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 배제된  기념사업을 말하다

“50주년 기념사업? 노동의 역사와 녹색을 이용하는 것”

 산업단지에 필요한 지원시설은 녹색


정부가 15일~19일간 서울디지털산업단지50주년 기념사업으로 36개의 각종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28일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회의 출범식이 진행됐다. 하지만 그 속에서 노동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떤 속사정이 있을까?  구자현 민주노총 남부지구협 미조직특별위원장을 9월 5일 만났다.



올해가 50주년이다?

정부에서는 올해가 50주년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내년이 50주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법이 만들어지고 구로공단을 관리하는 산업단지관리공단이 만들어 진 50년일 뿐이다. 공사를 시작한 것은 65년이며 공장이 첫 입주한 시기가 65년이다. 즉 노동자가 일하기 시작한 것이 65년이라는 것이다.  여기서도 관점의 차이가 나오는 것이다.

구로공단의 변화과정

처음 공단에 들어온 기업들은 엄청난 특혜를 받았다. 논밭이었던 곳을 무상에 가까운 몰수를 통해 헐값에 분양했고, 각 종 세금 혜택과 노동자들에게는 폭력에 기초한 장시간 저임금 노동 통해 막대한 이윤을 추구해왔다.  이것이 1980년대 초까지의 모습이다.

이후 1990년대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와 봉제중심의 산업구조들이 조정되면서 공장지방, 해외이전 정책이 되었다. 이것이 ‘구로공단 첨단화계획’ 내지는 ‘1차구조고도화계획’이라고 불리는 정책이었다.

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입장에서는 공단이 생성되고 시간이 지나면 기반시설이 낙후되고, 사양화 업종의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변화시키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고도화’라고 부른다. 업종의 전환 등의 업종고도화가 되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 기업지원제도가 따라온다. 다음에 기반시설의 확충으로 도로 깔리고 건물이 새롭게 올라간다. 

일부에서 이런 과정을 산업변화에 따른 민간주도의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철저하게 국가주도하에(산업단지구조고도화계획에 의하여, 국가의 획기적 재정지원등에 기초하여) 이루어 진 것이다. 


화려한 외형, 초라해지는 노동조건-구조고조화 계획?

<▲ 2013년 12월 기업시민청에서 열린 산업단지 50년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구자현 민주노총 남부지구협 미조직 특별위원장>

구조고도화 계획이 있기 직전 1990년대 초반  구로공단 노동조합 조직률이 20-25%였다. 구조고도화 계획 이후 2013년에 조직률은 2%미만이다. 서울남부지역노동자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에서 작년에 공단 노동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공단노동자 15만명 중 50%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현재 공단은 전국평균임금의 80% 수준이면서도  전국 평균 보다 높은 장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구조고도화가 진행되면서 공장이 나가고 아파트형공장이 들어와 외형적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공단 노동자들은 전국평균이하의 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구로공단의  구조고도화 계획을 성공모델로 본다. 전국의 9개 국가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 사업 진행 중인데 구로공단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1960년대 그 폭압적 시대에도 구로공단을 지을 때 공단본부 옆에 근로자복지회관을 만들었다. 지금 현대택배자리는 과거에는 노동자들을 위한 수영장이었고, 가산문화센터의 자리도 청소년노동자를 위한 청년노동자문화시설을 했다. 공단외곽과 철산동에는 근로자아파트를 지었다. 당시 5만명의 상황에서도 이렇게 노동자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주거 복지시설을 만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다 없어지거나 축소됐다. 이 과정이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과정, 제조업 공동화와 경제변화의 과정이 변화가 반영된 측면도 존재하지만 구조고도화 계획 속에서 재배치된 과정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가산업단지로서 기능은 퇴화

공단 내에는 판매시설 들어올 수 없다. 그럼에도 시행령을 바꿔서 마리오 아울렛을 비롯한 많은 판매시설을 지원시설로 합법화 시켰다. 이런 것이 제조업발전이나 산업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판매시설이 들어오면서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기업들에게도 부담이 된다. 실제 돈을 번 곳은 상업자본, 부동산자본, 금융투기자본이다. 국가산업단지로서의 기능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2차 구조고조화사업?

