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

대선 이후 노동자 잇따라 스스로 목숨 끊어

“나는 회사를 증오한다. 자본 아니 가진자들의 횡포에 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내가 못 가진 것이 한이 된다.

민주노조 사수하라. 손해배상 철회하라.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지회로 돌아오세요. 동지들 여지껏 어떻게 지켜낸 민주노조입니까??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35)씨의 유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대선 패배의 충격으로 며칠 사이에 노동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직후인 21일 오전에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 최강서(35.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 씨가 사측의 손해배상소송 철회와 민주노조 사수를 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노조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강서 조직차장은 손해배상소송, 노조 지회에 대한 교섭 배제, 소비조합 폐쇄 등 사측의 민주노조 탄압과 휴직 조치에 맞서 장기간 천막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22일에는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지회 해고노동자 이운남(41) 씨가 아파트 19층에서 투신하여 사망했다. 이 씨는 전날 한진중공업 최강서 조직차장의 자살 소식을 듣고는 괴로워했다고 알려졌다. 같은 날 통일운동 단체인 서울민권연대에서 활동하던 최경남(99년 광운대 총학생회장) 청년활동가가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또한, 25일에는 전국대학노동조합 이호일(47) 한국외국어대학교 지부장이 경기도 용인시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노조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이 지부장의 빈소를 지키던 이기연 수석부지부장도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수술까지 받았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렇듯 대선이 끝나자마자 벌써 5명의 노동자와 활동가가 죽어가는 충격적인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후보를 지지한 48%의 국민은 지금 좌절해 ‘멘붕(멘탈붕괴)’ 상태이다. 더욱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령 선거용 제스처일지라도 대통합을 얘기한 박근혜 당선자는 51%의 울타리를 벗어나 당장 절망의 절벽 위에 서 있는 쌍차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돌아봐야 하며, 노동자들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최복열 기자

90by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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