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됐다. 10월에 있었던 3일간의 사전조사 기간에 부재중인 집들이 많았는데 역시나 하루종일 다녔지만 열집도 못했다. 조사원 관리자가 저녁에 다녀야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해서 다음날 부터 저녁에 조사를 다녔다. 내가 맡은 구역은 다세대 주택밀집 지역이라서 인터넷 조사 참여율이 아파트보다 훨씬 낮아 직접 방문조사를 해야 한다.
  한 조사원당 약 200가구 정도 조사를 하는데 우리구는 외국인이 많아 두장짜리 일반 조사표에 비해 열장이 넘는 외국인 조사표를 가지고 다녀야 해 늘 가방이 무거웠다.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6시부터 10시까지 방문조사를 하는데 어떤집은 밤에 온다고 화를 내는 집이 있는 반면 밤늦게 고생한다면서 미안해하는 집도 있다.


  다세대주택이라서 중국교포들이 많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중국교포들이 살고 있었다. 홀홀단신 가족과 떨어져 사는 가장도 있었지만 온가족이 같이 한국 국적을 취득해 살고 있는 가정이 많아져서 더 이상 중국교포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교포와 달리 외국인은 인구주택 조사가 생소하고 불법체류자들은 불안해 해 기피할 것 이란 교육과는 달리 의외로 친절히 조사에 응해주었다. 

  추운날씨에 현관 밖에서 진행되는 조사이다.  따뜻한 집 안으로 들어와서 하라는 친절한 말에 고마움을 느낀적도 많았다.
  교포도 많았지만 1인가구도 많다. 내 조사구에서만 약 70%를 차지했다. 그 중 절반이상이 독거노인이다. 어르신들은 조사보다도 오랜만에 찾아온 말 상대 손님이 반가우신 듯 많은 얘기를 하신다.

복지문제부터 집안, 본인이 살아오신 이야기까지 다들 사연이 구구절절하여 발길을 돌리기 어려웠다. 특히 독거노인들은 복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신다.

  평일 3번을 찾아가도 못 만나서 주말에 찾아갔는데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 한분이 힘겹게 문을 열어주셨다. 조사를 하는데 며느리가 집을나가 몇 년간 소식이 없어 자신이 손자손녀를 키웠다며 눈물을 흘리시며 1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들려 주신적도있다.
  코끝이 찡한적도 있지만 반면 힘든적도 많았다. 조사하는 내내 짜증을 내더니 별의별걸 다묻는다며 화내고 욕한사람도있고, 하루는 개에 물리지않게 조심 하라는 개조심문자가, 어느날은 절대로 집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자가, 밤에는 어두우니 계단조심하고 밤길에 잘 다니라는 등 매일매일 문자가 오는데 실제로 개에 물리고, 성폭행미수사건, 어두운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는 등의 사건,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문자가 오곤했다.


이렇게까지 인구조사를 해야하나 불안하고 무서워 관두고 싶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편한 시간대에 15일 일하고 68만원이나 받는다고 부러워한다. 추운 밤길에 무거운 가방을 들고 매일 늦게까지 다녀보면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 수백번씩 들 정도로 너무 힘들다. 

  그 날밤에 작성한 조사표는 다음날 주민센터에 있는 상황실에 가져다준다. 15일까지라고 알려진 것과 다르게 12일까지 끝내야 한다고 매일 조사관리자한테 독촉 전화가온다. 부재중인 집은 방문일정 약속을 잡기 위하여 조사원 전화번호를 붙인다. 조사관리자는 무조건 빨리 해야된다면서 걸려오는 전화는 그냥 전화로 조사하고 끝내라고 해서 실제로 많은 조사원들이 그런식으로 편법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는 12일까지 못한 집들은 외국인 명부를 보고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빈집 처리로 마무리했다.
  사전교육에는 세세하게 거짓없이 조사 해야 할 인구조사라고 교육하면서도 일부 조사관리자에 의해 거짓과 편법으로 잘성 할 것이면 굳이 인구주택총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동안 밤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힘들게 조사했던 조사원들에겐 힘 빠지는 얘기가 아닐수 없다. 사건. 사고 많던 조사원방문조사보다는 좀 더 체계적인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
  조사를 하면서 학력까지 일일이 조사하고 전·월세 등 민감한 부분까지 조사를 하다보니 언짢아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버럭 화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학 나왔다고 하면 취직시켜줄거냐는 사람, 세금 때문에 일부러 거짓으로 대답하는 사람, 사기 아니냐면서 의심하는사람. 개인정보 도용이라면서 화내는 사람, 고생한다면서 음료수 주는 사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준 사람 등 때론 힘들고 때론 훈훈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인구주택 조사였다.

김진숙 기자
saoul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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