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자, 함께 가면 길이 열린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신년 좌담회
1년 동안 열심히 해왔다. 예비특구부터 ‘이게 맞는 길인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수백 번 했다. 그것도 모자라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할 수 있겠어?’라며 반신반의하며 물어왔다. 그때마다 딱, 떨어지는 답은 내놓지 못했지만 그게 물러서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일단 한번 가보자’고. 일단 가보자고 했다. 그들은 머릿 속 계산기 따윈 집어 던지고 일단 뛰어들었다.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 바로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얘기다. 일단 뛰어들어 부딪쳐본 일은 예비특구사업에서 특구 본사업으로 발전했고 특구 본사업은 이제 1년차 사업을 마무리 했다. 그 1년의 시간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그들을 데려다 놨다.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배달하는 조식배달사업을 시작했고, 전환기수업 프로그램으로 수백 명의 학생들을 만났으며 참여 기업들이 머릴 맞대고 사회적경제 기본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그러니까 사회적경제와 학교 사이, 아무 것도 없던 백지 위에 길을 놓기 시작했다.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학교에 스며들 수 있는지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백지 위에 지도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1년차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좌담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함께 없는 길을 만들어온 ‘사경특구’ 사람들 간, 지난 1년을 점검해보고 2년 차 마음가짐을 들어보는 것. 격려하는 자리인 동시에 함께 또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한 자리였다. 제대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날 참석한 이들은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조정옥 사무국장과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 추진단의 강혜승 운영위원장, 독산고등학교 매점 협동조합 설립을 도와주었으며 운영위원으로서 특구사업 기획 단계부터 많은 자문과 의견을 내며 힘을 보태준 금천구청 평생학습관 김홍섭 소장(전 독산고 교장), 특구의 연구모임을 주도하면서 기본 프로그램을 짜고 참여기업들을 컨설팅해온 이재원 청소년진로교육협동조합 이사장, 먹거리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이그린의 신정희 대표, 이그린과 협업으로 학교 조식사업을 책임져 온 금천지역자활센터의 이연재 실장, 신생 기업이지만 누구보다 열의를 갖고 전환기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해온 우리랑가협동조합의 이영미 이사장 등 모두 7명이다.
좌담 형식은 따로 없었고, 차 한잔 앞에 두고 1년을 되돌아 봤다. 형식적인 자화자찬 대신 함께 뛰어온 사람들 간의 훈훈함과 신뢰가 있는 자리였으나 평가는 냉철하고 진지했다. 현장에서 부딪치고 고민한 이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사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가급적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목소리를 싣는다. (이하 직함은 생략하고 이름으로 대신한다)
금천구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조정옥> 이 자리에는 금천 사회적경제 특구 사업의 핵심주체들을 모시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1년 동안 사업을 할 수 있게 한 가장 고생한 분들... 비록 다 모시지 못해 아쉽지만 이 분들과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또 2018년도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 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 싶다. 또한 우리 특구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누군지 알리고 또 사업에 대해 얘기함으로써 지역 주민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들 편하게 얘기해주시기 바란다. 먼저 1년 간의 소회부터 들어보고 싶다.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스스로 만든 한 해,
함께 토론하고 공유하고 고쳐나갔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
강혜승> 처음 서울시 심사에서 사회적경제를 학교에 심겠다고 했을 때, 단순히 학생들을 소비의 대상으로 봐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 학교에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이냐가 보이지 않는다며 끊임없이 이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저희를 신뢰하지 못하니까... 그럴 때마다 ‘이건 저희들도 해보지 않은 거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고 지금 우리가 그 길을 만든다고 하는 게 아니냐,’며 제안하고 설득해 나갔다. 지금까지 오니, 서울시도 저희 특구(금천사회적경제특구사업)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함께 하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체가 돼서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적경제)시범학교든 협동학교든 어떤 이름이 될 지 모르지만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정옥> 저도 느꼈던 것이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경제같은 경우에는 더욱 투명해야하고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것 등 굉장히 많이 배웠다.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때도 이런 절차나 과정은 꼭 지켜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같이 얘기해서 개선 해보자고 먼저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구 안에서 그렇게 진행했기 때문에 자신감도 생겼다.
