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놀러와~” 친구네 같은 독산동 마을공유공간 ‘독산마루’ 탐방
서울시 곳곳에 만들어진 ‘공유공간’ 하면 대개 새로 지었거나 리모델링하여 카페처럼 세련된 인테리어 공간이 떠오른다. 하지만 말뫼고개 소방서 골목 뒤쪽에 자리 잡은 ‘독산마루’는 다르다. 지난 7월 문을 연 독산마루는 오래된 일반 주택에 간판도 없이 그저 안 쪽이 보이도록 문을 열어두고 있다. 주민들은 오며가며 안에서 뚝딱뚝딱 열심히 뭔가 만들고 있는 서흥교 대표를 몇 번 보고나면 여기가 어딘가, 하고 호기심에 들어선다. 그러면 마당 가득한 나무와 꽃들, 그리고 쉴 수 있는 평상과 데크 위 테이블이 손님을 맞이한다. 집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늘색 벽과 난로, 폭신한 러그로 꾸며진 거실에 금천문화행동 서흥교 대표가 직접 감 말랭이와 따뜻한 커피를 내온다.
“개인 사무실 겸 누구나 들러 편안히 있다 갈 공유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1층이 오랫동안 비워져 있다는 집주인과 상황이 잘 맞았어요. 저렴한 월세로 들어와서 보니 벽지랑 천장이랑 고칠 게 한두 개가 아니었죠. 7월부터 계속 하나하나씩 내벽 페인트칠부터 마당까지 하나하나 수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만들었어요. 안 쓰는 책장, 소파, 난로와 연탄 등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쓰시던 물건들이 모여서 집안도 꾸밀 수 있었고요. 마당에 바비큐 통, 책상 리모델링은 지인들이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이 곳은 쓰는 사람은 돈을 안내고, 안 쓰는 사람이 돈을 내요. 언제든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녁 시간에 파티 공간으로 이용될 때 특히 더 즐거워요.”
자연스럽게 알려져서 그런지 흔히들 하는 개관식을 하지 않았어도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아왔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와서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회의를 하기도 한다. 요즘은 썰매 만들기에 한창이라는 서흥교 대표, 평소에는 이 곳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요즘은 골목 낙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여기가 곧 소방서 들어선다고 빈집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거기에 폐자재도 놓고 가고... 종종 마주치는 동네 어르신이 저기 좀 어떻게 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지인 중에 그림을 그리는 분이 계시고 해서 공모사업에 지원해 대형 판넬을 세웠어요. 이 동네의 모습과 그림, 주민의 손 낙서로 채워 콘테스트도 하고 동네 분위기를 바꿔볼 생각입니다. 이 공간에서는 아니지만 금천문화행동에서는 지난주엔 문화정원에서 치매노인을 위한 콘서트, 작년과 재작년엔 자살예방 캠페인으로 라이프 콘서트라고 강원래 씨, 나얼 씨가 오는 대형 콘서트도 진행했습니다. 매년 학생들 대상으로 독서 캠프도 기획해서 하고 있구요. 공간에서는 서울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하는 수업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금천구에 아이들이 썰매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생겼으면 해서 샘플을 만들어보고 있어요. 이번 주 금요일인 23일에는 금나래 아트홀에서 ‘시인 할매’라는 영화 상영회도 합니다. 곡성으로 시집을 와서 평생 한글을 전혀 못읽으신 할머님들이 시를 쓰게 된 이야기에요. 아직 시사회 중인 작품인데 너무 좋은 내용이라 섭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제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마을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서흥교 대표가 그간 해온 마을 활동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듣는 동안 세 개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방 한 칸은 세미나실로 테이블과 어린이들 책으로 채워져 있었고 다른 한 칸은 벽면을 전시 공간으로 사용할 예정인 전시공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른 한 칸은 입주자를 찾는 사무실이다.
“사실 이렇게 개인이 운영하는 마을 공유공간이 서울에 거의 없더라구요. 혁신파크에서 하는 공유공간 행사에 가면 언제든 놀러 오시라고 초대를 합니다. 다만 제가 이 곳에 혼자 있는데 잠깐 자리를 비우거나 하면 사람이 없어요. 이 공간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이라 마을활동하는 청년들이 필요하다면 와서 같이 사용해줬으면 좋겠어요. 단, 방이 넓지는 않아서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금천구의 많은 주민들이 아파트에 살지만 10년 전만 해도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깔끔하고 도시화된 공유공간의 분위기에 살짝 지쳤다면, 이 늦가을 날 어렸을 적 친구네처럼 정감 있고 운치 있는 독산마루에 한 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 단풍잎 가득한 마당과 정성껏 가꾼 현관 옆 국화꽃들로부터 뜻밖의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새솜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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