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반의 시간을 독산고등학교에서 함께한 김홍섭교장이 8월말일자로 정년퇴임을 하다. 3년전 취임한 후 본 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산고의 여러 현실을 인지하고 그 바탕에서 학교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년퇴임을 보름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김 교장을 다시 찾았다.

3년반이면 당시 1학년 아이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학교현장이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아이들은 3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고등학교에 머문다는 것에 비춘다면 변화를 성과도 보일만하다.  김 교장은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니다. 백년뒤에는 어린아이도 죽는다. 일단 매일매일 변화가 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나와야한다. 보는 눈이 자기중심에서사회로 변화를 해야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커져야한다.”고 말했다.

3년의 성과와 함께 금천 교육을 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돌아보다

처음 왔을때 이야기 한 것 같은데 독산고등학교는 당시에 객관적 지표로에서도 조금 특이한 학교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비율이 일반고, 특성화고를 포함해 가장 높았다. 그 속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방법으로 민주적인 학교를 통해 학교의 특수성을 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폐쇄적인 사회는 교정시설이다. 들어가고 나온는 것도 쉽지 않다. 군대도 그렇고. 학교도 약간 비슷한 곳이다. 울타리가 높고 문은 닫혀있고 선생님의 생각이 우선인 곳이다.

교육기관과 교정기관의 공통점이 갑을 관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런 속에서 민주적인 운영이 되기 쉽지 않다. 연령적으로나 지위적으로나 항상 밑에 있는 존재가 학생이기 때문에 그들의 후견인인 학부모가 학교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우면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작고,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다. 아이들이 하겠다고 이야기를 해야 선생님이 도울수 있지 그렇지 않다면 선생님의 의도로 간다. 

지표에 나오지 않는 성과

대학을 잘보내는 것만이 지표가 아니다. 금천구 고등학교에서 소위 스카이에 몇명이 가나, 1년에 400명 졸업하면 그 중 2~3명, 잘가야 5~6명이다. 그럼 나머지 395명에 대한 아이들의 성과는 무엇으로 나타나는지, 다른 지표들은 깔아 뭉게는것이 맞는가?

공부에서 행복감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무엇가를 찾게 해줘야한다. 이것은 속도가 느리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아이들의 행복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 학부모가 자기 아이가 독산고 배정됐다고 해 난리가 났었는데 그 아이가 3-5월 되면서 중학교때보다 더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중학교때 하지 않던 학교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재미고 살아가는 의미고 표시되지 않는 지표다.

고등학교는 초중고12년의 중 9년을 공부한 후에 입학하는 곳이다. 어려서부터 기초학력을 다지고 학교 교육뿐만 아닌 다양한 공부를 거친 후의 상태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바뀌지 않지만 교실의 분위기가 하늘과 땅 차이로 변하고 있다. 교실의 분위가 바뀌니 선생님들도 가르키는데 힘이 덜 든다. 상위권도 확연히 탄탄해졌다. 특히 올해에 그런 부분의 성과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참여로 학교를 바꾸다.

학부모들이 학교위원회에 많이 들어왔다. 학사를 운영하는 것 제외하고 학부모들이 모든 부분에 참여하고있다. 그렇다보니 학교운영위원회가 달라졌다. 부모들이 참여해서 활동한 내용이 운영위에서 안건으로 올라오고 설명되다보니 논의가 심도를 깊어지고 선생님들도 준비를 많이 하게 됐다.

학생들도 웬만한 위원회에 다 들어간다. 급식소위원회에서도 들어가 있다. 학생들이 요구가 있는데 안된다고 하면 영양사가 영양적으로 어떻게 어긋나지는지 설명한다. 

축제의 모습도 바뀌었다. 축제날에는 장터등의 간식이 있기 때문에 급식의 반 이상을 벌니다. 그래서 간식으로 대체하고 여기서 절감한 비용으로 아이들에게 1천원치의 먹을 수 있는 티켓을 나눠줬다. 이것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필요한 일을 운영위에서 이야기하면 학부모들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반영한다. 반영이 안되면 나름 다른 방법(캠패인이나 기부)을 찾기도 한다.

올해 학생회장에 당선된 아이의 공약으로 우산을 일정부분 사놓고 갑자기 비 올 때 대여를 하겠다고 했다. 운영위에서 통과는 안됐지만 학부모들이 우산을 나눠서 기증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교육청 공모를 통해 해결돼 2학기때부터 비치될 예정이다. 이것은 평등관계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학생회장의 이야기가 교무회의에서 나오는 것 많큼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학생을 존중하고 학부모들도 학생회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질문도 한다. 이런 것이 자꾸 일반화 될 때 학교가 민주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매점은 학생,교원, 학부모가 함께 있는 상설공간

작년에 문을 연 학교매점 협동조합(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은 일과시간에 학생과 교원, 학부모가 일상적으로 상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막상 운영해보니  상담소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상담실에 가기전에 먼저 매점의 학부모에게 이야기한다. 그럼 부모들이 선생에게 이야기한다. 이것도 학교가 열린 결과물이다.


지자체와의 관계

학교에 대한 관리권은 남부교욱지원청에 있다. 교육청은 아직 지방자치가 아닌 임명된 교육감이 온다. 그렇다보니 정책이 강남과 금천이 똑같이 운영된다. 어떤 것은 강남에 필요없고 금천에 필요없는 것인데 말이다. 금천구 지역의 생각을 반영할 인사권, 예산이 없다. 그 역할을 일정부분 자치구에서 해주어야한다. .

또 금천구는 특수하게 혁신교육지구로 묶었다. 자치구와 학교 손잡고 필요한 것을 찾아가야한다. 금천구의 풍토적인 문제는 이 지역의 어른, 지역운동의 사람들, 관심갖고 있는 사람들의 처방전을 받아야한다. 

그런 처방전 중에 하나가  불교대학원대학교과 ‘마음의 숲’사회적 기업이다. ‘마음의 숲’에서 생기는 이익금 일부를 심리상담센터에 보내고 이를 통해 무료로 아이들을 상담해주고 지원해줬다. 


끌고가는 힘을 길러야

학생들은 일을 하고 결정하고 6개월 끌고 가는 힘을 길러야한다. 강남의 경우 부모도 참여해고 애를 묶어주는데 금천구는 그게 약하다. 아이 혼자의 몫이다. 이 부분에서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주변의 어른들이 아이가 힘들어할 때 복돋아주고 끌어주고 완주할때까지 힘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학교가 문을 열고 지역과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참여하고 요구하고, 그 요구에 학교 교원은 귀를 열고 받아주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반영할 수 있는지 내부의 토론도 이뤄지고. 자문도 구하는 것. 그리고 조금 더 과학적, 학문적 접근을 하면서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홍섭 교장의 3년간의 노력은 독산고를 비롯해 지역사회에 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퇴직 이후에도 금천구와 교육을 위한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는 김 교장에게 또 한번의 기대감을 가져본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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