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읽기 학부모강좌 동네방네 book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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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날려버리는 마음 빨래터
책을 읽던 도서관이 빨래터로 변했다. 지난 5월10일(목) 독산4동 꿈씨어린이작은도서관 벽면에 걸려있는 시계의 바늘이 오전10시를 가리키자 30~40대 젊은 아낙네들이 하나둘 빨래터로 모여들었다. 뱀, 세일러복, 뱃살, 터미널, 바지에 실수, 첫사랑, 시아버지 생신날, 아버지의 담배… 이날 빨아야 할 기억의 빨랫감들이다.
“당신은 언제 빨래를 하는가?” 교육문화 공동체 ‘이야기 숲’ 강사 오영애씨가 이날 모인 11명의 학부모들에게 동화책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엄마’를 읽어주고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다. “많이 쌓일 때” 8개월 아이를 업고 나온 이승미(38, 시흥2동)씨의 대답에 또 다른 대답들이 이어진다. “기분 안 좋을 때요”, “더러울 때요”, “화 날 때” 강사는 “쌓인 것이 더러워진 옷 이던, 다른 무엇이던 빨래를 하면서 오는 또 다른 감정이 있을 겁니다. 오늘 지우고 싶은 기억을 빨아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하얀 손수건과 펜을 나누어 주었다. “손수건에 지우고 싶은 기억을 적고 빨래터에 가서 손수건을 빨아 보겠어요.”
도서관 한켠에 마련된 빨래터에는 물이 담긴 바가지 5개가 놓여있고, 그 앞에 6~7세 어린이 키 만한 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빨랫줄이 거미줄처럼 쳐져있다. 빨래터에 모여 앉아 수다도 떨면서 손수건을 빠는 풍경이 옛날 빨래터 아낙네들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빨래를 탁탁 털어 말리는 소리에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빨래 후 동그랗게 둘러앉아 빨아 버린 기억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 전 아들만 있는 집이라 딸처럼 잘 해주겠다던 시어머니의 거짓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던 참여자 들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젖먹이 아이의 밥줄 시간을 생각하는 자신에게 화가 났었다고 말하는 한 젊은 엄마의 눈물에 모두들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참여자들은 강좌후기로 ‘시원하게 잘 빨고 갑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일이 하나씩 나타나 당황했습니다. 집에 가서 아이들과 해보고 싶네요.’, ‘힐링캠프 시간을 갖는 기분입니다. 좋은 그림책과 좋은 강의만 듣는 것만 기대했었는데 마음까지 치유 받으니 더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적어냈다.
독산4동 꿈씨어린이작은도서관에서는 지난 3월29일부터 5월24일까지 관내 주민을 대상으로 즐거운 책읽기 학부모강좌 ‘동네방네 Book소리’를 열었다. 이날 열린 ‘훌훌 날려버리는 마음 빨래터’강좌는 ‘동네방네 Book소리’ 9개 강좌 중 7번째 강좌이다. 꿈씨어린이작은도서관 최경미관장은 “지난 1월 개관 후 처음으로 여는 주민참여 프로그램이다. 참여자가 끊임없이 제안하고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을 낳는, 주민참여로 인하여 함께 만들고 싶은 도서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이번 강좌를 통해 모인 주민 10여명이 책 읽는 어른 모임과 같은 동아리를 형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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