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가르치고 주민이 배우는 일본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본어 강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곳은 우방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 탁구장. 흠 없는 녹색 탁구대 위에는 라켓 대신 책과 공책이 놓여있고, 형광등 조명 아래 두 명의 초등학생과 어른 몇 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시흥동 우방아파트는 올 해 11월 23일부터 일본어삼매경에 빠졌다. 입주자대표회의 감사인 신철호 씨가 인터넷 카페에 ‘아파트 인재를 구한다’ 는 공고를 올리자, 주민 김 실 씨가 일본어 30년 경력의 재능을 아파트 주민을 위해 선뜻 내어놓은 것이다. 
이 때 부터 우방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 탁구장에서는 매 주 수·금요일 저녁 7시·8시에 일본어 초급반과 중급반 강좌가 열리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 초급반 수업에서는 10명의 주민이 모였다.
이 날은 전 시간에 대한 복습과 설명, 그리고 과제에 대한 쪽지시험을 보는 모양이다. 
쪽지시험도 시험인지라, 주민들은 긴장하는 듯 했다. 쪽지를 받자마자 답을 써내려가는 성실파 학생, 하나도 모르겠다며 전전긍긍하는 학생, 자신의 시험지 보다 옆 학생의 답에 더 관심이 가는 학생 등 임하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선생님은 한 술 더 뜬다. “답답하면 보고 베끼세요. 단, 베끼더라도 익혀야 합니다.”며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시는 모습에서 베테랑 교사의 연륜이 묻어난다.

“도리가 뭐야?”
“도리도리할 때 그거 아냐?” 어느 분의 농담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아니, 혹시 새 아니야? 왜 고도리 할 때 새 나오잖아.”
선생님이 “새가 맞다”고 하자, 모두들 “아하!” 탄성을 지른다.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긴장은 사라지고, 공부하고 웃으며 서로의 지식과 마음을 나눈다.

어느 새, 50분이 훌쩍 지났다.
수업 내내 질문도 하고 열심이었던 배선영 씨(31세)는 “아파트에 일본어를 한다는 방송이 나와서 참여하게 되었다. 이렇게 모여서 하니 재미있다. 동네에서 하니 저녁에 해도 오가는데 위험하지 않고 편안하다. 선생님이 질문에 자세히 대답해 주셔서 학원보다 질 높은 교육이 되는 것 같다.” 며 만족감을 표했다.
젊은 사람 못지 않게 수업 내내 총기를 뽐내던 지영숙(77세)씨는 “젊은 사람들, 동네사람들 얼굴보고 알게 되고 대화도 되고 재미있다. 못 따라할 줄 알았는데 어렸을 때 잠시 배웠던 기억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며 요즘 일본어 배우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내가 가진 경력을 가지고 이렇게 봉사할 수 있으니 좋다. 배움에 열성 있는 주민들을 보면 (내가 가진 것을) 전수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주민 김 실 선생님과 같은 동네 학생들의 열기 속에 시흥동 우방아파트의 겨울 밤이 깊어간다.

김수진 기자



우방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탁구장에는 매 주 수,금요일 저녁에 무료일본어 교육이 열린다.


같은 동네 주민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김 실 씨. 그는 일본어 30년 경력의 베테랑 교사이다.


일본어의 배운 내용에 대해 물어보고 대답하는 수강생들


한 주민이 과제로 내 준 단어에 대한 일본어 쪽지 시험을 보고 있다.




우방아파트 주민들은 일본어 공부 뿐 아니라 담소를 나누며 이웃의 정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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