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마을버스를 위해 구청이 해야할 일
금천 06번 마을버스 한남상운 분회를 만나다
점심시간은 아예 없고 빠르게 종점 돌수록 1분이라도 휴게시간이 생겨
고속 위험 운전, 정류장 지나치기 방조하는 회사와 관리감독 안하는 구청
마을버스의 ‘마을’은 어느 정도의 범위일까? 대부분의 마을버스는 구 단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금천00을 달고 있는 마을버스의 정류장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금천구 안에서 있다. 마을버스는 우리 생활의 가장 가까이에서 오가고 있으며 같은 기사님을 일반 버스보다 훨씬 더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의 일원이나 마찬가지인 마을버스기사들이 정말 ‘마을’이 줄 수 있는 관심과 배려를 받고 있을까? 벌써 700일 가까이 금천구청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강원지역버스지부 한남상운 노동조합의 정윤호 사무장과 조합원을 지난 10월 말경 만났다.
어떤 요구인가?
마을버스로 인한 인명 사고,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는 마을버스 기사들만 문제라서가 아니다. 대부분 마을버스 운전기사들은 살인적인 운행시간을 감당하며 일하고 있다. 관리감독은 없고 휴게시간도 지켜지지 않는다. 무리한 운행시간을 즉각 조정하여 시민 안전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사실 이 내용이 다 법에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 44조 6항에는 기점에서 종점까지 1회 종료 후 1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되어있고 그 바로 다음 항에는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탄력적으로 운영이 가능하게 6항에 상응하는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되어있다. 지자체에다가 법을 넘어서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키라는 것이다. 운수종사자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시민 안전의 최우선이다.
버스회사의 재정 문제?
버스회사들이 지자체에서 받는 지원금이 있는데 매일 16만원 정도라고 한다. 운행 조건을 개선하려면 이 금액으로 기사를 더 채용하든 해서 버스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단순히 돈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마을 기사들의 실태?
구청에 등록한 여객자동차 운송사업계획에 금천06은 8~9대의 버스로 평일 142회, 주말은 102회를 6~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고 되어있지만 실제 시간표에는 6~8분마다 출발한다. 다른 마을버스 중엔 아예 시간을 어떻게든 줄여서 등록 운행대수를 초과해 한 대를 더 우겨 넣은 곳도 있다. 또한 종점에서 기점을 도는 1회 운행시간도 53분으로 등록되어있지만 이는 최단시간으로 측정하여 등록한 것이다. 실제로 운행이 될 때는 5~10분 정도 늦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매 회 차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은 모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종점에 들어오자마자 기사는 바로 다음 차를 운전해야한다. 1분이라도 더 쉬려면 기사는 무조건 종점에 일찍 들어와야 하는 것이다. 과속운전, 정류장 지나치기를 해야 김밥 한 줄이나 겨우 먹을까 싶은 시간이 난다. 이 조차 여의치 않으면 기사들이 길바닥 어디 사람 안 보이는 데서 숨어서 먹거나 운전석에 앉아서 먹다가 손님 들어오면 냄새나니까 바로 집어넣고 한다. 기본적인 인권 보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10분씩 휴식시각을 보장하려면, 확실히 법을 지키려면 53분이 아니라 적어도 60~65분으로 운행시간을 두어야 가능하다. 회사에는 운행시간만 적혀있지 휴게시간은 정해져있지도 않다. 점심시간조차 보장이 되어있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그간 투쟁으로 금천06은 작지만 종점 안에 휴게실을 얻어 적어도 휴식 장소는 있다. 그런데 최근 사고가 난 금천07, 금천08 종점에는 휴게실이 발전기로 돌아가기 때문에 냉난방도 제대로 안 되서 유명무실하다. 게다가 버스 20여대에 정비사가 한 명 있거나 아예 없기도 하다. 언제 어떻게 고장날지 모르는데, 그러다 운행 중에 고장 나면 기사가 직접 고칠 수밖에 없다.
구청의 답변은 어떤지?
지난 구청장 재임 시절부터 관리감독을 하라고 계속 같은 얘기를 하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불법인 버스회사는 처벌을 해야한다. 이번 구청장에게 면담 요청 결과, 최근에 받은 공문 답변은 회의 테이블에 우리 노동조합만 들어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마을버스는 우리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 마을버스 회사에 공통적으로 휴식시간이 적용되려면 지부 담당자와 함께 협상해야한다. 그래야 구청이 관리감독 하는 일을 강제할 수 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마을 만들기, 마을공동체 사업이 수 년 전부터 각 지역마다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반버스가 가지 못하는 마을과 골목 곳곳으로 주민의 발이 되어주는 ‘마을버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한데다 누구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배차간격이 길거나 제 시간에 안 오면 불평과 민원 대상이 될 뿐이다. 이 민원은 행정을 거쳐 버스회사들로 전달되지만 회사들이 근본적으로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기사들의 스트레스와 업무 과중만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마을을 강조하는 행정이라면 마을버스와도 어떻게 함께 가야할지 고민해 볼 지점으로 보인다.
박새솜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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