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수레로 떠나는 골목여행
“얘들아 뭐하고 놀까?” 시흥5동 방범순찰대 옆 책이 가득담긴 수레 앞에서 8명의 초등학생 쯤 돼 보이는 아이들에게 은행나무 도서관 김현실 관장이 물었다. 김 관장의 물음에 아이들 저마다 하고 싶은 놀이를 소리 높여 말한다. 누군가 말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요~”란 말에 김 관장이 반응한다. “그거 좋다. 나 그 놀이 알아”
지난 28일 토요일 오전 10시 은행나무 어린이 도서관에서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하는 ‘책수레로 떠나는 골목여행’현장을 찾았다. 나른한 골목이 모처럼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깨어났다. 무슨 일 인가 갓난쟁이를 업고 나온 할머니, 저 멀리 2층 장독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흐믓하게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보시는 할머니, 가던 길을 멈춰 서서 한참을 지켜보시던 또 다른 할머니는“나도 같이 놀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어르신이 많은 동네인 듯 아이들의 놀이를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은 거의 할머니들이다.
본격적인 골목탐방이 시작됐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탐방이다. 두 팀으로 나뉘어 지난 탐방 때 찍었던 사진을 들고 이전에 갔던 골목길을 되짚어 갔다. 지난주에는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절구통이며, 보라색 담장 위에 어지러이 핀 라일락 꽃 가지가 정돈 된 모습이며, 피아노학원 문에 붙여진 ‘개똥, 고양이똥 화분에 버리지 마세요. -피아노학원’ 안내문구가 정겹다.
골목탐방에서 마을의 역사를 발견했다. 시흥현대아파트 앞 표석에는 [흥선대원군 별장터, 고종의 생부 흥선대원군이 지은 별장터. 현재는 철거되었으나 1985년까지 서울대가의 전형적인 정원과 담장이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했다.]라고 쓰여있다. 김 관장은 아이들에게 흥선대원군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며, 옛날 이 앞에 개천이 흐르고, 아파트가 있던 자리에는 아흔아홉 칸짜리 대가집이 있었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탐방이 끝날 즈음 8명이던 아이들이 12명으로 늘었다. 시끌벅적한 친구들의 소리에 같이 놀고 싶어 중간에 참여한 아이들이다. 탐방 후 책수레 앞에 모여 이전 탐방 때 찍은 사진을 오려 붙이며 이야기가 있는 지도를 그렸다. 사진밑에 정현이 이모네 떡볶이집, 희동이 똥, 으리으리한 집, 화분 많은 집, 흥선대원군 99칸 집 등의 이름을 적는 아이들 표정이 제법 진지했다.
골목탐방에 첫날부터 참여한 이현아(금천초 4)양은 골목길 탐방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로 지난주 우비를 입고 골목 이곳저곳의 사진을 찍었던 일을 꼽으며 “가장 웃긴게 가다가 좁은 골목길에 개똥을 발견했어요. 그 모습이 그냥 웃기면서도, 개똥은 가만히 있는데 비에 흩어지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책수레로 떠나는 골목여행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골목길에서 책을 읽으며, 음식을 나누어 먹고,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등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쯤은 어린아이와 같이 놀며, 그 옛날 어린시절로의 추억여행을 해 보심이 어떠하신가.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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