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미술관

지난 여름에는 박물관에서 여름을 보낼 것을 적극 권했었다. 올해는 어디서 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할까? 이번에는 미술관에서의 피서는 어떨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미술관은 2011년 현재, 국공립과 사립, 대학미술관을 모두 포함해 145개 정도이다. 서울에 32개가 있다고 하니 한 달에 한 곳씩 들르면 3년이 걸리는 긴 세월이다. 그래도 실망하지 마시길~. 지금부터라도 한 군데씩 찾아 나서면 꼭 가봐야 하는 미술관 정도는 챙길 수 있을 것이니!!
그럼 미술관 관람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우선, 가장 쉽게는 미술관에서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맛있게 밥을 먹는 것. 미술관마다 방학 무렵이면 크고 작은 기획전을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고갱전,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을 9월 말까지 개최하는데 아마도 관객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시간과 날짜를 잘 잡고 가야 보기 편하다. 아이들과 가려면 늦은 시간이 좋지 않을까 싶다. 안 그러면 아이들은 어른들 뒤통수만 보고 올 가능성도 높다! 어린이들을 위한 도슨트설명도 있고, 교육자료도 홈페이지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해설도 하루 5번이나 있으니 정말 친절한 시립미술관이다.
가까운 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 8월 초까지 부티크 호텔로 변모하는 색다른 전시가 개최된다. <장응복의 부티크 호텔, 도원몽>이 11개의 방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 전시를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금호미술관은 미술관 전체가 쉼터이자 명상공간이 된다. <아트피스 ART PEACE : 예술로 힐링하는 법>이 전시테마다. 설치, 사운드,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의 예술작품을 통하여 예술로 힐링하는 법을 전해준다고 하니 아이들과 꼭 손잡고 가보시길~~.
좀 멀긴 하지만 성남아트센터에서는 <Hola! Spain> 스페인근현대미술전을 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등 스페인 최고의 거장들에서부터 유럽과 스페인의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 100여 점이 선보인다. 사진으로만 보던 거장들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미술관 관람의 두 번째 요령! 작가가 테마가 되고 있는 작가 미술관을 찾으면 이보다 쉬울 수 없다. 환기미술관이 종로 부암동에 있다. 환기미술관에서는 올 여름 김환기 화백의 탄생 100년을 맞이하여 <김환기를 기리다>전이 열리니 좋은 기회! 지방에 있지만 박수근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운보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등으로 차근차근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가들을 찾는 것이다. 이중섭의 <소>를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교과서는 없을 것이다.
이번엔 갤러리가 늘어서 있는 인사동으로 가보자. 인사동에서는 마음에 드는 전시가 있으면 들어가면 된다. 겁낼 것 없다. 입장료가 비싸면 어떡하지? 너무 비싸서 못 보겠다 싶으면 나오면 그만! 그래도 인사동의 작은 갤러리 입장료는 그렇게 비싸지 않다. 우리나라 미술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를 하셔도 좋다. 무료관람도 많으니 골라서 들어가면 된다. 가나인사아트센터, 경인미술관도 한번쯤 둘러보고 쌈지길도 들러 걸어보자. 예술이 나에게 말을 걸 거다. 인사동 말고도 미술관이 모여 있는 삼청동이나 평창동도 좀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좋은 미술관나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쯤 되면 고민이 생길 것! 미술관에 막상 가서 어떻게 보면 되는 거야? 정답!! 보고 싶은 대로 보시라! 그리는 사람은 본인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을 테니 감상하는 사람도 감상하는 사람 마음이다. 이번 여름엔, 아이들과 거실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 내 방에 걸어두고 싶은 그림, 안방에 걸어두면 좋을 그림을 마음껏 골라 눈을 감고 내 방에 걸어 보자. 돈도 들지 않는다. 피카소 걸작을 거실 벽에 걸어볼까? 상상만으로도 호사가 아닌가.

오현애

 

 

 

“열두시에 만나요~ 브라콘~~”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 누구든지 만나면 ~~”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인데 할 것이다. 아마 광고 하면 떠오르는 친숙한 광고송일 것!
광고라는 말만 들어도 지겨운 분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 우리의 일상은 광고와 떨어지고 싶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멀리 하고 싶어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광고와 함께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피하려 해도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최근의 광고!