김홍섭>보통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시작할 때 행정 패턴대로 쭉 해나가는 경우가 많다. 예산을 나눠주고 한 푼도 남기지 말고 쓰게 하고... 다른 데 필요한 사업이 있어도 지원이 잘 안되고... 그런데 이 사업은 좀 달랐다. 자발성이 강했다. 구청장 ‘빽’을 빌리는 것도 아니고 정말 현장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공유하고 또 토론하면서 바꿀 것들을 찾아 나갔다. 단순히 머릿수 채우기 위해 하는 회의도 아니고 보고하기 위한 형식적인 회의... 그런 것들이 여기서는 하나도 없었다. 또 단장이든, 위원장이든 업체대표든 평등의 원칙 하에 토론했다. 컨설팅을 해도 컨설팅을 소화하는 건 우리들이고 무슨 평가받을 때도 우리 식으로 했고 미흡한 게 있으면 그걸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1년 동안 가시화된 것도 많고 그런 것이 진정한 협치고 주민자치고 직접민주주의이고 참여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제가 금천구에 와서도 흔하지 않은 경험,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제일 자랑스럽다. ‘1년 동안 능력이 부족해서 못한 건 있었지만 노력이 부족해서 못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김홍섭 소장의 말에 일제히 웃으며 박수쳤다. ‘능력이 부족해서 못한 건 있었지만 노력이 부족해서 못한 건 없다.’ 이 한마디에는 1년간 특구사업 주체들이 얼마나 열심히 발로 뛰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신생 교육업체로서 뒷늦게 뛰어든 우리랑가협동조합의 이영미 이사 역시 지난 1년의 감회가 남다르다. 후발 참여 업체지만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학생들을 만족시키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한 시간이었다.
이영미>참여하면서 느낀 게 신생기업들까지 참여해서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맙고 감사했다. 왜냐면 제가 처음 조합을 만들어서 힘들게 왔기 때문에 신생 조합들이 조금 공유하면서 같이 갈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았고 또하나는 학교에 들어와 보니까 선생님들이 무척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 자체적으로 먼저 교육을 한 분들이 많으셨다. 예를 들면 저희가 드론에 대해 수업을 했는데 어떤 학생이 “선생님 사회적경제와 드론체험이랑 무슨 연관이 있어요.”하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선생님이 답하기를 독일에서 자동차를 만드는데 99%가 자동화가 돼 있다. 나머지 1%는 사람이 하는데 그 1%의 사람을 아주 제대로 일하기 위해 존중해주고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회적경제’라고 아이들에게 이해시켜주었다. 우리가 4차 산업 혁명에 대해 많이 말하는데 4차산업 혁명이 올지라도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서 교육을 하는 것이다.
수업끝나고 학교 안에서 사회적경제 교육을 제대로 해봣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학생들에게 들어보니까 저희 수업이 있기 전에 학교에서 몇주 전부터 이를 알리고 아이들과 사회적경제에 대해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더라.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진지하게 질문하고... 수업하면서 굉장히 보람을 많이 느꼈다.
1년 차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사회적경제를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았다. 진로체험교실과 학년 말 전환기수업 시간을 이용해 많은 프로그램이 학교에서 이뤄졌다. 조정옥 사무국장의 표현대로라면 사회적경제에 대한 맛뵈기 시간이었다. 교육과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이뤄진 것이 먹거리 사업이다. 지난 1년 간 빼놓을 수 없는 의미 있는 성과다. 좋은 먹거리도 먹거리지만 아침을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덕분에 금천구내 6개 초등학교에서 조식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조리에서 배송까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사회적기업 이그린과 금천자활센터가 협업을 통해 이뤄냈다. 학교를 매개로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홍섭>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이 먹거리 사업이다. 먹거리 민주주의가 이뤄지면 다 된 거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학생들에게 먹거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한 해, 이그린 대표께선 어떠셨는지?
