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중증장애인이 연달아 참사를 당했다.  4월13일 장애3급 송국현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사이 화재로 인한 화상으로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3일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4월16일에는 장애1급 희귀난치성중증근육병을 앓고 있던 오지석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사이 인공호흡기 마스크가 분리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세월호 참사 사건. 온 국민이 안타까움으로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발생 이후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제각각 대응은 구조작업의 늑장 대처와 오보로 이어지고, 절박하게 애원하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정부는 ‘기다려라’ 말 뿐이다.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납득할 수 없는 일련의 행태가 장애인 복지현장에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장애인들은 매일같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4월 13일(일) 오전 11시경 서울시 성동구의 한 주택가에서 불이나 장애 3급인 송국현(남, 53세)씨가 팔, 다리, 얼굴 등 3도 화상의 중태에 빠져 결국 3일 후 사망했다. 

송씨는 1986년 사고로 장애를 입은 뒤 1990년 장애인 생활시설에 거주하다 지난해 10월 시설을 나와 자립을 시작했다. 

이번 사건은 송씨가 장애3급 판정으로 2급 장애인까지만 주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해 일어난 참사다. 화재 당시 송씨의 옆방에 거주하던 1급 장애인은 오전 10시경 활동보조인과 외출을 하면서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송씨는 국민연금공단에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제도(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기준)때문에 철저히 외면당한 처지. 사고 며칠 전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장애등급 재심사를 요청했지만 이의 신청서도 제대로 접수하지 못했다. 

중증장애인에게 있어 활동지원제도는 생존권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지원제도의 부조리는 송씨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작년에도 이와 유사한 장애인의 화재로 인한 죽음들이 연이어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시군구를 통해 활동지원중계기관들에 긴급지원대상자 현황표를 제출하라며 긴급통보를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제도개선은 없다. 담당부서의 면피(免避)를 위한 구실일 뿐이다.   

송씨의 사망소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이어 또 가슴아픈 사건을 접했다. 

지난 4월 16일 송파구에 거주하는 호흡기 착용 중증장애인 오지석(남, 32세, 장애1급-희귀난치성 중증 근육병)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인공호흡기 마스크가 분리되어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이다. 

16일 오씨는 ‘송파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하여 자신과 같은 중증호흡기장애인의 삶과 자립생활로 인해 갖게 된 꿈과 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알려내며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장본인이었다. 

이 날 오씨는 행사 후 귀가하여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1시간 사이에 24시간 착용하고 있던 인공호흡기의 마스크가 분리되어 생명위급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그는 송파구 장지동의 임대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으며 부양의무자인 어머니와 살고 있어 독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호흡기를 착용한 중증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국비로만 360시간 이상이 지원되는 독거장애인특례적용에도 제외되어 한 달에 총278시간(복지부118시간, 서울시 100시간, 송파구 6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만을 받고 있었다. 

이는 하루에 10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으로 나머지 14시간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다. 사건당일에도 활동보조인이 오씨를 침대에 눕히고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본인이 할 수 있게 셋팅을 하고 퇴근한 사이, 어머니가 오씨를 돌보다 병을 얻은 어깨통증치료를 위해 잠시 집을 비운 사이에 발생했다. 

평소 오씨는 부족한 활동보조시간으로 인한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스마트폰을 컴퓨터로 원격조종할 수 있는 마우스위에 늘 손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조심했다. 

그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원격조종 가능한 IT기기 뿐. 사고 당시 오씨는 잠든지 45분만에 인공호흡기에 문제가 생겨 가족에게 다급히 전화를 했고, 119구조대원과 병원치료를 받던 어머니가 10분만에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장이 정지된 상태였다. 

최근 발생하는 장애인들의 죽음과 안타까운 소식들은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당사자에게 맞춘 지원서비스가 아니라 등급판정에만 의존하는 공급자 중심의 복지서비스에 의한 폐해(弊害)이다. 

장애계에서 한 목소리로 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제도 720시간보장을 요구한지 벌써 2년이 지났지만 정부는 아무런 답변도 없다. 기다리라고만 한다. 기다리는 동안 세월호의 무고한 학생들이 죽어가듯 장애인의 싸늘한 주검을 매일 만나는 이 현실에 분노가 치민다. 정부가 만든 장애인복지제도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정지원  사무국장

사람희망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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