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으로 학교폭력 예방, 안정적인 상담인력 지원 필요

지난 해 연말,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한울중학교의 한 학생이 분노에 가득 찬 모습으로 상담실의 문을 열었다. 그 학생은 학교 상담실에서 오랫동안 교사와 상담으로 마음을 나누었던 아이였다. 영문을 묻는 상담교사에게 그 학생은 이렇게 말하였다.

“선생님 제가 지금 너무 열 받았거든요. 그래서 지금 교실에 들어가면 누군가를 때리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러는데 여기서 한 시간만 쉬다 수업에 들어가면 안 될까요?”

결국 한 시간의 쉼을 통해 학교폭력이 예방된 셈이다.
단지 현상으로 보이는 것은 한 시간의 쉼이었지만, 이 아이가 스스로 폭력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 간 진행되었던 ‘상담’이라는 숨은 공로가 있었던 것이다.

학교폭력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예방책으로 학교 상담이 주목된다.
2010년부터 상담의 필요성이 인식되면서 서울시 남부교육지원청에서는 중학교에 1개 이상의 상담실을 배치하고 상담전문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금천구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해체된 가정이 많아 학교 내 상담실의 필요성이 타 구에 비해서 높다.

20년 동안 수학교사로 일하다가 2005년부터 전문상담교사를 하고 있는 한울중학교 김경아 선생님은 “우리 지역은 어렸을 때부터 양육자가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유아기 때 가정에서 상처를 받고 성장하다가 사춘기가 되면서 겉으로 표현한다. 이 때 억압된 분노가 타인에게 향하면 가해학생이 되고 자신에게 향하면 자해로 이어진다. 다른 것 없이 학교 상담을 통해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을 탐색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며 학교상담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상담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교사와 학생과의 지속적인 관계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학교 상담 인력 구조로는 상담의 지속성이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
금천구 내의 중학교 10군데 중 전문상담교사가 상주하여 안정감 있게 운영되는 곳은 한울중학교 상담실 한 곳 뿐이다.
나머지 8곳은 3월부터 12월까지 계약직 상담인턴교사 1명이 일하며 일 년에 한 번씩 계약과정을 거치고, 1곳은 상담인턴교사와 전문상담원이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불안정한 상담인력 배치에 대해 남부교육지원청 담당자는 “서울시 학교 내의 교사 및 국가공무원의 정원과 관련된 일이고 국가 예산과 관련된 일이어서 일개 부서가 해결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교육과학부나 교육청이 안정적인 학교상담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 하고 있는 셈이다.

한울중학교 김 교사는 “계약직은 아무래도 상담의 지속성이 떨어지고 전문가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한편 상담교사들은 현장에서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 상담교사를 위한 교육이나 연수 등을 통해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며 상담인력의 안정성을 위한 또 다른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김수진 기자

한울중학교 김경아 전문상담교사가 이 학교 학생과 상담하고 있다. 김교사는 겨울방학 중에서 시간을 내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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