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 롯데빅마트 뒤 SY 건물 안에서는 무슨 일이?
신영프레시젼 노동조합 인터뷰
올해는 세계 노동절 128주년이다. 금천구의 대부분의 주민들은 노동자로 살고 있지만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사람은 많지 않다.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노총 등에서는 ‘노동조합을 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멀게만 느껴지던 노동조합이 늘 지나다니던 길 바로 옆에서 만들어졌다. '신영프레시젼'이란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SY란 이니셜과 함께 높게 솟은 빌딩은 가산동, 독산1동 주민이라면 익숙할 것이다.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던 이 회사 안 노동자들은 작년 12월 노동조합 등록을 완료했다. 신영프레시젼 노동조합 이희태 분회장을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1. 신영프레시젼이 어떤 기업인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인지, 노조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영프레시젼은 플라스틱 사출금형을 주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LG 와 모토로라의 제 1 하청업체로 주요 제품은 휴대폰 케이스이다. IMF 당시에 LG같은 대기업의 납품을 맡게 되면서 매출과 이익이 크게 났고 한때는 직원이 600명 정도 될 정도로 규모가 컸다. (편집자 : 사람인에 명시된 2016년 기준 직원수는 239명이다) 노동조합은 작년 2017년 12월에 노조 등록을 했다.
2.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기까지 임직원 분들의 노동 환경이나 근무 조건은 어땠습니까?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과정은 어떠했나요?
근 몇 년 간 대기업들이 (노동력이 저렴한) 제조업의 하청을 계속 해외로 보냈고 회사 안에서도 정리해고 이야기가 계속 있었다. 불안감을 가장 빨리 느낀 건 사무직이었다.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거나 설비 도입 등 경쟁력을 발 빠르게 갖춰나가야 하는데 경영진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게다가 자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13년 동안 회장이 800억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는데 배당금의 300억 이상을 골프 사업에 투자했다. 심지어 그 투자한 자회사의 전 직원들을 태국으로 해외연수를 보내거나 골프장 연수를 보냈다. 회사 안에서는 계속 사정이 어렵다며 직원들 눈치 보게 만들고, 희망 퇴사까지 받았으면서 공장에서 번 돈을 골프장에는 아낌없이 투자한 것이다. 이 부분이 직원들의 많은 분노를 샀다.
뿐만 아니라 제조부서의 한 여성 관리자의 폭언과 부당 노동행위가 있었다. 한 개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각각 여러 공정이 나누어져 있고 공정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각 공정별로 사원들이 맡은 일에 적응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관리자는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사원한테 공정을 계속 바꿔가면서 일에 적응하기 어렵도록 소위 뺑뺑이를 시켰다. 공정 하나에서 계속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공정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해당 직원은 다른 직원들한테 ‘일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거나 업무 적응이 힘들게 된다. 게다가 해당 관리자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 8시 반인데 직원들이 7시에 출근해서 청소를 하거나 잡무를 하기도 했다.
일이 없을 때는 연차 강제사용을 시켜서 못나오게 하고 잔업특근을 빼버려서 임금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이에 질려서 퇴직한 사람들이 2016년경에 무료노동과 강제연차사용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그 당시쯤 노조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한번 좌절되었다. 대신에 노동부에서 감사가 나와서 2교대 하던 게 3교대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업무 시간이 줄어들어 계약직 직원들의 임금이 삭감되었다. 이를 신고했더니 삭감된 임금을 남자직원에게만 보전해주었고 여자직원들에게는 보전이 되지 않았다. 이런 많은 부당한 일들이 쌓이고 그 후 17년에 다시 한 번 잘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12월에 노조가 만들어졌다.
3. 노조를 만들면서 혹은 만들고 나서 겪었던 어려운 점이나 경험을 말씀해주세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노조를 만들고 나서 회사의 태도였다. 노조원들이 회사에 대해 가졌던 기대나 희망이 무너졌다. 회사 직원들 중에는 근속년수가 10년 넘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의 회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는 말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노조도 더 잘해보자고 시작한 건데 이후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느냐’ 등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말들을 공개적으로 했다. 이건 단순히 모욕적인 언사 정도가 아니라 그 동안 품어온 회사에 대한 애정이 모두 상처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또한 정리해고, 희망퇴사로 계속 협박하기도 했다. 이미 노조를 만들기 전에는 1차 퇴사권고가 있었고 만든 이후 12월에도 2,3차 퇴사권고를 받아서 100명이 넘는 직원이 그만두게 되었는데 노조원도 이 중 상당 수 포함되어 있었다.
4. 최근 근황은 어떠신가요? 단협을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주요 요구안은 무엇인가요?
업무 환경에서 인권 문제가 있다. 사내 설치된 CCTV가 여직원들이 탈의시설 쪽으로 맞춰져 있거나 일을 할 때 직원 머리 바로 위에서 비추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 이런 업무 환경 부분에서 모두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로 열악한 임직원 복지가 있다. 직원의 근속 년수가 아무리 길어도 신입과 임금 차이가 별로 없었고 경조사 휴가는 주말과 겹치면 아예 허가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근로자 본인 사망 시에도 사측의 공식적인 조의금이 10만원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계약직 근로자가 1년 되었는데 정규직으로 고용을 하지 않는 문제도 있고 대기업들이 납품 업무를 해외로 내보내는 상황에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는 것도 주요 요구 사항이다. 지난 번 진행한 단체협상에서 요구조건에 대한 논의가 좁혀지지 않아 노동부 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이다. 100여개 조항 중 29조항에 대한 협상이 남아있다.
5. 노동조합이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로 불편해하거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민들이 있는데..지역주민 혹은 동네에 투쟁중인 다른 노조에게 한 마디?
사실 쟁의권을 받아놓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농성 등의 방안을 상상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한편 노조 소식지나 지역 소식지를 나누어주면 주민들이 잘 받아주시기도 해서 고마운 마음도 있다. 나눠드리는 소식지에 주요 문구를 ‘신영아, 노조하자’로 만든 것도 노조가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가 있다.
노동조합이 어떤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민들도 일터가 있는 노동자라고 본다. 노조를 하는 것은 엄청 어렵고 큰 문제만 해결하기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라 일하면서 느끼는 작은 불편에서부터 바꿀 수 있도록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노조를 만드는 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또한, 현재 금천 수 병원에 연대를 종종 같이 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노조하시는 분들과 노조 할 권리에 대해 연대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같이 하고 싶다.
<사진 출처 - 신영프레시젼 홈페이지>
박새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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