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 학교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열다
독산누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서울시 고등학교 최초의 매점협동조합이다. 인근 구로구에는 2012년 영림중학교가 매점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매점협동조합은 단순히 매점운영을 협동조합이 한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장 크게 강조되는 것이 교육적인 부분이다. 학교 협동조합의 선두주자는 말레이시아다. 2013년 기준 말레이시아의 10,587개의 협동조합 중 21%가 학교협동조합이다. 역사도 깊어 1953년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1968년에는 정부가 9개학교에 시범적으로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서울시 학교협동조합 추진단은 올해 1월19~22일에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바 있다.
(사)한국협동조합 연구소 주수원 기획팀장은 당시 말레이시아에 이렇게 많은 학교협동조합이 생긴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말레이시아 교육부 관계자와 협동조합연합회 앙카사의 알리 핫산 교수의 말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교육 철학과 협동조합이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6가지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리더십을 기르는 교육, 단 하나의 언어만이 아니라 영어와 같은 외국어도 말할 수 있게 하는 것, 영적 성숙, 국가관 제공 등을 목표로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말레이시아 교육 철학의 일부입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협동을 배울 수 있도록 협동조합에 참여한다”면서 “학생들이 중·고교 때부터 사업체 운영의 원리를 배움으로써 시장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말레이시아가 학교 협동조합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주 팀장은 “즉, 학교 협동조합을 통해 학생들은 책이 아닌 실제 체험으로 경제 활동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또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주위사람들에게 설득하고 의견을 토론하고 협의해 가는 훈련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 참을성 기르는 법,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법을 배우며 협동의 정신과 자립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라고 정리했다.
다음으로는 학교 공적자금의 순환이다. 구로구 영림중학교 매점협동조합 ‘여물점’이 그 예다. 영림중학교는 2012년 우여곡절 끝에 박수찬 전교조 출신교사가 공모를 통해 교장으로 선출됐다. 영림중은2013년 공개입찰을 통한 사업자 선정 기준에 ‘친환경 제품으로 80% 이상을 판매할 것’으로 명시했고, 낙찰 받은 사업자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며 포기했다. 그 후 두 번이나 유찰됐다. 그래서 결국 학무모들이 매점운영권을 수의계약했고, 이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는 과정을 진행했다.
매점운영을 시작한 후 1년 6개월이 지난 2014년 4월 김윤희 여물점 이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점의 수익금을 다시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순환이 여러 번 이뤄져 공적자금의 효율이 높아졌다. 처음에는 유통과 판매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 3개월간 자원봉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보수를 받는 상근 활동가가 두 명이 있다. 임대료·인건비·공과금 등을 제외하고 남는 수익은 모두 학생복지에 쓰인다. 학생들에게 간식이나 쿠폰을 제공하기도 하고, 지역 아동복지센터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나가는 기관에도 지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매점을 협동조합 형태로 학부모들이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가 깨끗해지고, 학교폭력도 사라지는 등 교육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접수되는 폭력 유형에도 우려할 만한 내용이 없어졌다. 교사들도 아이들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다른 학교에도 우리와 같은 운영방식의 친환경 매점이 많이 전파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산누리 사회적협동조합의 매점운영에 지역사회와 학교의 기대가 크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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