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은 공존을 위한 것 




  토지공개념에 대해 누군가는 사회주의 경제제도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교수라는 사람들도 일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토지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거나 아니면 고의적으로 자기 이해관계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번 개헌안으로 토지공개념을 명시적으로 헌법에 포함하자는 안을 제시하였다.  우리 헌법은 토지공개념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헌법에 이를 포함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건국헌법에서는 훨씬 더 강한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노태우 정부에서 토지에 대한 공적 개념을 강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계속 토지에 대한 공적 개념들을 약화시키면서 토지도 일반재화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심화되었고, 심지어 토지소유의 불평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토지소유 집중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 제도 하에서는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것을 빨리 시정하지 않으면 훨씬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토지는 일반재화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물건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토지와 분리될 수 없고 토지의 바탕위에 생존하고 토지위에서 생활거주 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가 일정이상 토지를 소유해버리면 어느 누구는 토지를 전혀 가질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제로섬게임인 것이다. 특히나 어느 누군가 토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해버리면 그 폐해는 불 보듯 뻔하다. 

   토지는 어느 누군가 늘리고 싶다고 해서 늘릴 수 없고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지는 것도 아니며, 한번 소유하기만 하면 대대손손 이어가며 시간이 지나도 마모되거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토지는 일반재화와 달리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인간도 사고 팔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에는 인간도 물건처럼 다루어졌다. 토지도 마찬가지다. 토지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로 제도에 의해 물건으로 다루어지기도 하고 고귀한 존재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누군가가 토지를 절대적으로 독점하고 그 혜택을 오직 토지소유자만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면 누가 토지를 독점적으로 소유하려하지 않을까. 모든 사람들은 틈만 나면 토지를 구입하려고 할 것이다. 

   기업들도 어렵게 기술혁신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토지투기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훨씬 더 매력적이다. 심지어 장기적으로 보면 안정적이고도 위험성도 적기 때문에 토지소유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토지투기가 훨씬 더 매력적인데 굳이 기술혁신이나 투자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들 모두 다 이렇게 토지소유에 집착하게 된다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까? 이것이 현재 우리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그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의 공적개념들이 더욱더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존엄을 생각한다면 토지는 원래 인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에 공적 개념들을 살려야 할 것이다. 토지의 공적개념을 살린다고 해서 모든 토지가 국유화되는 것도 아니고 사유재산권이 심하게 침해 받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토지공개념이 시장경제를 살릴 수 있고 개인이나 기업도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토지 등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연간 약400조(우리나라 GDP의 약30%)정도 된다고 한다. 그 많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토지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그림위의 떡일 뿐이고 그것도 소수의 토지소유자들의 대부분을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토지가격의 상승은 그 토지를 소유한 사람이 특별히 노력해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그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정부가 나서서 기반시설을 만들고 환경을 개선하여 인근 지역의 토지가격이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가격상승은 토지소유자들의 노력과는 전혀 상관없고 정부나 그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그 가격상승으로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만이 이익을 오롯이 가져간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이에 대한 물음이 있는 것이다.  

   가격상승은 토지소유자에게는 상승분의 배 만큼 이익을 가져오는 효과를 누린다. 왜냐하면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원래 똑 같이 토지를 소유했더라면 그 상승분만큼 그 이익이 돌아와야 되는데 토지를 소유하지 못함으로써 자기 몫의 상승분을 토지를 가진 사람에 넘겨주는 꼴이 된다. 그래서 토지가격상승은 빈부격차를 훨씬 더 심화시키게 된다. 


   우리 일반 대다수는 부모에게 특히 물려받은 것이 많지 않다면 자기 몸으로 노동을 통해 생존해야 되고 노동을 통해 자기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 자기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해야 내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아마 평생 열심히 일해 노력해도 자기가 편히 쉴 공간마저 마련하지 못하고 살아가야할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무능하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제도가 그렇게 만들었고 제도를 고치지 않는 이상 이러한 현상은 계속 될 것이다.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도우면 성자라고 칭송하면서 정작 가난이 생기지 않는 제도를 만들고 고치자고 하면 빨갱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행동인가? 지금 토지공개념에 대해 저항하고 공격하는 사람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를 우리 인구수로 나누면 대충 한 개인당 약 600평 정도는 돌아간다고 한다. 기본소득 개념도 이에 기반해서 생겨나는 개념이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도 우리사회가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우리 국민 절반정도는 내 집이라고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토지라는 것은 원래 인간의 삶의 터전공간인 것이다.  

   우리가 토지를 단지 투기의 대상 돈벌이의 수단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토지는 인간을 위한 생존의 공간이자 우리 모두가 함께 공동으로 생활해야 할 터전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 그 방향이 달라진다. 

   앞으로 우리 세대, 아니 다음 미래 세대들을 생각한다면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토지문제는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토지를 단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이 땅에 생활하는 삶의 터전공간으로 우리 미래세대가 함께 공존할 수 있고 함께 그 혜택을 누리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세대가 후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대선물이다.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 제도 하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은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도 하나의 물건처럼 다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 많은 것 중에 토지공개념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토지도 일반재화와 같이 개인 사유물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토지는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존에 필요한 터전을 마련하는데 기여해야 하고 또한 창조적인 생산에 기여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토지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것보다 지대하다. 토지를 빼 놓고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이야기 할 수 없다. 불평등의 기원은 토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개인이 노력하여 만든 가치에 대해 누구든 그 소유를 인정하고 개인 사유재산에 대해 보호를 해야 하는데 대해 이의가 없으며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장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에 의하지 않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결과물에 대해, 단지 특정한 지역에 특정한 공간을 운좋게 공적인 기능이 강한 토지를 소유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소유자가 전적으로 그 이익을 향유하는 것은 사회전체적인 면에서도 합당하지 않다. 

  이러한 불로소득은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어져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토지공개념이 하고자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정의당 금천구위원회 위원장

 공병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