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꿈꾸며…

구청 앞 길가에 주~욱 걸려있는 연보라색 현수막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큼지막하게 붓글씨 느낌으로 한정담 이라고 적혀있다. 배경으로 검을 휘두르는 한 남자의 실루엣과 노란 나비 한 마리… 현수막은 금나래아트홀에서 공연될 뮤지컬「한정담」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 현수막이 눈길을 끈 이유는 커다란 글씨도, 멋진 검사도, 아름다운 나비 때문도 아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한정담 이란 큼지막한 글씨 아래 상대적으로 작게 써진 문구 하나,  ‘한우물 이야기’였다. 한우물은 금천구를 대표하는 유적의 하나로 호암산 정상에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우물이다. ‘이 우물에 설화 같은 것이 있었나?’ 라는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극단 [노을]
지난 1월 31일 한우물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어 공연한다는 극단 [노을]을 만나러 금나래아트홀로 갔다. [노을]은 금나래아트홀 공연장 상주예술단체로서 지난해 이맘 때 즈음 뮤지컬 ‘눈의 여인’과 차성수 구청장이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연극 ‘금천구 시흥동 2012번지’ 등의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노을이 금나래 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첫 작품으로 호암산 한우물을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 뮤지컬「한정담」을 이달 22일부터 23일까지 이틀간 총 3회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왜 한우물 이야기인가?
극단 [노을]의 대표이자 「한정담」의 연출을 맡은 이신영 대표는 한우물 이야기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금천구 금나래아트홀 공연장 상주예술단체로서 2년차에 들어서면서, 금천구를  대표할만한 문화상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그래서 가능한 지역의 역사와 유래를 찾다 보니, 한우물 유적을 알게 되었다”고 “한우물 터가 옛날 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했으며, 기우제를 지냈던 곳으로, 그 안에서 전쟁과 사랑, 구원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싶어 소재로 차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한정담」
장르를 보면 무협과 활극이 있는 퓨전사극으로 특히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해 세계적 고전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동시대적 배경과 결합하여 새로운 로맨스로 만들었다. 이 대표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지만 그 안에 굉장히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며 “재미도 있지만 감동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소개하는 뮤지컬 「한정담」은 이렇다. 한우물 이야기를 풀어서 ‘한정담’이라고 한다. 한우물은 집에 있는 작은 우물이 아니라, 마을 급수를 해결하는 커다란 우물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풍요롭고 넉넉하게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이 가뭄이 들면서 마음이 각박해진다. 우물을 둘러싸고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인간의 욕심이 드러난다. 우물을 차지한 이화의 아버지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안주려고 하고, 이화는 마을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우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우제를 지내러 가던 중 도적을 만난다. 이때 한우물 근처에서 석구상을 조각하던 검객출신 석공인 미호가 이화를 구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신분의 격차는 둘의 사랑에 장애가 된다. 이들의 사랑을 지켜주려다가 죽임을 당하는 미호의 친구 석출까지, 이들의 사랑은 갈수록 어려워져만 간다고.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
주인공인 이화 역에 뮤지컬 ‘빨래’에서 좋은 연기를 펼쳐 보였던 배우 이세나 씨가, 미호 역에 강명환, 이용규 씨가 더블캐스팅 됐다.
2월 22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금나래아트홀 공연장 안쪽에 마련된 연습실을 찾았다. 2개의 연습실에서 각각 노을단원으로 구성된 배우들과 주연배우들이 따로 노래연습 중 이었다. 노을 단원들로 구성된 배우들의 연습실에서는 10여명의 배우들이 둘러앉아 앞에 마련된 키보드를 치며, 해당 파트의 배우 서넛이 나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또, 3명의 주연들이 연습 중인 연습실에선 기다림의 애절함이 슬프지만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침 극의 주제곡 ‘애닳아’를 부르고 있었다. ‘애닳아 나의 마음이 애닳아, 그대 없는 삶은 어떤 행복도 없어, 애닳아 나의 마음이 애닳아, 내 마음은 그댈 향한 마음뿐이네 [애닳아 중]’ 왠지 중독성 있는 노래로 잠시 들었을 뿐인데 연습실을 나와서도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노래였다.

「한정담」을 통한 바람
금천구에는 이렇다 할 문화시설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중고생, 가족단위로 공연을 보려면 먼 곳까지 가야하고,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이 대표는 “우리 지역에서도 어느 정도 수준 있는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완성도를 기해서 만들 것이다. 해마다 조금씩 수정보완해서 정기적으로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한정담이 잘 돼서 가산디지털단지 같은데 조그맣게 전문공연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꼭 한정담이 아니어도 상설공연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뮤지컬 「한정담」은 2월 22일, 23일 금나래아트홀 공연에 이어 3월부터 4월 초까지 5주간 혜화동에 있는 노을소극장에서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또 영등포아트홀 상주예술단인 와이즈 발레단과 올 상반기 교류공연이 예정돼 있다.
입장료 삼천원의 행복, 뮤지컬「한정담」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함께 2013년 새 봄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다.

뮤지컬 한정담 연습실 풍경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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