사진 : 한국광고박물관 라디오광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광고, 버스를 타도, 지하철을 타도, 인테넷을 접속하기만 해도, 심지어 스마트 폰에도 광고가 있다! 무서운 놈이다. 광고가 귀찮기만 한 것일까? 뒤집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건을 사려고 하면 우선 어디서 정보를 얻을 것인지 고민이다. 결국 익숙한 광고를 떠올리게 된다.


광고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1880년대. 1886년 한성주보에 ‘덕상세창양행고백(德商世昌洋行告白)’으로 시작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광고가 실렸다. 독일 무역상이 조선에 개업을 하면서 낸 광고다. 광고라는 말을 쓰지 않고 ‘고백’이라는 표현을 했다. 고백! 광고의 첫말이다.


한국광고박물관에는 우리나라 근현대 120년의 광고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광고의 역사만으로 충분히 한국사회의 변화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고백으로 시작된 광고는 개화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고,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급속한 발전을 이룬다. 더불어 60년대 말에는 광고대행업이 신종 산업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고!
70년대 들어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TV는 강력한 광고매체가 되었고, TV광고 감독의 등장에, 대학에는 광고전공학과가 생겨났다. 신문에는 컬러광고도 등장했다. 광고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예나 지금이나 약과 화장품 광고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훼스탈 소화제 광고의 친근함, 아모레 화장품, 치약 등 아직도 친숙한 물건들이 그 예전의 광고 속에도 있으니 반갑다. “엄마가 어릴 적에는 ......” 이야기가 절로 나온다.


81년 TV가 컬러화 되면서 광고도 컬러시대를 맞았다. 흑백과 컬러의 차이는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80년대 초 여성들의 화장이 아주 진하고 컬러풀하였었는데 아마 컬러시대의 도래에 따른 여성들의 대응이 아니었을지?
최근엔 광고 매체는 물론이고 표현방법, 마케팅에도 새로운 기법들이 등장하는 시대다. 바야흐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광고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장 안에는 TV광고와 라디오광고 제작과정이 모형화 되어 있다. 하나의 광고를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고, 어떤 직종의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동원되는지 생생하다.
요즘 많은 아이들이 광고홍보학과를 많이 가고 싶어 한다. 직업체험 과정의 하나로 박물관을 다녀와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광고모델이 되어 광고에 등장하는 체험도 마련되어 있어 아기자기한 작은 박물관의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다.


오현애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시청을 꽤 자주 들락거렸다. 그런데 신청사를 들어서면 서울이 조선시대 이래 우리나라 수도로서 600년이나 된 오래된 고도라는 사실이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새로 지은 우주인 같은 청사가 낯설어서일까? 

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는 왜 한양으로 천도를 했을까? 물론 고려의 잔재를 벗고 새로운 시대를 열 도읍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양이 도읍지가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반도의 중앙인데다가 한강유역에 자리 잡고 있어 뱃길을 이용하는 데 편리했다는 점, 사방이 험난한 산으로 둘러싸여 천연의 요새로서 방어에 유리하다는 점, 인근의 김포평야와 같은 곡창지대를 끼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앞에는 물이 흐르고 뒤에는 산이라는 풍수지리학상 배산임수의 명당자리라는 점 등이다.

도읍지가 정해지고 이제 한양의 설계가 시작된다. 성을 쌓고 사대문(숭례문, 돈의문, 흥인지문, 숙정문)을 내고, 왕이 거처할 궁궐(경복궁)과 조상신에게 제사를 드릴 종묘,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를 올릴 사직단을 짓는다. 육조거리에 나라를 다스릴 관청을 설치하고, 도로를 내고 시전(상점)을 설치하는 등 계획도시로서 한양이 만들어 진 것!  

서울의 역사는 서울역사박물관이 맞춤으로 있어 아주 반갑다. 서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변화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어떻게 앞으로 성장해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2002년 개관이래 10년 만에 최근 전시실 구성이 바뀌어서 좀 더 재미있고 실감나게 600년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조선시대 한양, 개항과 대한제국 시절의 서울, 일제강점기의 서울, 고도성장기의 서울로 구성되어진다. 특히 조선시대 한양은 북촌을 비롯해 남촌, 중촌의 모습과 사람들의 일상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서울에 인구가 얼마나 되었는지, 시장 등 경제생활 모습은 어떠했는지, 아기자기한 이야기꺼리가 제법 펼쳐진다. 경강, 한강의 삶도 실감나게 전해진다. 