신정희> 특구라는 걸 맨 처음 시작할 때 뭔지 모르고 참석 했다. 매점 먹거리를 공급하겠다 정도로...그런데 시작하다보니까 학교 현장에서 가장 급했던 부분이 아침 조식이고 그걸 해결해줄 수 있는냐 하는 문제였다. 마침 저희에겐 조리실이 생겨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어렴풋히 생각했지만 자신은 없었다. 그런데 금천자활센터(배송을 맡아준 업체) 덕분에 그림이 잘 그려진 것 같다. 사실 이제까지 사회적경제 속에 있으면서도 협치라는 말을 잘 몰랐는데 이번 조식사업을 통해 협치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저희가 또 공공급식센터 급식 업체 공개입찰에 참여했던 것도 그런 부분에서 좋은 경험이었다. 서류상으로 봤을 때 굉장히 부족한 게 많았다. 사실 준비하면서도 떨어질 걸 예상했다. 그렇지만 또 한발 더 나아가는 계단이 아닌가 싶어서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특히 사경특구 안에서 뭐든 도와주려하고 응원해줘서 고마웠다. 그 전에는 못 느꼈던 부분인데 특구를 하면서 정말 사회적경제가 뭔지 제가 느꼈다.
‘사람’에 집중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사회적경제의 가치, 없는 길 만들다
강혜승> (사회적경제 내에서) 멤버십이 조금씩 자라는 것 같다. 한 기업이 추진해가는 게 아니라 협업 속에서 이해하고 갈등이 생기면 왜 생기는지 헤쳐나가는 과정이 지난 1년이었다. 애쓰셨다. 진짜. 공공급식 입찰에 떨어져서 아쉽지만.
신정희> 하하. 그건 아직 저희가 받을 그릇이 안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서로 해봐라 해봐라 격려해줘서 해봤는데 좋은 경험이었다. ‘아, 우리가 이 정도가 부족하구나’ 느낄 수 있었던 계기도 되고 처음에 조국장(조정옥 사무국장)에게 “안할까 봐요.” 했을 때 국장님이 “그래도 서류 넣어보면 다르다”고 해서 넣었는데 확실히 달랐던 것 같다. 겉으로 달라진 건 없지만 마음 가짐이 굉장히 달라진 것 같다. 그래서 아, 잘 넣고 잘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을 진짜 한다.
김홍섭> 저는 이제 또 얘기들으면서 느끼는 게 우리 조직은 중간조직이 안 끼었고 어떤 ‘빽’도 없으니까 우리가 일궈가지 않으면 아무 것도 없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거지. 그래서 오히려 더 솔직하고 투명하게 커가는 것 같다. 서로 어깨동무 하면서 가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이연재> 저희(금천지역자활센터)는 먹거리 배송과 제조를 하고 있는데 참 힘들게 했다. 2016년 12월에 조리 세팅을 하고 나서 처음에 국장님과 조식을 논의했을 때 그때는 아침까지도 아니고 반찬 개념, 간식 개념의 조식을 해서 분위기를 만들고 2017년에는 분위기나 캠페인 개념을 만들고 2018년에는 본격적으로 뛰어들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올해 조식사업에 뛰어들다보니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 학교에 가보니 조식은 이미 하고 있고 배송이 안돼서 활성화가 안되더라. 그래서 저희가 배송을 책임지고 들어가서 금천초등학교를 시작으로 5개 학교에 나가는데 함께 하는 여기 선생님들이 열심히 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
자릴 잡아서 기쁘지만 아쉬운 건 주객이 전도된 부분이 있다. 저희 입장에서는.안정된 5개 학교를 잡은 건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저희가 갖고 있던 가치가 좀 희석된 게 아니냐는 아쉬움이 있다. 애들에게 좀더 좋은 아침을 주자, 굶는 아이들이 없도록 하자 등 먹거리 중요성에 대해 저희가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는 희석되고 배송에 대한 부분이 강하게 자리잡은 게 있어서 2018년에는 좀더 가치적인 부분을 학생들에게 각인시키고 좀더 강하게 잡아가는 게 우리의 미션이다. 2018년도에는 우리가 가졌던 가치에 대해 좀더 집중하겠다.
