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하나 건지지 못한  금천구 수해민

한가위 명절이 다가온다. 모두 즐겁고 풍성한 명절이지만 힘들 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많다. 지난 7월 27일 수해를 당한 주민들 역시 이번 추석은 명절로 보내기 어렵게 됐다. 시흥5동에서 수해를 당한 백모씨는 숟가락 하나 들고 나오지 못했다. 식당을 하는 백씨는 일주일정도 식당의 책상을 붙여놓고 지냈다.

하지만 비는 계속왔고 집은 마를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아이들은 친구들 집이나 찜질방으로 내보낸지 오래됐다. 할수 없이 다른 집을 구했고 모든 살림살이를 사는데 1,200백만원이 넘게 들었다. 하지만 구에서 준 돈은 위로금 100만원이 끝이었다. 그것도 주변에서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받아냈다고 한다.

백씨가 살던 전셋집의 주인도 마음이 편하지은 않다. 1층에 세를 준 집이 3곳이 수해를 당했다. 당연히 세입자는 이사를 갔다. 숟가락하나, 옷가지 하나 들고 나가지 못했다. 집은 아직도 마르지 않아 세를 놓고 있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보증금도 빼주지 못했다고 한다. 9월 초가 되었지만 아직도 마르지 않아 문을 모두 열어 놓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었다. 집주인에게 보상비는 없다. 집주인은 세집의 보일러등을 새로 놓아야 했다.

시흥3동의 고지대에서 수해를 당한 박미영(가명)씨 및 몇세대는 9월 2일에야 처음으로 집에 들어갔다. 그동안 백산초등하교 대피소와 시흥3동 동사무소에서 지냈다.
 집에 왔지만 그냥 집만 있을 뿐이다. 양념거리 하나, 이불하나, 아이들 책도 없다. 그래도 집에 들어왔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한다. 아침에 학교를 가는 아이에게 아침밥으로 햇반에 김을 주었는데 아이가 “엄마, 집에서 먹는 밥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라고 이야기 했다한다. 추석명절을 어떻게 준비하냐고 하니 꿈도 못꾸고 있다고 한다. “집에 가보서 알겠지만 뭐가 있어야지. 오히려 친지분들이 내려오지 말라고 한다. 요즘 가전제품도 비싸고 양념거리도 얼마나 비싼데.... 이것들을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다”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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