하지만 개항이후 대한제국까지 쉴새없이 밀려오는 세계열강들의 침탈 속에서, 서울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경성의 서울은 제대로 된 근대를 맞지 못한 식민사회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해방이 되고 전쟁을 겪으며 서울은 사람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서울은 공사 중이다. 포크레인과 불도저, 빽빽한 아파트가 서울의 모습으로 남는다. 거대한 공사현장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아! 맞다. 서울은 여전히 공사 중이지!!

이렇게 차근차근 서울을 들여다보면 오늘의 서울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도시모형관으로 들어가자. 발 밑으로 서울이 한눈에 보인다. 우리집은 어디에 있지? 보인다! 우리 학교도 있다. 산도 도로도 제대로다!!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이지만 서울의 모습을 정말 잘 모른다. 서울역사박물관을 시작으로 북촌, 서촌 기행도 떠나보고 새로 연결된 서울성곽길도 걸으며 경교장, 옛 공관들, 청계천, 동대문역사박물관, 남산한옥마을 등을 돌다보면 어느새 몽천토성, 암사동선사유적지, 아차산성에도 이르게 된다. 600년 서울은 그 이전에도, 백제시대에도, 고구려시대에도 그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 안에 우리가 살고 있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인지 새삼 서울의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사진 : 역사박물관에 경북궁 앞 육조거리를 재현한 모형

오현애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며, 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이다.  저서로  <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나라살림편>,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를 공저했다.


13일은 음력 5월 5일 단오다. 동양에서는 기수가 겹치는 3월 3일이나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단오는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때라 여겨 큰 명절로 지냈다.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 중의 하나이다. 


<강릉단오제 관노가면극>

단오는 다른 말로 수릿날, 천중절, 중오절, 단양절 등으로도 불렸다. 수리는 우리말로 ‘신, 높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단오는 ‘높은 날’, ‘신의 날’이라는 뜻이다. 단오는, 양기가 충천한 때 집안의 액을 막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한해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했던 중요한 날이었다. 단오제와 단오고사, 단오굿이 올려졌고 궁중에서는 단오부채를 신하들에게 하사했다. 

더구나 개인적으론 단오가 남편의 생일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가끔 생일파티를 빙자해 강릉으로 단오제를 보러 간다. 단오를 즈음해 지역마다 많은 행사가 있지만, 강릉단오제가 으뜸으로 꼽히기도 하거니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까지 등재되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강릉단오제는 조선시대 대관령의 신들에게 제를 지내며 관민이 함께 하고, 유교와 무속신앙이 함께 어울려 지내던 마을공동축제였다. 현재까지도 그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내려온다. 음력 4월 5일 신주빚기로 시작되어 대관령국사성황제, 봉안제, 영신제, 영신행차, 단오절 본 행사가 음력 5월 6, 7일까지 진행되는데 매일 조전제를 지내고 12거리굿과 관노가면극이 지정문화재 행사로 진행된다. 그리고 씨름, 그네뛰기, 농악 등 다양한 전통문화행사도 열린다. 무려 한 달 넘게 축제가 진행되는 것. 올해는 16일 주말까지 진행되니 무리를 하면? 올해가 아니어도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한다. 

단오 때 즐기는 세시풍속 행사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창포에 머리감기, 단오 비녀꽂기가 있다. 일명 단오장(粧)이다. 창포를 삶은 창포탕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검어지고, 뿌리를 다듬어 비녀를 만들어 꽂으면 나쁜 일을 막고 여름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단오에는 쑥이나 익모초 같은 약초를 뜯어 말렸는데 양기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오시에 뜯어야 약효가 좋다고 믿었다. 절식으로는 수리취떡과 앵두화채가 있는데 수리취떡은 알다시피 수리취나 쑥을 넣어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빚어 만든 절편이다. 앵두는 과실 중에서 가장 먼저 익는 과실로 단오 무렵이 제철이다. 궁중에도 진상하고 떡과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화채니 앵두편은 고사하고 요즈음은 마당 있는 집이 드물어 담장 넘어 빨갛게 익은 앵두를 보기도 어려워 아쉽기만 하다.  

