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기형도를 추억하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지난 1017일 시흥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시인 기형도를 기리는 사람들이 모였다. ‘시인 기형도 특별기획-기형도를 추억하다는 기형도 시인과 동창인 시흥초등학교 60회 동창회가 주관해서 만든 자리로 연극인 손 숙씨의 시낭송, 동창 박영율의 내가 추억하는 기형도’, 금천문인협회 최미경시의 시낭송 등으로 진행됐다.

기형도 시인은 1960216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도에서 34녀 중 막내로 태어나 신림중학교, 중앙고등학교를 거쳐 1979년 연세대학교 정법대학 정법계열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 후 1985년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중앙일보에 입사하여 정치부·문화부·편집부에서 일하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써왔다. 19893729살을 생일을 일주일 앞둔 종로의 한 극장에서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시인이 떠난 후 가방 속에 있던 원고뭉치와 작품을 모아 5월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됐다. 그 후 2014년 기준 50265천부가 팔렸다.

2010년 요절한 인디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시인을 기리며 슬픔은 나의 힘이라는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 달빛요정의 자서전에 따르면 슬픔은 나의 힘은 기형도 시인에게 바치는 오마주와 같은 곡으로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에 곡을 부치려다가 새롭게 만든 곡이라고 소개를 했다.

기념식에서 공경택 시흥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은 깊어가는 가을 밤 여러분을 만나서 감사드린다. 시인의 함께 뛰어놀던 60회 동창친구들과 함께 하고자 자리를 만들었다. 특히 오늘 참석해준 시인의 누님인 기향도씨의 참석에 감사드린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천재 시인 기형도가 아닌 함께 우정을 나눈 선배이자 후배인 기형도를 생각하면 좋겠다. 그의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고, 쉼이 되고 위로가 될 때 생각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인사를 했다. 정병재 금천구의회의장 역시 우리 고장의 문화유산으로 깊이 간직하고 활동할 수 있길 바란다.”고 인사를 했다.

한편, 2017년에는 KTX광명역 인근에 기형도 문화공원을 조성하고 문학관이 개관할 것으로 보인다. 광명시민들은 2003년부터 시민주도로 기형도기념사업회를 세워 시낭독회와 시인의 집 기행을 해왔고, 광명시청은 지난 201425주년을 맞아 문화공원과 문학관 개관을 발표해 진행 중이다.

 

인사를 하고있는  공경택 시흥초등학교 총동문회 회장

시를 낭송하고 있는 연극인 손 숙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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