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같은 폭우시 또다시 침수피해 어쩔수 없어
작년 9월 21일 추석을 앞두고 서울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그로인하여 가산동 일대와 시흥4거리 일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고통스러운 명절을 보낸 아픔을 겪었다. 6월 우기가 시작되면서 구청의 풍수해대책을 점검해보고자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은 두 지역을 찾았다.
시흥4거리. 현대시장 입구에 있는 한 상점을 방문했다. ‘부름양행’을 운영하는 정복진씨는 작년 수해이야기를 하더니 잘 왔다며 바로 직접 그린 지도 한 장을 보여준다. "나는 금천구에서 나고 시흥4거리 근처에서 자랐다. 그래서 복개되기 전의 물의 흐름을 잘 알고 있다. 그에 맞추어 대안을 마련해봤다"고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작년의 침수 상황을 물으니 10~15분 사이에 물이 차오르더니 다시 5분정도 있다가 물이 쭉 빠졌다고 한다. "안양천이 만수된 것도 아니었다. 시흥2,4,5동의 물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그러다보니 시흥4거리 지하에 있는 하천에서 물이 빠져 나가지 못하면서 물이 차오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시흥4거리로 유입되는 빗물을 줄이는 대안으로 시흥2동과 시흥계곡의 물을 은행나무 4거리부터 따로 지하수로를 신설, 시흥펌프장으로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럼 가산동은 어떨까?
가산동에 반 지하 슈퍼를 운영하는 이순덕씨도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8년전 2001년에 이어두 번째 겪은 수해라고 한다. 작년 이야기를 하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작년 추석 물에 잠기고 나서 이 근방에 주민 10가구가 넘게 이사를 갔다. 이렇게는 못산다고…비가 계속 오고 물이 점점 불어나서 물을 계속 퍼냈다. 한참을 퍼내다가 물 퍼내기를 포기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씨도 대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물이 차기 시작하면 하수도 맨홀이나 가산디지털단지역 앞의 하수관을 덮고 있는 강철판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자신의 슈퍼 뒤편으로 침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게 앞에 있는 맨홀을 열어 더 이상의 침수를 막았다. 작년처럼 비가 쏟아지면 빗물받이 우수관으로는 감당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게(맨홀뚜껑) 상당히 무겁다. 혼자 힘으로 들 수도 없다. 그래서 구청과 동사무소에 도움을 청하려 해도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지나가는 소방관을 부르니 자기 소관의 일이 아니라고 그냥 가버렸다. 폭우가 내려 침수가 시작되면 그곳으로 누구든 와야 되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게다가 침수된 곳에 물을 빼내기 위하여 비치된 펌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보관하고 있어 그것으로 물을 퍼낼 수 있었다고 한다.
가산동 빗물은 구로펌프장으로 모인다. 구로펌프장을 관리하는 구로구청 침수팀 담당자는 "당시 구로펌프장에는 빗물이 도착하지도 않았다"며 작년 침수의 원인은 빗물이 하수도로 유입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반면 금천구청 침수팀 담당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어느 한 가지를 원인으로 꼽지는 않았다.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관내 펌프장의 펌프를 증설했다. 이는 구로펌프장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빗물이 들어가는 빗물받이를 연속형 빗물받이로 교체하여 쉽게 하수관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흥동의 경우 시흥2동 부근에 빗물저수조를 구축할 것을 시와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설비를 늘리는 것도 예산 등의 한도가 있다며 작년처럼 내린다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2001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가산동과 시흥4거리 주변이 침수된 것에 대하여 폭우시 두 구역을 담당하는 사람을 둘 수 없느냐의 질문에는 "어느 한곳만 할 수는 없다. 전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이다.
2장마철을 맞아 주민을 만나보니 구청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작년 침수 후 상가에는 100만원, 주거용은 200만원씩 보상했다고 하지만 이후 후속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방안을 마련했는지 주민들은 궁금해 했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나오는 길에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바뀌는 게 있나?”라는 말이 귀에 맴돌았다.
<지도를 보여주면 설명중인 정복진씨. 작년 수해를 겪고 스스로 연구했다고 한다>
<정씨가 직접그린 제안도>
<가산동 이덕순씨가 이야기하는우수 맨홀. 집중 호우로 물이 차기 시작하면 이 맨홀을 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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