한편 궁중에서는 내의원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진상했고, 임금님은 이것을 대신들이나 기로소에 하사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제호탕은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소하며 보신하기 위해 마시는 전통 청량음료였다. 

놀이로는 그네뛰기, 씨름이 으뜸인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지역마다 봉산탈춤이니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 같은 탈춤과 가면극들이 장터에서 벌어져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다. 

신문이 나오는 날이 단오라 단오이야기를 한참 했다. 굳이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세시풍속은, 마을 이루고 그 안에서 먹고사는 우리네 일상에서 조상들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올해는 독자들께서도 단오 세시풍속을 한번 즐겨 보는 건 어떨지? 오시에 쑥도 캐고, 수리취떡도 사서 먹고, 창포에 머리도 감고, 단오부채도 선물하고... 아마 올 여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또 아이들과 해볼 수 있는 절호의 체험학습 기회가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강릉단오제 대관령국사성황제>

<강릉단오제 씨름대회>



오현애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며, 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이다.  저서로  <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나라살림편>,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를 공저했다.


봄이다. 여기저기 꽃소식이 올라온다. 어제 마침 독산역 앞을 지났는데 어느새 벚꽃엔 물이 올라 핑크빛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아. 봄이 벌써 이만큼 왔구나 싶었다. 곧 화사한 벚꽃터널을 지날 생각을 하니 절로 즐거워졌다.
꽃피는 봄엔 꽃구경을 가는 것이 정답이다. 멀리 가지 않고도 벚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게다가 볼거리, 박물관도 많다! 가족 소풍장소로 꼭 맞는 곳이다. 4월이 가기 전에 꼭 이곳에 가자. 우리에게 항상 멀리에 높은 남산타워가 보이는 남산이다. 남산 복원사업으로 이젠 도심 한가운데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원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옛날부터도 남산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계곡도 깊어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로 이용되었던 곳으로 전해진다.


1394년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고 북악산 기슭에 궁궐을 세우고 바라보니 남쪽으로 산이 솟아 있으니 바로 남산이었다. 목멱대왕(남산을 목멱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을 모시고 산신, 기우제를 지내고, 성을 쌓고, 또 5개의 봉수대가 설치되어 도성방어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곳이다. 최근 성곽이 일부 복원되어 남산의 묘미를 한껏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꽃피는 4월에 남산을 가야할 또 하나의 이유! 4월은 과학의 달. 남산엔 과학의 달을 즐길만한 박물관이 있다. 서울시과학전시관 남산분관인 남산탐구학습관이다. 탐구학습관과 수학체험관, 지구촌민속교육박물관이 있다.
과학체험은 지하1-3층까지의 탐구학습관에서 이루어지는데 수많은 전시물을 직접 만져보고 작동해 볼 수 있는 체험관이다. 물론 다루는 분야가 너무 많다는 것, 전시물 장치들이 좀 오래되었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내 맘대로 전시물을 만져보고 작동해 볼 수 있는 매력 만점의 학습장이다.


전시는 모두 가속도, 빛의 원리와 운동법칙, 관성, 생명의 세계, 지구과학 등 직접 작동시켜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굳이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아이들과 직접 만져보고 돌려보고 해보자. 그냥 전시장에 들여보내기만 해도 아이들은 과학과 아주 잘 논다. 직접 관찰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체투영실도 함께 있으니 별자리와 행성, 우주의 세계도 함께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수학체험관에서는 수와 퍼즐, 입체의 세계로 구분되는 체험장을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한꺼번에 과학과 수학을 모두 섭렵하기 힘들 것. 다음번으로 수학체험을 미뤄도 나쁘지 않다. 체험을 맛본 아이들의 호기심이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할 것이다.
 서울특별시과학전시관 본관은 낙성대부근에 있다. 이곳의 자랑은 과학놀이터와 천문대이다. 과학놀이체험장은 과학의 원리를 이용한 놀이시설이 가득해서 신나게 놀다보면 놀이시설 하나하나도 과학이라는 걸 알게 된다. 천문대에서는 직접 천체망원경을 통해 태양의 흑점, 행성들을 관찰할 수 있다. 좀더 체계적인 과학의 세계를 접하려면 과천에 있는 국립과천과학관을 다녀오면 된다. 물론 한꺼번에 과학관을 둘러보기엔 벅차다. 몇 번 갈 생각을 하고 미리 둘러볼 전시장을 정하고 가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과학관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발명이나 창의과학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으니 정보력을 발휘해 참가해 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오현애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며, 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이다.  저서로  <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나라살림편>,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를 공저했다.