조정옥>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미 너무 역할을 잘하셨다. 준비도 잘 안된 상황에서도 학교 6군데를 배식을 만들어서 그 시간에 배송을 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평소 사회적 가치나 신념이 없었다면 못했다고 본다. 학교에는 아침을 못 먹고 온 아이들이 실제 있다. 잘 먹으면 빵이나 우유 정도.
제가 “우리가 아이들이 아침을 먹도록 해봅시다” 했을 때 자활에서 “아휴, 아이들 얼마 안되고 우리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얘기했으면 정말 이 사업을 못했다. 그런데 “같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봐요” 해서 가능했다. 이윤을 생각하는 일반 영리기업에서는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고민을 하고 시도를 하니 이런 방법이나 실현할 수 있는 판이 생기구나’ 하는 걸 특구를 하면서 크게 느꼈다.
“학부모의 참여가 학교민주주의, 마을민주주의를 만든다”
학부모이자 독산누리 협동조합 설립에도 앞장섰던 강혜승 위원장은 학교 내 사회적경제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학부모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얼핏 생각하기에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생과 선생님 간의 신뢰라고 하겠지만 학부모가 참여할 때 비로소 학교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김홍섭 소장은 말한다. 소장이기 전에 독산고에서 교장선생님이기도 했던 그다. 오랜 경험을 비춰보면 학부모의 참여가 학교 민주주의를 낳고 나아가 마을 민주주의까지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홍섭> 사경은 민주주의가 포함된 말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지금까지 발전해오면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스스로 깨닫고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바꿔나가겠다고 해서 지금 조금 발전했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사회적경제이기 때문에 학교에 사경이 결합되면 학교민주주의와 마을민주주의를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가장 풀뿌리 민주주의. 누구나 마을을 거치고 학교를 거치는 이 양쪽이 민주주의가 될 때 10년 뒤에는 분명 더 좋은 사회가 된다고 믿는다. 그것의 매개는 가장 좋은 요소가 사회적경제다,라고 생각한다. 실체가 있으니까.
학교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지역으로 사회적경제 확산 꿈꾸다.
이야기는 학교에서 마을로 넘어갔다. 아이들의 조식문제와 돌봄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와 연결이 되고 학교 문제를 마을과 함께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학교나 마을의 공통 분모가 바로 가정이 아닌가.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도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강혜승> 아까 김홍섭 소장님이 어깨동무라고 했는데 마을식당이 기사가 난 적이 있었다. 마을식당은 식당이지만 돌봄센터 역할까지 하는 거다. 이런 활동들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우리도 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고민해 보자. 이렇게 특구에서 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좋은 시도인 것 같다. 우리가 고민하고 제안하고 한번 해본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점점 다양한 갈래의 길을 만들어 가니까.
이연재> 돌봄 식당 좋은 것 같다. 학교 앞에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있으면 아이들이 보통 학원가기 전에 먹고 갈 수 있고...맞벌이 부부들은 한달치 해서 외상장부로 할 수도 있으니까 거기서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잠깐 쉴 수도 있고.
김홍섭> 그렇죠. 어린 아이들은 돌봄을 할 수 있고 좀 큰 아이들은 쉴 수 있는 공간이 여기저기 학교 말고 집말고 공간이 있어야 한다. 쉬고 서로 돌봄을 주고 받고 하는 공동의 공간이 여기저기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것까지 커버했으면 좋겠다.
