며,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었다. 마리오아울레 건물도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효성물산이 있었던 자리이다.

마리오아울렛을 앞에서 W몰을 지나면, 왼쪽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는 구로여성노동자임대아파트가 있다. 구로공단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하던 공간이었다. 지금도 공단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구로여성근로자아파트를 지나면 왼쪽에 한국 세라믹연구소가 있다. 연구소는 지금 한창 이사를 하고 있다. 연구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50M터 가량 이동하면 삼거리가 나온다. 03번 마을버스가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왼쪽방향으로 직진을 하면, 오른쪽에 천주교 독산1동 성당이 있으며 그옆에 서강전문학교가 있다.

그곳에서 조금 더 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금천구 롯데마트에서 철길 방향으로 가다보면 만나는 길이다.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조금 낡은 건물에 주식회사 아름다운 사람(김창한 대표)이 있다. 이곳은 남성용 양복을 맞춤 가공하거나, 국내 굴지의 의류회사에 남성복 정장을 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회사이다.

‘주) 아름다운 사람’에는 현재 250명이 일하고 있으며, 그중 100명은 장애인 이라고 한다. 이곳은 처음부터 장애인 회사가 아니었다. 우연히 들어온 청각장애인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한명, 두명 장애인이 늘어나서 이제는 100명이 일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중심으로 별도로 라인을 운영하는게 아니라, 기존 라인에 투입되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보통 회사에서는 회사의 업무를 부문별로 외주업체를 통하다 보니, 한 회사에서 옷을 만드는 모든 공정을 다하는 곳이 드문데, 아름다운 사람은 모든 공정을 자체에서 하고 있으며, 그것도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점에서 모범적이다.

현재 ‘주)아름다운 사람’에서는 남성복의 모든 공정을 회사에서 하고 있으며, 라인별 작업공정을 통해 하루 500매를 생산할 수 있는 중견규모의 회사이다. 아름다운 회사에서는 좀 더 마을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식당 입구를 까페로 만들기 위해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주) 아름다운사람 옆에는 금천예술공장이 있다. 예술공장은 예술인들의 작업공간으로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다. 예전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고 있으며 오른쪽 창고동 옥상에는 로봇 태권브이를 닮은 구조물이 설치되 있다.

이곳 1층에는 까페가 조성되 있으며, 서울시민 누구나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현금 100원이면 커피 한잔을 내릴 수 있는 원두 커피를 뽑을 수 있으며, 까페에 비치된 핸드 드립 커피세트로 자신만의 커피를 직접 내려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일년에 몇차례씩 작품 전시회가 진행된다.

3월 7일 둘러본곳은 금천구에 위치한 생산현장 중에서 극히 일부 이지만, 교사들 입장에서는 함께 지역사회, 마을을 탐구하는 최초의 시도이다. 이번에 금천교육네트워크에서 준비한교사와 함께하는 마을탐방 워크샵은 이후 발로 쓰는 지역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시도 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서 금천구 관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금천구에 대해서 좀더 알게 되고, 금천구의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아이들에게 지역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교육으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되었다. 

금천교육네트워크는 앞으로도 교사와 함께하는 마을탐방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다음 순례는 3월 28일 진행될 예정이며, 이번에는 시흥동에 위치한 문화재 탐방을 진행한다고 한다. 모쪼록 교사들과 마을활동가들의 시도가 성공하길 바란다.


최석희 기자 

nan76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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