 

 

 

 

 춘분이 지났는데 꽃샘추위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 겨울은 정말이지 너무 추웠다. 날이 추우니 당연히 전력소모는 많아져 연일 전력사용량은 기록갱신을 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새삼 에너지, 특히 전기의 중요성, 전기가 무한대로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을 체감한 겨울이었다.
만일 전기가 모자란다면? 전기가 없으면 무얼 못하게 되지? “추워요” “밥을 못해요” “20층까지 걸어가야 해요” “은행에서 현금인출기 못써요” “컴퓨터가 멈춰요” “깜깜해요” “냉장고 음식이 썩어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이지 우리 생활은 전기가 없으면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울지 싶다. 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면 이런 전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누가 전기를 알아낸 걸까? 과학 공부하기 딱 좋은 소재다. 전기박물관은 한국전력에서 운영하는데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내에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해 처음 불을 발견해내고, 전기를 발견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기술이 만들어지기까지 과학자들의 연구와 업적, 전기발전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우리나라에 전등이 처음 연결된 경복궁의 향원정 앞 모습이 재현되어 있다. 에디슨이 전등을 발견한지 8년만의 일이니 제법 빠른 시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셈이다. 세상이 개벽한 경험을 한지 불과 200여년 전의 일이니 기술의 발전 속도도 놀랍게 느껴진다. 전등을 켠 전기는, 향원정 연못에서 물을 얻어 석탄을 연료로 발전기를 돌려 얻었는데 그 소리가 엄청났다고 한다.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초기 발전설비부터 첫 대중교통인 전차도 눈길을 끈다. 전기가 각 가정까지 들어온 역사도 그리 길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명의 역사도 맘에 드는 전시물. 등잔에서부터 램프, 에디슨의 전구가 등장하기까지 역사가 길다.
전기의 역사를 살피고 나면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만들어진 전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 각 가정마다 전달되는지도 궁금하다. 모형이긴 하지만 말로만 듣던 수력, 화력, 풍력, 원자력 등등 전기의 생산과정을 살필 수 있다. 또 전자파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페달을 돌려 에너지도 생산해 볼 수 있는 전시장도 마련되어 있어 전기의 100% 체험이 가능하다. 전시를 둘러보며 미래의 에너지, 친환경에너지, 대체에너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기에 덧붙여 다양한 에너지도 체험해 보자. 우리 동네 가까이 에너지체험관 행복한i, 독산동에 있다. 행복한아이는 원자력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작은박물관으로 다양한 에너지 형태를 만지고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에너지 관련 교육프로그램도 있어 한나절 아이들과 쉽게 관람하기 좋다.

작은박물관 관람은 이렇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시라. “이 세상에 전기가 없다면?” “자동차가 없다면?” “얼음으로 만든 세상은 어떨까?” “옛날 엄마 어렸을 적 학교는?” 끝도 없는 아이들 질문에 맞춰 하나씩 박물관들을 찾아 답을 찾으면 절로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게 바로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자기주도학습의 한 방법이 아닐지?

오현애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며, 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이다.  저서로  <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나라살림편>,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를 공저했다.

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9

자연사박물관 즐기기, “와~ 공룡이다!”

이번 글과 다음 글에서는 자연사박물관을 소개하려고 한다. 자연사박물관은 말 그대로 자연의 현상과 역사에 관해 다루고 있는 박물관이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생명의 역사와 자연의 중요성을 전해줄 수 있는 곳.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구는 언제 생겨났을까? 지구에 생명이 처음 나타난 때는 언제일까? 인간 이전에 세계를 지배했던 생물은? 우리나라에도 공룡이 살았을까? 땅속의 모습은 어떨까? 등등 자연사박물관은 이런 수많은 질문에 답해준다.

