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1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에서 만성질환 증가율을 발표한바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인구 1천명당 만성질환자 증가요인은 당뇨, 고혈압, 정신장애의 순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7년~2011년사이 인구 1천명으로 볼 때 당뇨는 4.9%, 고혈압은 4.6%, 정신장애는 4.4%가 증가했다. 2012년 금천구 장애인은 총 1만1천명 중 정신장애를 가진 주민은 387명(정신지체, 뇌병변 등 제외)이다.
이처럼 현대인들의 각종 정신질환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은 매우 높다. 그로 인해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더욱 소외되고 감춰야 할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편견을 걷어내고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신나는 일터와 삶터를 만들고 있는 사회적 기업 (주)EM실천(가산동 위치. 대표 김영환) 을 찾았다.
<김영환 대표>
(주)EM실천은 정신장애인들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 지역사회나 일반 사회로의 적응을 도와주는 보호 장애인시설로 인쇄, 현수막출력, 다량우편물(DM발송)의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이 49명으로 이중 사회복지사가 15명이고 근로장애인이 30명이다.
김 대표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환청이나 환시, 조울증, 우울증, 광장공포증, 대인공포증의 증상을 갖고 있어 사회에 바로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곳이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은 1,2개월이 아니라 5~6년 장기입원을 하게된다. 그럼 사회에 바로 적응할 수 없다. 일반 취업이 어려우니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보호작업을 하고 일반취업을 지원하는 업무가 우리의 미션”이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장애인들이 퇴원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주거시설과 직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 부분을 함께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7명의 사회복지사가 30명의 장애인을 끊임없이 관찰한다. 약물관리 프로그램으로 하루에 1~3회의 약을 먹는 것부터 평상시 상담, 관찰을 통해서 해당 장애인이 직장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주거 테두리에서 잘 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관찰을 통해서 장애인들이 근무하면서 표정이 어둡거나 갑자기 말이 많아지거나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담당 병원상담이나 귀가조치를 통해서 안정을 찾도록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은 지속적으로 약을 먹는다. 당뇨병환자나 심혈관 환자가 평생동안 약을 먹는 것과 같다. 약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하는 것이다. 사회복지측면에서 보면 약을 먹고 증상이 사라지면 회복된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 약이 독하다보니 사람의 인지력이나 행동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다. 때문에 근로능력이 비장애인에 비해 50%~70%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미션과 동시에 수익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들의 업무는 항상 과부하상태다. 김 대표도 “장애인을 돌보는 업무외에도 영업마케팅, 고객관리, 이용자 사례관리에 가족관리, 인쇄와 디자인까지 일에 파묻히다보니 낮에는 작업을 함께하고 저녁에 행정처리를 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EM실천의 ‘em’'은 ‘empowerment’ 줄임말이다. 뜻은 특수교육학 용어로 ‘역량 강화’로 풀이하고 개인 또는 가족·지역사회와 같은 집단이 정치·경제적 환경의 차원에서 강점을 향상시키고, 스스로 의사결정하고 선택하는 환경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일컫는다.
김영환 대표는 “정신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역량이다. 장애인 복지에서 최고로 추구하는 것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 스스로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잘하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주)EM실천의 시작은 관악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이다. 만성정신장애인들이 병원에만 있는 것에 대한 대안모색에서 2000년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복사기 2대로 시작한 ‘한울보호작업장’이 모태가 됐다. 그 후 2003년 정신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인증받으며 ‘EM실천’이란 이름을 가졌다. 이후 사업이 확장되면서 2009년 금천구로 이전했고 2010년 서울형사회적기업, 2011년 노동부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김 대표는 노동하는 장애인들에게 ‘애국자’라고 말한다. “정신장애인들 중 기초수급대상자들이 많다. 국가에서 주는 것만 받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해서 저축도 하고 경제적 순환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울재단이나 우리는 상태가 않좋아져도 최대한 입원을 자제한다. 센터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입원하게 되면 자꾸 나빠지고, 가족이나 병원 측의 요구로 퇴원도 쉽지 않아 장기입원을 하게된다. 그 경우 한달에 100만원이 넘는 입원료도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의 이웃으로
김 대표는 함께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곳에서 정년퇴직을 맞이하길 바라면서도 “이엠에서 일하면 그나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공의 역할도 주문했다.
“정신장애인분들이 불편함없이 살수있도록 하기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주거시설이다. 현재 2개소 밖에 없을뿐더러 정부보조로 한집에 7~8명이 사는데 방 하나에 3명정도가 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 훈련기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힘주어 말했다. “정신보건센터는 사례관리만 한다. 그렇다보니 직업훈련이 안돼 사회복귀가 어렵다. 가산동에 많은 사업체들과 연계를 해서 임시취업이나, 인턴으로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웃으로 인정해달라
지역 주민들에게 “장애인들을 이웃으로 기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분들이 숨어 살지 않도록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친척이나 가족중에 1명씩은 장애인이 있다.
이성호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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