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대안모색 연속기획 세번째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어린이집 사건. 본 지는 이에 대한 근원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총3회에 걸쳐 보육현장과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① 부모와 교사 사이
➁ 아이들의 인권
❸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행복한 아이 뒤에는 행복한 엄마가 있다. 보육현장에서는 엄마 역할을 하는 교사의 행복이 아이들의 행복과 연결된다. 그렇다면 과연 어린이집교사들은 일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까? 다른 것을 빼고 통계만 살펴봐도 보육교사들이 여전히 ‘열악한 노동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한국보육진흥원에 의하면, 2011년 상반기 보육교직원 국가자격 총 취득자 중 현직 종사자는 29.3%밖에 되지 않는다.
이직률도 높다. 2009년 보건복지가족부와 여성정책연구원이 펴낸 보육시설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일 년 동안 이직한 교사 수가 보육시설 1개소 당 평균 2.1명으로 나타났다. 보육시설에 평균 4.2명의 보육교사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어린이집마다 매년 보육교사 절반이 들고 나는 셈이다.
보육교사의 낮은 급여체계
사정이 이렇게 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종사자의 낮은 급여체계를 꼽을 수 있다.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국감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전국 보육교사의 월평균 급여가 4인 가구 최저생계비(143만원)에도 못 미치는 126만원에 불과하고 특히 가정보육시설의 경우 101만원이라고 한다.
금천구 보육교사
금천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천구청 여성보육과 관계자에 의하면 민간어린이집의 경우는 평균 120만원 정도의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구립시설은 호봉에 따라 1년차 월139만원 이상 계속 상향되어 지급하지만, 10년을 근무해도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국공립시설은 나은 편이다. 민간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이상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호봉에 따라 급여를 올려서 지급할 의무 조차 없다.
금천구 보육시설 중 사정이 나은 구립· 법인·직장보육시설 종사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는 민간, 가정, 방과후 보육시설 종사자로, 시설장의 재량대로 급여를 지급한다. 다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해야만 처우개선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대부분 종사자 월급이 최저임금에 맞추어져 있다.
근무시간도 길다. 규정된 시간은 1일 8시간이지만 업무특성상 시간외근무가 많다. 새터어린이집 정미자 보육교사는 “보통 어린이집은 하루에 12시간을 운영해야 하고 담임제로 운영되므로 원장들이 탄력근무를 원하지 않는 실정이다. 수당 없이 시간외근무를 하는 것이 보육시설에서는 관행처럼 되어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였다.
근무환경에서 오는 직업병
보육교사들의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노동조합과 노동건강연대가 지난 2009년 보육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실태조사 결과 72.48%가 업무연관성으로 생각되는 건강문제를 경험했으며 성대질환, 위장질환, 요통 및 허리 디스크를 가장 많이 꼽았다.
김희숙 모아래 어린이집 원장은 “건강한 선생님을 뽑아서 시작했어도 시간이 갈수록 기관지염, 허리디스크를 얻는다. 특히 영아반은 교사와의 신체접촉이 중요해 안고 업어야 해서 교사들이 허리통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고 하였다.
영아들을 안고 업어야 하고, 유아들과 끊임없이 얘기하고, 점심식사도 아이들과 같이 해야 하며, 화장실 한 번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보육환경을 생각해 볼 때 수긍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재 법으로 정해진 교사 한 명이 돌보아야 할 아동의 비율인 교사 대 아동비율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면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
현장의 목소리
십 년 이상 보육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정미자 씨는 “보육교사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것이다. 이런 일로 인터뷰를 한 것만 해도 여러 번 이지만 실제 변화가 없어 힘이 빠진다. 다행히 처우개선비를 꾸준히 상향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수당 상승이 아니라 기본급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며 원칙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김희숙 모아래 어린이집 원장도 “교사들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교사를 시작했더라도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처우가 자신의 직업가치를 결정한다.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라도 유치원과 비교하면 급여차이가 크다. 현행 어린이집 급여체계로는 보육원을 졸업한 보육교사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보육교사든 1호봉 급여로 시작한다(편집자주:유치원교사는 4년제 대학 졸업 후 8호봉부터 시작). 현실이 그렇다보니 유능한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고, 전체적으로 어린이집 교사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독산4동 정심어린이집 학부모 강미 씨는 “그동안 어린이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방적으로 교사만의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교사들이 근무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여건인 것 같다. 교사들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찾아가는 상담 프로그램이 생겨났으면 좋겠다.”며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위한 또 다른 제안을 하기도 하였다.
“국가에서는 낳기만 하면 다 책임진다며 어린이집에 종일보육·24시간 연장보육을 요구하지만 모두 보육교사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8시간 근무, 2교대, 휴게 및 수업준비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보육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일지, 관찰기록 등 행정업무와 청소도 다 교사들의 몫이다. 연차도 원하는 날에 마음대로 쓸 수 없다. 교사들은 근로자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요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 하는 실정이다.”는 김 원장의 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의 어린 아이들을 종일 돌보고 있는 보육교사들의 일상이다.
김수진 기자
gcinnews@gmail.com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원아들의 생활을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 : 정심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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