자연사박물관은 생각보다 전국에 제법 있다.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경희대와 이화여대, 충남대 안에도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40억 년의 지구와 생명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보기가 벅차다. 크게 인류의 탄생을 포함한 생명의 진화과정, 우주의 탄생과 지구의 역사, 광물과 보석 등으로 나누어 보면 좋겠다. 물론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동네에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드물게 구립시설이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는 공룡이 많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공룡이 박물관을 들어서는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저거 진짜인가?” “어디에서 이렇게 커다란 공룡 뼈가 나왔을까?” “어떻게 이렇게 잘 맞추어 세웠을까?” 질문은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공룡은 정말로 지구에서 살았을까? 혹시 상상의 동물이 아닐까?” “그럼 언제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걸까?” “왜 멸종한 거지?”

아이들은 공룡에 관심이 많다. 공룡은 영화 속의 허구가 아니라 인류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 1억 6500만 년 동안이나 중생대 지구를 지배했던, 인류보다 더 오랫동안 지구의 주인이었던 아주 성공한 동물이었다. 그 존재를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책에서만 보았던 공룡이 실제로 어마어마한 크기임을 새삼 느끼고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연사박물관 관람은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실물 크기의 공룡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공룡의 진화과정, 종류, 습성 등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으니 이 보다 살아있는 공부가 없다.

공룡을 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공룡이 있기 전에는 어떤 동물이 있었을까?” “동물만 있었을까? 식물은? 동물이 먼저일까? 식물이 먼저일까?” 궁금해진다. 차근차근, 하나씩 살피다 보면 어느새 생명의 발생과 진화과정, 인류의 탄생에까지 다가가게 된다. 40억년에 이르는 생명의 역사가 술술 풀리는 순간이다. 원시생물로부터 무척추동물, 척추동물,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한 내용이 화석과 모형, 디오라마로 펼쳐져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삼엽충, 암모나이트, 초기 어류 등의 화석을 통해서는 지구상에서 생존했었거나, 번성했던 생물을 찾아가는 시간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소재다. 긴 지구 나이표에 이들 생물을 표시해 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물론 고생대 캠브리아기, 중생대 백악기 하는 등의 용어는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아직 어렵다. 다만 인류의 조상이 생겨나기 훨씬 더 먼 그 어느 때에도 생명이 있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박물관 밖 놀이터엔 화석 찾기가 준비되어 있고, 전시장 3층엔 만지고 놀 수 있는 공룡공원도 있으니 관람의 마무리에도 금상첨화다!

                                              전시장 3층 야외테라스에 있는 공룡공원

오현애(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

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8

설날과 계사년 뱀해

곧 설날이다. 제발 명절 좀 없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지내고 오더라도 먼 길을 마다 않고 고향을 다녀오는 것을 보면, 아직은 설이 가족을 이어주는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이다.

설이란 새해 첫머리라는 뜻이고 설날은 그 중에서도 첫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설날에는 여러 가지 세시풍속들이 많다. 차례, 세배, 설빔 말고도 재미있는 풍습이 많았다.

설날 이른 아침, 복을 부르는 의식으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엮어서 만든 복조리를 사서 벽에 걸어 두었다. 이때는 전국에서 조리 장사가 조리를 팔기 위해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요즘도 복조리가 이맘때쯤 등장한다.

야광귀 쫓기라는 풍속도 있다. 야광(夜光)이라는 귀신이 설날 밤에 집에 들어와 사람들의 신을 신어보는데 자기 발에 맞으면 신고 가버린단다. 그런데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해 운수가 나쁘다고 믿었다. 그래서 모두 신을 방안에 들여놓았다는 이야기다. 또 야광귀신을 막기 위해 대문 위에다 체를 걸어두는데, 야광귀가 와서 체를 보고, 체의 구멍을 세어 보다가 잘못 세어 다시 세고, 또 세고 하다가 신발을 신어 보는 것을 잊어버리고, 새벽닭이 울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였다니 정말 애교 넘치는 풍습이다!

설날엔 특별히 떡국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먹었다. 흰 떡국은,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했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했고, 둥글게 떡을 써는 것은 둥근 태양, 우주를 상징하였다. 떡국 한 그릇에 담긴 둥근 해를 먹으니 나이 한 살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태양과 온 우주를 먹는 것이니 감사히 먹을 일이다!

