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금천구 학생들이 부르다

 금나래아트홀을 가득 메운 117일의 도전


지난 2월 23일 금나래 아트홀에는 관내 고등학생들이 펼치는 레미제라블 스쿨 에디션 뮤지컬 공연이 펼쳐졌다. 

‘레미제라블 스쿨에디션’은 원작자와 저작권자가 전세계 학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비영리 공연 라이센스로 영미권 국가를 중심으로 많은 중·고등학생들에 의해 수많은 공연이 이뤄지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금천뮤지컬스쿨이  첫 사례다.

이날 공연은 작년 11월18일 학생/학부모 설명회 및 갈라쇼를 시작으로 11월 23~24일엔 오디션을 진행했으며,  선발된 배우 40명, 스텝 30명, 합창단(문일고) 32명 등 총 100여 명의 학생들과 117일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시간이었다. 

하루 2회에 걸쳐 1,200명이 넘는 관객으로 아트홀을 가득 메웠다. 긴장감 속에 2시간의 넘는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감동했다.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온 임지수(동일여고) 양은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아 전문배우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앙상블팀의 이무성 학생의 할머니는 “뮤지컬을 처음 보는데 좋은 것 같다. 손자가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구로구에서 온 박지현(영등포여고) 양은 “잘하고 멋진 공연 같다. 학생들이 전문뮤지컬배우가 된 듯하다. 이런 기회들이 학생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산고등학교 김홍섭 교장도 “놀라울 정도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열심히 노력한 모습이 보이고  금천구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봤다.”고 칭찬했다. 문일고등학교 신경실 교장 역시 “아이들의 가능성이 무한한 것을 다시 느꼈다. 금천구의 저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시흥1동 주민 진선희 씨는 “이런 학생들의 역량이 서로 만나니 좋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회 공연을 마친 배우와 합창단은 상기된 표정으로 600여 관객들의 뜨거운 커튼콜을 받았다. 

공연 5일 전 

학생들은 공연 준비의 어려움으로 ‘연습공간’과 ‘시간’을 꼽았다. 배우 40명이 움직일 수 있는  무대공간이 충분치 않다보니 시간에 따라 구청 대강당, 아트홀, 호암노인복지관, 청소년휴카페 등 여기저기를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면서 연습을 진행해야 했다. 

기자는 공연 5일 전 연습 중인 2월 18일 금나래 아트홀을 찾았다. 이날은 온종일 연습이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부터 모여 공연복 점검과 사진촬영 및 개인연습을 하고 오후부터 전체 총연습을 하며 무대 동선을 잡았다.  

본격 연습에 앞서 배우를 만났다. 장발장 역 김선형(독산고2) 군은 “2차 오디션을 못 봐 합창단으로 들어가 장발장 백업배우로 됐다가 최종적으로 1번의 공연에 서게 되는 험난한(?)과정이었다. 영어대사 부분이 쉽지는 않았다. 공연을 후회 없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발장 역 이승현(문일고), 김선형 (독산고)>

<코제트 역의 김예지(동일여고2), 김아현(독산고2)   앙상블의 박영준(독산고)>


어린 코제트 역 이은빈(9세) 양의 어머니 양희경 씨는 “아이들 노래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 같아 본 공연에 대해 기대가 크다. 주변에서도 정식사용권을 받아 공연한다고 하니 놀라고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강민주 양(11살)의 어머니도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민주가 걷는 게 조금 불편해 못할 줄 알았는데 영어나 노래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잘 따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견해 했다.  

앙상블로 죄수, 농부, 선원, 학생 등의 다양한 역할을 맡은 박영준(독산고2)군은 “처음에 스텝으로 지원했는데 앙상블을 하게 됐다. 뮤지컬이라는 것을 처음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 같다. 합창할 때 다른 사람과 화음을 맞춘다거나 안무를 소화하는 것이 힘들었다. 멋지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공연을 앞둔 소감을 건넸다. 

코제트 역을 맡은 김예지(동일여고2), 김아현(독산고2) 양은 뮤지컬과 영상미디어에 관심이 있던 친구다. 김예지 양은 “영상학과 미디어에 관심 있어 처음에 스텝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스텝도 오디션 볼 때 노래를 시켰고 거기서 캐스팅했다.”, 김아현 양은 “원래 뮤지컬에 관심이 많고 배우가 하고 싶었지만 막연한 꿈이었다. 워낙 노래 잘하는 사람도 많고 이쪽으로 원하는 사람도 많다 보니 꿈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공연을 하게 돼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공연 5일 남았다. 떨린다. 주변에서 엄청나게 기대하는 것 같다. 공연을 마치고 배우로서 느끼는 것도 많고 연출과정도 보면서 느낀 것이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베르 역을 맡은 장준혁 (독산고2) 군은 “원래 음악 쪽에 관심이 있었지만 관련 활동은 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이 알려줘 지원했는데 좋아하는 것들이라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프로배우들의 공연영상을 정말 많이 보면서 연습했다.”고 말했다. 

장발장 역의 이승현(문일고 3학년) 군은 “학교 음악 선생님의 추천으로 지원했다. 뮤지컬 형식이나 연기가 처음이라 어려웠다. 영화만 봤을 때와 다르게 캐릭터의 캐릭터 감정과 고민도 함께 생각하게 돼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120일간의 길고 큰 경험들이 미래 금천구 동량들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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