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 어디까지 왔나?

5인사업장은 증가, 1000인이상 사업장은 줄어 고용의 질 하락추세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희망 도시 서울? 


 2012년 4월 서울시는 야심차게 준비한 장애인 복지정책을 발표했다. 「장애인 희망서울 종합계획」란 이름의 이 계획은 인권, 예산, 주거, 안전, 일자리, 소통, 문화 등 시정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함께 만들고, 함께 누리는 장애인 희망도시 서울이 시작된다는 모토와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희망 도시 서울’이란 정책 비전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후 6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들은 여전히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지난 6일 장애인 차별철폐 연대 등 장애인 단체와 활동가들은 지난 6일에 청와대 앞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만나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장애인 등급제 폐지, 장애인거주 시설 폐쇄법 이행과 자립생활 도움센터 확대와 지원 등을 요구했다. 이들의 발걸음은 서울시에도 이어졌다. 서울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 요구 등 8대 요구안과 공약 실천을 요구하기 위해 '지금 만나러 갑니다. 서울시 4년'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청사 앞에 모인 것이다. 이들이 요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시 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정책 ▲시설없는 탈시설도시 ▲서울시를 위한 탈시설 정책 및 예산 ▲서울시 장애인 주거권 정책 ▲서울시 장애인이동권 보장 ▲서울시 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정책 ▲서울시 장애인문화예술 정책 및 예산 ▲뇌병변장애인 지원 정책 및 예산. 또한 여러 장애인 단체들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의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은폐시키는 날로 기능하기에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모든 차별에 맞서 함께 싸워나가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장애·인권·노동·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동투쟁기구인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 자립생활 여전히 요원해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해 일자리는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이다. 이에 정부에서는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5년 단위로 장애인고용촉진 5개년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시행된 제4차 장애인 고용촉진 5개년 계획(‘13~’17)의 결과 및 평가에 대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이 2017년 1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일을 하고 있는 장애인의 임금수준, 근로환경, 복리후생 등 직업적 지위 역시 전체 근로자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는 사업체가 절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14년도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의무고용률을 3.4%로 상향조정한 후 공공영역에서 일자리는 늘어났지만 16년 기준 장애인 고용의무 미이행기관이 52.1%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17년 기준으로 단 내 기업 장애인 고용률 역시 100인이상 3.0%, 300인이상 2.68%, 500인이상 2.77%, 1,000인이상 2.07%으로 대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이 저조한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장애인 구직자 증가폭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자리 


의무 고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장애인들의 구직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공단이 밝힌 장애인 구인구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16년 동 분기 대비 2017년도 4/4분기 장애인 구직자수가 2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구직자 수에 비해 증가한 취업자 수는 2% 미만이다. 구직자 수는 11,586명에서 14,329명으로 3,263명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의 취업자 수는 5,781명에서 5,859명으로 78명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편, 2% 늘어난 취업률을 성별로 보면 남성 1.9%, 여성은 0.2% 증가했다. 즉, 지난해와 비교하여 추가 고용된 78명 중 여성 장애인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체 구직자 중 절반 가까이 되는 6,034명은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게 된 20-30대의 청년층이다.

 이들이 학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구직자들의 학력 수준도 지난 해 동 분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구직자 중 고졸 이상은 지난 해 대비 30~40% 증가했다. 고졸 이상 대졸 미만은 5,976명에서 7,705명으로 1700여명이 증가했으며 대졸 및 대학원 이상은 2,585명에서 3,599명으로 1000명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3천명이 가까이 늘어난 구직자 수에 비해 고졸이상 장애인들의 취업자 수는 단지 228명이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취업한 장애인의 근로환경도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사업체 규모별 취업자수를 보면 100인 미만 사업장은 1180명에서 1585명, 1000인 미만의 기업에서는 모두 증가하였으나 10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는 869명에서 781명으로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법적 장애인 의무고용률 확대로 기업의 부담은 증가하기는 했으나 부담금 부담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 대기업일수록 실질적인 장애인 고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천 장애인 일자리 현황? 

 금천 구 장애인 일자리 정책은 서울시 단위로 시행되고 있다. 즉, 금천구에서는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장애인복지정책이 없으며 주로 산업보조, 복지관 파견 등 서울시에서 지정해준 일자리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올해 금천구 T/O는 43명이다. 그 외에 우리 구에서 공공근로로 일할 수 있는 경로나 일자리 사업은 없으므로 민간영역에서 일자리를 구해야한다. 그런데 2017년 11월 금천구에서 발표한 금천구 내 장애인 등록 현황에 따르면 관내 장애인은 1만 명이 넘는다. 현재 이들의 일자리나 자립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장애인에게는 멀고도 험난한 그들의 ‘일상’ 

 문제는 일자리뿐만이 아니다. 이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건 여전히 비장애인들이 아주 평범하게 느끼는 생활, 문화 전반의 모든 것들로부터 동떨어짐을 전제한다. 그 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발생한 신길역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사망사고는 대중교통 이용 시 여전히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거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필수적인 활동지원서비스에서도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활동지원사에게 무급노동을 강요하는 형태로 변질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증장애인에게 돌아올 터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장애인의 문화예술교육 기회 확대 등을 위해 지원기관을 설치 및 운영할 수 있음을 규정한 '서울특별시 장애인 문화예술문화 활동지원조례'가 시행되고 있지만 시가 설립해 운영하는 지원기관은 단 한곳도 없다. 

  

그들의 투쟁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

  2000년 이후 지하철로 위에서 격렬하게 이동권 투쟁을 했던 장애인들을 기억한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저상버스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의 투쟁이 없었다면 비장애인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 대부분의 대중교통 시설들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거나 더욱 오래 걸렸을 것이다. 모두가 의아해하고 불편했을 장애인의 투쟁이 사실은 철저하게 이윤과 효율 중심의 한국 사회를 조금씩 바꿔왔다. 장애인 복지 정책이 정부와 서울시 단위로 이루어진다고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없지 않다. 이들의 투쟁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에서 장애인의 시선으로 볼 때 어떤 지점에서 차별받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또 우려되는 부분에는 구청에 질의를 하거나 민원을 넣는 방법도 있다. 그 모든 과정이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앞당기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새솜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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