2013년 올해는 계사년 뱀의 해이다. 뱀은 십이지의 여섯 번째 동물이다. 육십갑자에서 을사(乙巳), 기사(己巳), 계사(癸巳), 정사(丁巳), 신사(辛巳) 5번이 돌아가는데 올해가 계사년. 뱀은 시간은 9시에서 11시, 방향으로는 남남동, 달로는 음력4월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뱀은 실제 생활에서는 모두 외면한다. 그러나 백년이 넘으면 용이 된다는 속신이 있을 정도로 민속에서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우선 많은 알과 새끼를 낳는 뱀은 풍요와 재물의 상징으로 여겼다. 또한 겨울잠을 자고, 성장할 때마다 허물을 벗는 특성으로 인해 죽음으로부터 재생하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 재생, 영생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지게 된 것이다. 나아가 무덤의 수호신, 지신, 죽은 이의 새로운 재생과 영생을 돕는 존재로까지 여겨졌다.

뱀은 동양에서만 신으로 섬겨진 게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응급구조단마크, 군의관 배지를 보신 적이 있는가? 모두 뱀이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서양에서 뱀은 치료의 신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 아폴론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이다. 이 의술신의 딸이 들고 다니는 단장에는 언제나 한 마리의 뱀이 둘둘 말려 있었다.

매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그해의 열두띠 동물의 기획전을 연다. 올해도 어김없이 2013년 뱀띠해 특별전,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 전시를 25일까지 연다.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에서 뱀의 다양한 모습을 민속 유물과 설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접근으로 뱀을 말해주고 있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들러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면, 아이들하고만 설을 보내야 하는 가족이 있다면 설연휴 중에 박물관을 찾아도 좋다. 세배하기, 매사냥체험, 윷놀이, 연하장 만들기, 복주머니 만들기, 떡국먹기 등 설날 세시풍속 행사가 마련되어 있으니 설을 즐기기에 충분할 것이다.

 신라 토우장식항아리

떡국

오현애(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

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7

인류 최초의 발명품 도자기와 문양

특별한 전문박물관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박물관에는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물과 흙과 불로 빚어내는 도자기는 인류의 첫 발명품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래, 빗살무늬토기를 빚는 기술은 삼국시대 이르면 가마와 물레의 등장, 유약의 발달 과정을 거치며 도기(질그릇, 옹기)와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로 구워내는 자기(청자, 분청사기, 백자)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박물관에서 늘 만나는 도자기.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사를 누리게 되지만 몇 점 스윽 보게 되면 그게 그거 같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름은 또 왜 그리 길고 어려운 한자로 되어있는지 부담스럽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도자기에 대해 몇 가지 알고 가자.

도자기의 이름은 도자기 종류, 무늬를 그려 넣는 법, 무늬의 종류, 그릇의 종류 순서로 붙인다. ‘청자상감운학문호’를 쉽게 풀이하면, ‘청자이고, 상감기법으로 구름과 학을 그려 넣은 항아리’이다. 이번엔 복습~. ‘백자로 만들어지고 푸른 물감으로 구름과 용무늬가 있는 항아리’를 이름 지으면? ‘백자청화운용문호.’ 다행스럽게도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쉽게 ‘백자용무늬항아리’라고 이름 붙여놓았다.

청자는 9, 10세기에 만들어져 12세기 전성기를 이루었는데 청자를 만드는 기술은 당시 중국과 우리나라뿐이었다. 게다가 중국도 흉내 낼 수 없는 비색과 고려만이 만들 수 있는 상감기법으로 고려청자의 명성은 대단했다. 상감기법은 무늬를 새겨서 다른 색의 흙으로 메워 1,00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 굽는 고난도의 작업일뿐더러 구름, 학, 연꽃 등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무늬가 대부분인 것을 고려하면 세계 최고의 찬사를 받을 만하다.

조선시대로 접어들면서 청자가 사라지고 분청사기가 유행하는데 청자가 곱게 분을 바르고 화장을 한 것이라 이해하면 된다. 청자를 만드는 좋은 흙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겉면에 하얀색 흙을 입히고 회청색 유약을 입혀 만들어낸 것. 분청사기의 매력은 청자에 비해 모양이나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친다는 데 있다. 또한, 모란, 국화, 연꽃, 버드나무, 물고기 등도 여전히 등장하지만 대담한 생략과 변형으로 개성이 넘친다.

