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50주년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

 

50년전 공순이 인생, 50년후 비정규직 인생

 

17일 오전 9시 산업단지공단(KICOX)에서 열린 산업단지 출범 50주년 행사장 앞에서 구로공단 노동자 50인들이 '구로공단50년 구로노동자 50인 선언식'을 갖였다.

구로공단50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기념식장 앞에 모였다.

17일 오전 9시 구로동맹파업 당사자, 기륭전자분회, 쌍용자동차 정비지회를 비롯한 70~80년대 구로공단 선배노동자와 지금도 구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50인이 산업단지5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산업단지공단(KICOX)앞에서 구로공단 50년 구로노동자 50인 선언식을 갖었다.

이날 선언식은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50인 선언에 앞서 박점규 집행위원은 박정희 정권때 만들어진 구로공단 그때도 노동자들은 밑바닥 인생이었는데 50년이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도 밑바닥 인생으로 살고있다구로공단 50년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디지털단지 방문에 대한 구로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알리기 위한 시간이라고 이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대우어패럴 강명자 씨

30년 전에도 구로공단에서 일하고 지금도 구로공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대우어패럴 강명자 씨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이 시대, 세상에 무엇이 변하고, 어떻게 변해왔나? 노동자들 생산도 없어지면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이 현실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쌍용자동차 정비지회 문기주 씨

쌍용자동차 정비지회 문기주 씨는 구로공단에서 근무했던 수많은 선배님들 현재 삶은 어떻게 살고 계신지 되돌아보면 허울뿐인 산업화가 수많은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구로공단이 산업화 현장으로 바뀌면서 아직까지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라 하더라도 노동조합을 만들고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고자 활동을 하면 있지도 않은 이유를 들어 정리해고를 하는 현실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산업화의 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박점규 집행위원은 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구로공단에는 11,911개의 회사가 있다. 거기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162천명으로 한 업체당 13명이다. 예전에 그 컷 던 공장을 소사장으로 쪼개고, 비정규직으로 쪼개고 외주화로 쪼개고 쪼개서 이제 한 업체당 13이라며 노동자들 평균임금이 196만원으로 50시간 가까이 장시간 노동을 하는데도 200만원도 못 받는다산업화의 주역에서 창조경제 거점으로라는 캐츠플레이를 내걸은 산업단지50주년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50인 선언식장과 상반된 분위기의 산업단지 50주년 행사장 앞, 초대받은 인사만 통과시키고 있어 정작 그들이 산업화의 주역이라고 말하는 노동자들은 입장을 할 수 없다.

2002년부터 7년간 성호전자에서 근무했다는 정찬무 씨는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단군이래 최대흑자를 기록하면서 사회전체의 모든 이윤들이 자본들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말하며 그러나 대기업 일자리는 만개도 늘지 않은 가운데 수 백 만개 비정규직 일자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퇴사이후 같이 근무했던 선배들을 보면 그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성호전자에서 일요일 아침 6시까지 야근을 하는 상황에서 일하다, 회사는 중국으로 이전하고, 또다시 공단에서 일자리를 찾으신 분들의 삶의 궤적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날 50주년 행사에서 성호전자 박환우 대표이사는 산업화와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공로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동탄산업훈장을 받았다.

80년대부터 마이크로를 비롯해 구로공단의 공장들을 전전했던 이기문 씨는 그때는 노동자라는 소리도 못했다. 사회에서는 우리를 공돌이, 공순이라고 했고, 우리는 근로자라고 했다실제로 노동자라고 불린 시절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에 그나마 불리긴 했지만 노동자라고 부르면 빨갱이라고 불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녀는 “90년대가 되면 20대에 경험했던 노동자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줄 알았다. 그러나 기륭전자 싸움을 보면서 제 가슴을 쳤다. ‘달라지지 않았는데 나는 너무 편하게 살았구나하고 너무 미안했다고 마음을 전했다.

 

50인을 대표해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김정우 전 지부장과, 기륭전자 유흥희 분회장

70~80년대 구로공단에서 일했던 노동자들과 아직도 구로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쌍용자동차 김정우 전 지부장과 기륭전자 유흥희 분회장이 대표로 구로공단 50년 구로노동자 50인 선언문을 낭독했다. 50인 노동자들은 선언문을 통해 구로공단 50년 부모 시대의 가난이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구로공단 공돌이 공순이는 최첨단 디지털단지의 떠돌이 비정규직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더 이상 밑바닥 인생을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구로공단이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가 되도록 모든 힘을 다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념식이 끝나고 먼 발치로나마 차를 타고 지나가는 박 대통령에게 노동자의 목소리를 푯말로나마 전하고 싶어했던 기륭전자 박행란 씨란 사복 경찰관들이 만류하고 있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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