주거지로 보면 뉴타운 계획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6개 큰 개발사업으로 구성되어 있고 업종고도화, 기업지원,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원정책 등이 있다. 그런데 정작 여기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정책이 전혀 없다. 

말로는 주거,지원,문화시설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분석이나 고용조건에 대한 분석이 없다.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의견수렴을 한다고 하는데 그 속에 구청장, 국회의원, 경영자협의회, 기업인 대표는 있어도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주거지역에 뉴타운사업을 할 때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계획이 들어간다. 공단을 구조고도화하려면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과 질을 어떻게 바꿀것인가의 계획이 당연히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1단지(서울시산업지원센터, 정수장 부지)에 한 건물에서 자고 일하고 문화시설까지 같이 하겠다는 건물을 만든다고 한다. 주택, 아파트형공장, 문화시설을 한 건물 안에 만든다는 것인데 공단 내에 주거시설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것이다. 본인 같으면 일하고, 먹고, 자고, 노는 곳을 한 곳에서 하고 싶겠나? 과거에도 공장 내 기숙사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장시간 노동이다. 일터가 주거지가 멀어도 안되지만, 주거지와 한 곳에 있다는 것은 일만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노동자들 출퇴근을 걱정해주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자출퇴근을 걱정한다면 공단 주변(구로구 금천구 재개발 지역)에 공단 노동자들에게 입주자격을 주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만들어 줘야한다. 공단 내에 주거시설이 위치하게 되면 노동자들은 사업자의 통제에 장시간 노동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공단내 지원시설은 필요하지 않나?-'공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녹색이다."

공단에 가장 필요한 것은 녹색이다. 기존 공단의 공장에는 잔디밭이 깔려있는 축구장도 있었고 많은 녹지가있었다.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녹지체육시설이 아무것도 없다. 지원시설 들어오는 것 좋다. 그런데 2단지 ‘지원시설’인 마리오 아울렛이 대체 무슨  지원시설인가? 공단 노동자를 위한 지원이냐?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지원시설에 들어간다.

지원시설은 공단의 산업발전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거나 생산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 어야한다. 일하는 노동자의 편의시설이 지원시설이다. 지금 공단 주변에 지원시설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원룸이 생기지만 최소 50만원의 월세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에 빠져 있는데?

디지털 박물관, 산업박물관, 문화예술공간 등을 위탁운영하겠다고 구조고도화 계획서에 나온다. 위탁은 누가하나? 현재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회’가 될텐데 여기서도 노동자들은 배제되고 있다. 구로공단역사념사업이 공론화되고, 사업화되면서부터 철저하게 노동자를 배제하고 금천구청과, G밸리녹색산업도시추진협의회(절대다수 기업인 회원에 의해 조직된 기업인 조직이다)에 의해 주도되었다. 

 구로공단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이며 노동자의 삶과 애환, 투쟁의 이야기이다. 이 구로공단역사를 기념하는 사업의 주체에서 당시 구로공단에서 살고 투쟁했던 당사자 현재의 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현재의 노동자들이 완전히 배제된 채 진행되었다. 

  노동조합에서는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이 진행되려면 그 추진주체에 반드시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회의 새로운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왔고, 다시 구성하겠다는 대답까지 들었으나, 일방적으로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회의 출범식까지 일방적으로 진행해 버린 것이다.   

구조공단에는 각 종 단위들이 다양한 이해관게로 움직이고 있다. 역사를 기념한다고 하면서 기업의 역사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정리하고 있다. 노동의 역사를 팔아먹고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기념하는 것도 자기들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지원하려면 노동자들에게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충분히 몇 배 이상으로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 구로공단의 과정의 역사를 기념하려면 그 과정에서 고통받고 투쟁한 역사와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 지금 노동하는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그래서 G밸리 50주년 기념사업에 반대투쟁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구로공단 역사기념사업과 녹색을 이용해 먹은 것이다. 

배제되어 왔지만  잘못되었기 때문에 계속 지적할 것이고 요구할 것이다. 콧방귀도 안끼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자 스스로 우리의 삶, 노동자가 주인되는 구로공단의 역사,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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