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옷과 모자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근처 마트에만 가도 파격적인 가격으로 옷들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옷들은 길어야 한 두 해 입을 수 있을까, 게다가 거리에서 내가 입은 옷과 똑같은 옷을 입은 낯선 이들을 마주쳤을 때의 민망함도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대량생산에 밀려 주춤했던 뜨개질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특히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뜨개질 가게에는 나만의 옷이나 모자를 뜨거나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바늘과 실을 교차시킨다.

독산동 남문시장 한 켠을 13년 째 지켜온 황금손 뜨개방은 하루 평균 2-30명이 드나드는 뜨개질 가게이다. 사장님의 꼼꼼한 지도가 입소문을 타고 동네주민들은 물론이고 서울시 다른 지역, 심지어는 양평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어렸을 때 성냥개비로 큰아버지가 뜨던 장갑을 따라해 봤다는 김강실 사장은 “뜨개질 옷은 사서 입는 옷과 차원이 다르다. 얼마 안 입으면 늘어지는 기성복과는 달리 좀만 쓸지 않는다면 백년도 입을 수 있다. 디자인이나 색깔도 무궁무진하다.” 며 뜨개질 옷에 대해 자랑한다.

매장 안에는 각종 뜨개실과 작품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한 켠에는 이불을 덮고 앉아 바지런히 바늘을 놀리는 손님들이 있었다. 모자를 뜨고 있는 독산4동 최문숙 씨는 뜨개질의 좋은 점에 대해 묻자 단박에 “잡생각이 안 든다.”고 말한다. 뜨개질을 하면 불면증이나 우울증 모두 한 방에 해결된다고.
더불어 시장이나 집에서 싸 온 반찬들을 풀어 밥도 같이 먹고 얘기도 하는 맛에 일이 없을 때마다 이 곳을 찾는다.

뜨개질의 ‘디귿’자도 모르는 왕초보라도 이곳에서 배워가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초보가 할 수 있는 제품은 목도리· 모자 정도이다. 꾸준히 하기만 하면 모자는 사흘 만에, 목도리는 일주일 안에도 만들 수 있다.

비용은 바늘까지 포함해서 목도리는 2만원 선, 모자는 만원 선이다.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여자 스웨터는 7만 5천원부터 가능하다.

만일 뜨개질에 자신이 없다면 사장님이 손으로 직접 짠 뜨개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특히 지금 가면 단종된 실과 이월 제품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십 만원에 팔던 가방을 2~3만원에, 모자도 2만5천원~5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단종된 실도 2~3천원이면 가능하다.

남문시장 뿐 아니라 시흥동 대명시장에도 남자 사장님이 오랫동안 운영하는 곳이 있고, 현대시장에도 생긴 지 오래되지 않은 뜨개질 가게가 있다.

올 겨울이 가기 전에 근처 뜨개방을 방문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보심이 어떨런지.

*황금손 뜨개방/남문시장 5구역 끝 출구 옆 (T. 3281-9774)

김수진 기자

황금손 뜨개방 김강실 사장이 손님에게 모자 뜨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황금손 뜨게방은 남문시장 5구역을 벗어나면 바로 위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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