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장애인당사자·장애인가족들의 상호 공감과 소통을 위한 장이 마련됐다.
금천구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지난 1일(화) 저녁 7시 금천구청 평생학습관 제1강의실에서 민·관이 소통의 즐거움을 함께 하는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금천구지역사회복지협의체 소속기관 관계자를 비롯해 주민 70여명이 참석했다. 금천구지역사회복지협의체 장애인분과는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비롯해 장애인복지관련 공공·민간의 12개 기관의 복지네트워크로 금천 장애 지역주민의 복지체감도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토크콘서트는 청소년장애인가족과, 여성장애인, 성인중증장애인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진행됐다. 패널로는 지적·자폐 장애 자녀의 어머니인 이성미씨와 중증장애인가장 남길우씨, 김태순 금천구 수화통역센터장, 금천구 유광봉 복지문화국장, 금천구의회 채인묵 복지건설위원장 총 5명이 참석한 가운데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황백남 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황 소장은 본격적인 토크콘서트 진행에 앞서 “’장애를 말하다!‘이 의미를 되살려 같이 참여하고 다 같이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크콘서트는 3가지 영역을 대표해서 나온 패널들의 이야기를 유 국장과 채 의원이 경청하고 답변을 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중증발달장애센터와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청소년 장애인 가족을 대표해서 나온 이성미씨는 지역에서 장애인을 함께 책임 질 수 있는 제도와 중증발달장애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씨는 “발달장애인들은 두 돌 때부터 발달장애 진단을 받고나서 영유아처럼 평생을 살아가야 하고, 중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처럼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한참 나이인 스무살, 서른살이 되면 힘이 장사인 반면 그 부모들은 갱년기가 되고 노인이 되는 것이 현실인데도 아무런 지원책이 없다.”며 엄마가 죽거나 아파도 우리 아이들은 보장되는 삶이 없어 온전히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 아프면서도 아이를 끌고 다녀야하고, 죽으면서도 남겨진 자식 걱정에 눈도 못 감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지나다보면 구립유치원이나 노인요양시설이 번듯하게 생기고 주자장도 생기는 것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발달장애센터 하나 없는 것이 우리 금천구의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씨는 복지관 등에서 중증장애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씨는 “일반인들은 가난하고 힘들수록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발달장애인들은 힘들수록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정말 없다.”며 “복지관에서도 심한 아이들은 두 명이 들어가면 경증아이들 세 명이 들어 간 것으로 하는 제도 등이 마련되야 선생님들도 덜 부담이 되고, 부모들도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의 발표에 이어 유 국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유 국장은 “지적·자폐장애인 돌봄과 관련한 사업이 현재 미미한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시 차원에서 관련 시범사업을 계획중이다. 이 사업들이 확정이 되면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고 구에서도 유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송파구 세모녀 자살 사건을 이야기 하며 “이번에 복지사각지대 긴급지원 발굴을 하면서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장애아를 가진 가족에 대해 특별히 조사하자는 것”이라며 “금천구장애인복지관에도 도움을 요청해 놓았다”고 덧붙였다.
전용창구 아직도 부족
장애여성을 대표해서 나온 김태순 금천구 수화통역센터장은 장애인 임산부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부족과 주민센터의 불친절, 관공서 및 은행·대형마트 등에 장애인 전용창구의 필요성,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더럽게 방치되고있는 영상전화기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센터장은 주민센터의 서비스에 대해 “장애인을 우선해서 서비스 해 주지도 않을뿐더러 밝은 표정으로 대하지도 않았고, 장애인 전용창구 또한 없어 너무 속상했다”며 농아인인 그녀가 소통이 되지 않아 메모지를 달라고 요구했을 때는 메모지가 있는 곳을 눈짓으로 가리켰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동주민센터에서도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화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간단한 영어나 일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약간의 수화를 배워서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장애인전용창구에 대해 구의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를 해 보겠다”고 답하며 “장애인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조례를 다시 의회에 들어오게 되면 적극적으로 추진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례가 만들어 진다면 제안하신 것들을 다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 된다”고 덧붙였다.
유 국장은 먼저 주민센터의 불친절함에 대해 대신 사과를 했다. 이어 그는 “변명같지만 우리동의 사회복지사 분들이 굉장히 일에 찌들려 있다”며 독산1동에서 작년에 결혼을 했던 한 직원이 민원인을 상대하다가 유산을 당한 사례를 이야기 했다. 유 국장은 “그런부분이 있어 계속 건의를 해서 하반기 정도에는 일력보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저희가 충분히 교육을 시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또 수화교육에 대해 “간단한 수화교육은 큰돈 드는 것은 아니고 저희가 의지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달에 30만원으로 세식구 생활!
성인중증장애인을 대표해서 참석한 남길우씨는 본인뿐만 아니라 부부가 모두 장애인이다. 남씨는 중국에서 장가를 왔다고 조금은 서툰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들 부부는 이날 토크콘서트에 27개월된 아이와 함께 참석했다.
수급비를 약 88만원 정도 받고 있다는 남씨가족은 LH공사로부터 융자금 5천만원을 받아 보증금 5천에 월세 10만원짜리 집에서 살고 있다. 매달 월세와 함께 융자금에 대한 이자 8만원을 내고, 수도세, 전기세, 가스비 등 공과금이 한 달에 약 40만원이다. 결국 이들 세 식구는 3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남씨는 “집도 워낙 오래된 집이라 수리해야 할 곳도 많고 우리아이에게도 다른 부모들처럼 좋은 학교도 보내고 싶은데 우리의 조건으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 국장은 “제도적으로 도와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복지부에 전달을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집수리부분은 민간자원을 통해서라도 연계해서 그 부분만이라도 우선 가능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채 의원은 “가산동에 글로벌빌리지가 설치중에 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활용을 해보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지원비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저희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최선을 다해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패널들과의 토크를 마치고 현장의 질문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한 장애인 주민은 “금천구의 장애인 콜택시 차고지가 불안하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차고지가 없어지면 아침시간대에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기가 어렵다. 차고지로 구청 지하주차장 일부를 할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유 국장은“지난번에도 한번 검토했던 사항이었는데 다시 한번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황 소장은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하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서울시 각 정당 후보들에게 정책공약 몇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 가지 정책공약을 제안했다. “서울시 각 자치구에서 공사가 이루어지면 발주를 하는데 선정된 업체들에게 0.2%이던 몇 퍼센트라도 사회공원 기금을 유치하자는 것”이다.
유 국장은 황 소장의 제안에 “현재 장애인복지기금이 형성돼 있다”고 말하며 “그러나 원금을 훼손하지 않고 이자로만 운용을 하다보니 사업이 지지부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공원기금도 안으로 제시를 해 주신다면 서울시에 건의를 해 보겠다”고 말했다.
1시간으로 예정됐던 토크콘서트가 참여자들의 열의로 약간 길어졌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의 사정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주민들이 몇몇 눈에 띄였다. 이날 토크콘서트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발판이 되어 장애·비장애를 뛰어넘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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