조정옥> 개인적으로도 정말 재밌는 게 저는 그냥 작게 시작한 일들인데 확산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 예를 들면 얼마 전에 금사연 보고회를 할때 2018년도 올해 특구사업은 조식확대 차원에서 마을식당을 방학 때 운영해보겠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 이그린 카페에서 인근에 있는 학교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단순히 밥만 주는 게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을 봐주는 돌봄의 형태로 만들어보자. 그래서 올해는 약소하게나마 시도를 해보려고 하는 거다. 그런데 신기하게 최근 그런 제안이 들어왔다. 사회적경제에서 마을 관리소를 시범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주민들이 마을 식당을 운영, 1+1로 내가 한 끼를 먹으면 한 끼는 지역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걸 고민한다고 하더라. 마치 탐스 슈즈처럼. 그때 ‘아~ 고민하면 되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동의하고 시도하는 주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짜릿했다. 사회적경제는 단순한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가치, 인간 중심의 경제라는 말을 마르고 닳도록 들었다. 하지만 실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일상의 모습으로 잘 전달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회적경제를 통해 학교 문제, 지역문제를 풀고자 접근하면 신기하게도 (마치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해법의 실마리가 보였다. 돌봄과 아이들 밥문제에 대한 고민은 마을식당 1+1로 자연스럽게 매칭됐다. 아직 논의 단계지만 어떤 시너지를 낼 지 기대가 된다. 이런 것들은 경제논리로 계산기를 두드렸다면 결코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다. 학부모로서, 마을 주민으로서 사람을 중심에 두고 고민하자 비로소 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경제가 지역과 학교에 필요한 이유다.
2018년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가야 할 때
조정옥> 2017년에 대한 소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난 한해 정리는 된 것 같다. 그러면 1년 차 사업을 통해 새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개선해야한다거나 집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뭔지도 궁금하다.
이재원> 올해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작년과 분명 달라야하니까. 올해 18년도에는 지난 해와 같은 시스템, 같은 역량이면 곤란하다. 이그린 대표님이 말씀하신대로 안될 줄 알았지만 해보니까 자신에게 경험이 되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는 계기가 된다. 특히 교육 부분은 분명히 모든 참여 기업들이 다 알고 있을 것 같다. 기존의 방법들과는 다르게 업그레이드 돼야하고 시스템적인 부분도 변화해야 한다. 또 학교도 요구만 할 게 아니라 학교의 역할을 묻고 얘기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올해 사회적경제 모델을 적용해 볼 협동학교도 조금 더 잘 선정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협동학교가 선정되면 어떻게 그 학교와 협의해서 할지 지금도 여러 가지 논의가 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을 잘 정리해 가야한다.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
학교의 역할을 묻는다.
조정옥> 학교와의 관계나 역할에 대해 말해 보자면 사실 작년에는 학교에서 필요한 걸 특구에 요청하면 거기에 대해 우리가 지원하는 형태였다. 왜냐하면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조금 더 알리자는 목적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금천구 34개 학교 중에 24개 학교가 사회적경제에 대한 기본 교육이나 체험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이 정도면 맛보기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학교가 분명한 욕구가 있어야 한다. 그게 저희들 생각이다. 학교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어떤 문제를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조금 더 알리고 싶은 건지를 생각하고 난 다음에 특구와 결합해야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난 해 특구사업의 모델로 삼을 시범학교 선정을 위해 3개 학교를 만났다. 그런데 학교도 시범학교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히 컸다. 시범학교라고 하면 응당 이 사업을 했을 때 확산해야 하고 학교 역할을 기본적으로 수행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이 컸다. 그래서 시범학교가 아니라 협동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조금은 (부담감을 덜 수 있는) 느슨하게 관계를 맺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대신, 학교의 요구를 명확하게 파악해서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재원>논의했으면 좋겠다. 그게 굉장히 안타깝다. 물론 훌륭한 분도 계신다. 그런데 너무 일부분이고 학교와의 관계가 너무 갑을병정으로 흐르는 것 같아 이 건 좀 아닌 것 같다.
