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금천가족한마당 1박 2일 가족캠프 후기

학교에서 텐트치고, 요리도 해 먹고~

금천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조혜진


금천구 시흥5동에 참 재미있는 초등학교가 있다. 울 딸아이가 다니는 금천초등학교다. 추석이 지난 9월 12-13일에 학교에서 캠프를 했다. 오전에 갔다가 오후에 오는 그런 캠프 말고, 텐트를 치고 요리를 직접 해 먹고 자연을 느끼는 그런 캠프 말이다.

 처음에는 별로 기대를 안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하는 캠프라니... 학교 소개 잠깐 하고 요리하고 레크레이션 조금 하겠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웬걸!! 이렇게 재미있는 학교도 있었어??

 금요일 오후 4시가 되자 한 두명씩 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선생님들은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동장에 하얗게 그려진 텐트존을 보니 기대감에 가슴이 설렌다. 어릴 적 가족들이랑 다녔던 캠핑 이후로 어른이 되어서는 처음 맛보는 캠핑이다. 

 국민의례와 선서를 간단히 하고, 주의사항을 숙지한 후 바로 가족요리경연대회를 했다.  친절하고 자상한 유지영 교장선생님과 밝고 자상한 조월례 교감선생님이 심사를 맡았다. “선생님 부침개 좀 드릴까요? 무화과 좀 드세요~” 하지만 선생님들은 맛있는 음식을 눈과 코로 느끼기만 할 뿐, 드실 수 없단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서라나 ^^

 연어구이, 떡볶이, 등갈비찜, 한우불고기, 김밥, 부침개, 새우구이, 숯불바베큐까지!!! 누가 일등이고 누가 꼴등인지 알 필요도 없고 의미도 없다. 우린 그저 맛있게 나누어 먹고 해지는 저녁을 함께하며 행복했다.  저녁을 다 먹어갈때쯤 우리 금천초 자랑인 오케스트라 친구들이 각자 악기를 가지고 운동장으로 나온다. 40여명의 아이들이 예쁘게 옷을 맞춰 입고 설레는 표정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1년전 시작한 선배들부터 이제 막 1학년이 된 새내기 멤버들까지 모두가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고마웠다. 합창단 친구들까지 모여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줬다. 우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연주해준 어린이들, 그리고 이 어린이들에게 음악이라는 즐거움을 알게 해준 선생님들... 참 감사하다.

 공연이 끝나고 강당에 모여 즐거운 게임을 했다. 강사는 체육선생님같은 과학선생님, 홍은초등학교 김상훈 선생님이다. 한 명도 빠짐없이 즐겁게 놀 수밖에 없었던 시간. 나중에 1학년 친구 할머니께 여쭤보니 레크레이션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단다. 밤 9시가 되자 김상훈 선생님이 별자리에 관해 아주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별자리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 계절별 관측할 수 있는 별자리, 달의 모양변화, 표면에 관한 것들.

 그리고 야광스티커를 붙여 가족별 별자리 지도를 만들어봤다. 강당의 조명을 모두 끄니 환상적인 별자리가 나타난다.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둘러앉아 만든 별자리라 더욱 소중하다. 밤 10시쯤 우리 모두 운동장으로 나갔다. 천체망원경 두 대를 가지고 달을 관찰했다. 눈으로 보기 힘들었던 달의 표면들이 아주 자세히 보인다.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했다.

 캠프파이어때는 부모님이 자녀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시 한번 자녀들의 소중함,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어떤 엄마들은 편지를 읽으며 울먹이기도 한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똑같은가보다. 내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하루종일 뛰어다니느라 피곤한 아이들은 텐트안에 옹기종기 모여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이 든다. 짐 챙겨오느라, 일하고 오느라 피곤한 아빠들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코를 곤다. 아이들 챙기느라, 요리하느라 바빴던 엄마들은 가족들이 모두 잠든 깜깜한 밤에 한자리에 모여 수다를 떤다. ^^

 다음 날 아침밥을 먹은 후 상쾌하고 맑은 정신으로 학교 뒷산을 올랐다. 학교 근처에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등산로다. 호압사까지 가는 길이 비교적 완만해서인지 4살짜리 꼬맹이들도 힘들다는 내색없이 잘도 올라간다. 금천초 친구들도 저마다 서너명씩 무리지어 재잘거리며 즐겁게 올라간다. 저만치 앞으로 달려가는 손자를 보는 할머니도 힘들지만 끝까지 함께했다. 4학년 1반 변정미 선생님과 4학년 성훈이라는 아이가 손을 잡고 걸어가길래 물어보았다. “이 친구 선생님 반이예요?” 대답은 아니란다. “그래도 우리 4학년 친구예요~”라는 선생님. 그 둘이 정답게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날뻔했다. 선생님이 얼마나 좋길래,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주길래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선생님 손을 잡고 걸을까... 그런 선생님이 계시다는게 참 감사했다.

 목표지 호압사에 올라 보물찾기를 했다. “보물은 한 가족당 한 개씩만 유효합니다. 만약 여러개를 찾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요?”라고 선생님이 묻자 어떤 아이가 대답한다. “한개도 없는 친구에게 줘야해요~” 어머나... 아이들은 아직까지 이렇게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졌다는게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더 많이 가지려고, 한 개라도 더 찾으려고 했던 우리 어릴적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아니 나만 그랬던걸까... 이렇게 예쁜 마음씨를 간직할 수 있게 만들어준 그 아이의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을 했다. 금천초 친구들의 가족들이 가까운 학교 운동장에서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도움 주신 금천교육네트워크,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피곤했을텐데도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대해준 선생님들, 저녁 밥도 미루고 연습하고 공연해준 오케스트라 합창단 친구들, 그리고 즐거운 캠프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준 참여가족들... 모두에게 정말 정말 고맙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금천초등학교 느티나무아래 평상에 누워 기대해본다. ‘내년에도 이런 캠프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너무 잘 놀아서 몸은 조금 고단하지만, 합창단 친구들이 불렀던 <함께 걸어 좋은 길>이라는 노래를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문구점을 지나고 장난감집 지나서 학교 가는 길. 너랑 함께 가서 좋은 길

  놀이터를 지나고 떡볶이집 지나서 집에 오는 길. 너랑 함께 와서 좋은 길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손잡고 가는 길. 너랑 함께 걸어서 너무너무 좋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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