조정옥> 그래서 교육 부분을 학교와 특구가 같이 운영하고 대안교실에 대한 계획을 수립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대안교실이다. 왜냐면 벌점을 받은 아이들이 교실에서 수업을 받지 않고 별도 교육이 필요한데 이 교육을 사회적경제가 해주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했다. 그래서 지금 한 중학교 같은 경우에는 담당선생님이 같이 교육을 수립해보자고 논의하고 있는 과정이다. MOU를 체결하고 협동학교 내 대안교실을 운영하자는 것이다. 학교와 사회적경제가 같이 운영계획안을 짜는 거다. 그러니까 1차 년도에는 우리가 계획을 짜서 학교에 주입을 했다면 2차 년도에는 학교와 같이 계획을 수립해나가야 된다는 게 저희들 생각이다.
사실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의 가장 핵심 중 하나는 시범학교였다. 시범학교는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접목 시켜 나갈 학교 모델이다. 특구추진단은 사회적경제에 대해 적극적인 학교를 꾸준히 물색해 왔다. 하지만 언급한 대로 시범학교라는 부담감이 컸다. 이 같은 부담감을 없애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름을 협동학교로 바꾸고 부분적으로나마 함께할 학교를 선정할 방침이다.
특구로서는 학교의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이 아쉽다. 더 많은 논의를 통해 학교의 요구와 사회적경제의 방향이 잘 맞아 들어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학교와의 관계 설정과 함께 1년차 사업을 진행하면서 많은 가장 많이 문제가 된 것이 참여 기업들의 역량과 태도였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다른 역량을 가진 20여개 기업들이 특구사업에 참여하다보니 불협화음과 의견 충돌은 불가피했다. 가장 크게 이견을 보인 것이 역량이 안 되는 기업들을 금천구의 사회적 경제 영역 안의 기업이라고 해서 안고 가야 하는가의 문제다. 냉정하게 판단해야한다는 입장과 사회적경제가 지역과 함께 간다는 의미도 있으니 일정기간 판단을 유예하고 클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입장이 내내 엇갈렸다.
기업 스스로 커 갈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강혜승> 작년에 참여하는 기업이 20개가 넘는다. 그런데 몇몇 기업들만 너무 많은 희생을 했다. 이제는 안 된다. 같이 참여하는 주체로서 역할분담을 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의견이 다르거나 불만이 있으면 회의에 참여해 충분히 공유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은 무시하고 뭔가 이익만 취해가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들 간에도 역할 분담을 하고 이끌어 가야하는 선두기업들이 필요하다면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역량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족하면 참여하고 배워가고 공유하면 문제가 아닌데 (일부 참여 업체들은) 너무 쉽게만 가려고 하는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정체돼 있다. 우리 혁신지구 내 금천구도 빤하다. 이 기업이 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어지간하면 선생님들도 다 안다. 이번에 전환기 수업했을 때도 “이 수업 말고 다른 거 해주세요. 이거 혁신교육 할 때 했던 건데, 전환기 수업이라면 다를 줄 알았는데 같으면 안 되죠”이런다고요. 본인들 기업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본인들이 해야 한다.
조정옥> 물론 힘 빠지는 일도 있지만 최근 제가 든 생각은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이렇게 안 해?’ 이런 생각에 힘 빠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물론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하는 기업에게는 당연히 힘을 실어줘야지. 그런데 1차 년도에는 모든 기업에게 균등한 기회를 줘야한다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2차 년도에는 당연히 중심 이동이 열심히 하는 기업에게 가야지, 역할을 주고 힘을 실어주는 구도로 가야한다.
이재원> 그리고 저의 고민은 꼭 금천구 내 기업이어야만 하는가다. 역량이 안 되는 업체는 아무리 금천이어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 특구사업이 금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주기 위함이 최우선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아쉬운 점이 있어도 다른 대안이 없고 금천구에 있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이유로 함께 했다. 조심스럽지만 제안한다. 이런 부분도 좋은 콘텐츠를 가진 업체들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지역에 제한을 두지 말고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면 함께 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부분에 대해 올해 조금 더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조정옥> 지난 해 저와 충돌했던 부분이 그 부분이다. 저는 특구사업이 학교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학교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는 것이고 특구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 주체들도 성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기회는 균등하게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에 대한 평가는 우리가 할 수 없다. 학교 현장의 학생들, 교사들을 통해 당연히 나온다고 본다. 그래서 1차 년도에는 일단 기회를 주고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두자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 2018년도에는 당연히 학교에서 평가가 나오겠지. 같은 콘텐츠 말고 저희 학교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했으면 좋겠다 등 평가가 나오면 저절로 객관화할 수 있겠지.
저는 중간 실무자 입장에서 조금 더 기다려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노력하고자 하는 여지가 없다면 그때 더 나은 콘텐츠를 가져와서 우리의 자양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이영미> 저희는 학년전환기 수업이 3년차인데 수업을 해보면 수업을 통해 실질적인 결과물이 있어야 선생님도 만족하고 학부모들도 만족하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결과물보다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가치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저희뿐만 아니라 올해 금천의 많은 기업들도 고민이 많을 거다. 조 국장에게도 말했지만 금천구 기업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가질 수 있도록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다른 구에서 갖고 있는 좋은 콘텐츠를 참고하기 위해 저희도 외부로 나가서 공부를 많이 한다. 다른 구의 업체들을 참여시키기보다 올해는 조금 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특구 안에서 연구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정옥> 맞다. 올해는 콘텐츠 개발에 조금 더 집중할 거다. 작년에는 예산이 없었다. 그래서 작년에는 사실 기존에 갖고 있는 프로그램에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색깔을 조금 입히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제대로 사회적경제 교육을 할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이영미> 아마 기업들도 학교에 들어가 교육을 해보면서 느꼈을 거다. ‘아, 이건 안 되겠구나’ 하는 것들을. 저도 느꼈고 내부 선생님들과 얘기한 게 ‘이렇게 해서는 올 해 어렵다. 수업을 해봤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느끼다
이재원> 그런데 저는 이 지점에서 좀 그런 게 물론 특구 안에서 같이 역량을 키워나가고 서로 없는 부분에 대해 윈윈 해나가는 건 좋은데 개인 기업의 역량이 안 되는 건 개인의 몫이지 특구사업 안에서 하는 건 아니다. 그건 조금 균형점을 잘 잡아야 한다.
강혜승> 혁신지구 예를 들 수밖에 없는데 저희가 혁신지구 4년차다. 3년 간 우리지역 단체들만 할 수 있는 리그를 만들어줬다. 그런데 너무 안주하고 있다. 그래서 이걸 열어서 서울시까지 확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도 긴장하고 스스로 업그레이드 하지. 그런데 (지금은) 너무 당연히 우리 지역 학교니까 ‘우리 꺼’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재원> 제 이야기가 그거다. 저희 사경에서 전환기수업을 할 때 사경이 아닌 기업에서 왜 너희 업체에서 그 수업을 하느냐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을 들었다. 마치 자기 일을 우리가 뺏어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거, 그런 얘기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영미> 금천구가 아닌 업체들에게도 기회를 열어두는 건 맞다. 다만 열어두는 시기가 언제냐를 기업도 반성하고 여지를 두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정옥> 기업들이 정체성이 명확해야한다. 교육기업이라면 사회적경제 기업 교육 주체로서 정체성이 명확해야 한다. 일반기업의 교육단체와 다를 게 없다는 기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강혜승> 맞다, 금천구 사회적경제 내 기업들도 정체성이 모호한 기업들이 많다. 사회적경제라면, 사회적경제 전환을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예비지점에서 참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참여 가능하다. 그런데 이분들은 온갖 것들 속에서 정보는 가져가면서 걸러지지 않는 정보를 가지고 자칫 다른 기업이나 마을에 오해할 수 있는 것을 던져줄 수도 있다. 굉장히 복잡하다. 따라서 올해는 어떻게 멤버십을 제대로 구축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이라고 하면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조금 더 참여하는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
조정옥> 저는 생각이 좀 다르다. 이 판에서 건강한 기업이 살아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계속 우리 안에 서로 비난하고 그런 부분은 굉장히 힘들다. 문제제기가 있고 정당하지 않을 경우 싸우면 되지만 먼저 건강한 주체들이 자릴 잡고 묵묵히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장선생님 생각은 어떤지?
김홍섭> 특구 사업은 3년이다. 이때는 한마디로 돈이 나온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한다. 느슨해서는 안 된다. 금천구에 있으니까 봐주자? 봐주다가 같이 망한다. 그래서 금년부터는 조금 더 치열해야겠다. 냉정할 때는 냉정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2019년에 되면 마지막 자금도 끊어진다. 우리가 또 하나의 협동조합을 만든다고 하면 협동조합이 망하지 않게 토대를 마련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에서 건강한 조합을 찾을 수 없다면 이웃 업체들과 할 수도 있는 거다.
결국은 참여업체들의 역량을 키워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특구사업의 열쇠다. 협동조합을 만든다는 말은 특구사업이 끝나도 학교와 다양한 사업을 해가는 플랫폼 역할을 할 창구를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자는 말이다. 학교의 요구와 학생들과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믿을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한다.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기업들의 역량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보니 이야기는 참여기업들의 검증 시스템, 그리고 기업들이 클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3년 이후’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3년 이후’를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
조정옥> 그런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2차 년도에는 참여 업체 강사들까지 기본 교육을 하고 사무국에서 그런 강사들을 학교에 추천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 것이다. 즉 검증 절차를 만든다는 말이다. 강사로 등록하고 교육 경력 등 일정 요건을 만들어서 우리 안에서 정리하려고 한다. 질적 수준을 올리겠다는 게 2주년 목표다. 저희가 특구 예산이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만 사경의 질도 올리고 지역의 질도 올릴 수 있다.
강혜승> 특구사업 이후를 생각해야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뭔가 협동조합을 만들어야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게 반갑다.
조정옥> 맞다. 특구 사업이후에도 학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김홍섭> 우리가 처음에 이 특구사업을 시작하려했을 때 서울사경도 그랬고 평가심사단도 그랬고 질문이 3년 후에도 가능하겠느냐?였다. 그때는 우리도 버벅거렸는데 그것에 대한 답을 이제 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결국 우리 아이들과 약속이기 때문에 교육은 지속 가능해야 하잖아.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그 시스템을 찾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조정옥> 올해 우리 특구사업이 어떻게 가야하는지 큰 줄기의 방향은 나왔다고 본다. 올해는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의 뿌리를 조금 더 튼튼하게 하는 한해가 되리라 믿는다. 다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약 1시간 30분간의 좌담회는 끝이 났다. 2018년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큰 얼개가 그려졌다. 사회적경제 영역 내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자 이제 막 학교에서 움트기 시작한 사회적경제의 싹이 올해 어떤 모양새로 자랄 지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사회적경제와 학교 사이에는 훨씬 더 다양한 길들이 그려질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 계획대로라면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는 학교 안에서만이 아니라 마을로 이어져 거대한 공동체의 기틀이 마련되는 해가 될 지도 모른다. 학교의 문제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 담장을 벗어나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지도 궁금하다.
금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정리/ 박금숙 시민기자
-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좌담회 2부는 다음 호(3월 특별호) 에 게재가 될 예정입니다.
-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 좌담회 전체 기사는 금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홈페이지 www. gcsenet. com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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