백자는 조선이 사랑한 도자기다. 백자의 비밀은 흙에 있다. 가장 순수하고 질이 좋은 백토(고령토)를 사용한다. 흙을 찾아내는 일과 굽는 온도가 청자보다 어려운 점. 백자를 만드는 것도 당시는 중국과 우리나라만 가진 것이어서 임진왜란 때 일본이 도공들을 많이 끌어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에도 문양이야기를 꺼내려고 도자기이야기가 길어졌다. 도자기에도 문양이 빠지지 않는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도자기에 들어가는 문양도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망인 ‘수복강녕 유호덕고종명’과 밀접하다. 다만, 도자기는 생활용품보다는 장식물이 많아 좀 더 섬세하고 예술적인 문양이 그려졌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

오늘은 우리 동네 가까이에서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호림박물관을 추천한다. 신림동에 개관한 지 10년이 넘은 박물관이다. 관악산 자락에 있어 전망도 좋고 마당도 넓어 아이들과 오후 한나절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제격이다.

호림박물관은 국보급 도자기가 많다. 청동기시대 붉은간토기, 가지무늬 토기를 비롯해 닭모양토기, 신라토우 등과 함께 청자와 분청사기, 백자에 이르기까지 도자문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기 좋다. 그동안 책에서만,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명품 도자기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즐거움을 맛보시길~.

                                                 청자상감운학국화문병형주자(호림박물관)

                                                분청사기박지연어문편병(호림박물관)

                                                           백자청화매죽문호(호림박물관)

오현애(나눔교육협동조합 대표)

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6

실로 그린 그림, 자수와 문양

민화 다음으로 문양을 살펴볼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에는 자수 차례다. 자수는 우리의 옛 여인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대표적 규방문화 가운데 하나다. 규방은 조선시대 밖에 나가는 것이 쉬이 허락되지 않았던 아녀자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여자들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바느질과 수놓기였고, 어린 여자건 나이 든 여자건 너나없이 옷도 짓고 장신구도 만들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손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섬세함과 독특한 색감, 표현방식으로 인해 단순한 공예품의 단계를 벗어나 예술 작품으로까지 평가받고 있을 정도이다.

그럼 자수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자수박물관? 있을지 궁금하실 것! 물론 있다. 인사동에 있는 한상수자수박물관, 청파동 숙명여자대학교박물관과 그 안에 있는 정영양자수박물관, 논현동 한국자수박물관이 찾아가 보기 쉽다.

자수박물관을 갈 때는 아이들과 먼저 규중칠우쟁론기를 읽고 가보자. 아이들 책으로는 <아씨방일곱동무>가 있다. 바느질도구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한결 재미나게 박물관을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자수박물관에는 주로 생활용품들이 많이 있어 아기자기한 보는 맛이 있다. 주로 활옷, 댕기, 족두리 등 혼례 때 입었던 옷과 장식품, 베갯모, 보자기, 바느질 통, 함, 함을 쌌던 전대, 모자, 병풍, 장식장 등 규방문화에 관련된 전시물이 대부분이다. 물론 수가 놓인 것들이다. 자수로 이용된 문양들은 당연히 부귀영화를 누리며 자손만대로 잘 살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것이다. 혼례 때 입는 활옷만 보더라도 봉황과 커다란 모란, 연꽃, 산과 물, 구름을 수놓아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소망했다. (여기서 팁! 활옷은 본래 공주나 옹주가 행사 때 입는 정장으로 일반 백성들은 평생에 딱 한 번, 혼례 때 입을 수 있었다.)

남자아이에게는 호랑이 눈이 수놓아진 호건이라는 모자를 씌우는데 호랑이의 힘으로 액막음을 하려는 것. 여자아이는 모란과 연꽃을 수놓은 굴레를 씌웠다. 베개 양쪽에 붙였던 베갯모에는 수(壽)자나 복(福)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 정성 들인 베개를 베고 어떤 꿈을 꾸었을지 상상해 보시길~.

숙대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자수 작품 중의 하나는 신사임당이 그리고 수놓은 초충도 병풍이다. 그림 한 장, 자수그림 한 장씩 돌아가며 붙여 만들었는데 자수나 그림이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섬세하다. 정영양자수박물관은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자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전시로 유명한 곳. 같은 혼례복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다르다. 사용하는 색이나 문양의 종류, 배치가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걸 볼 수 있다. 용문양은 우리나라에서는 왕과 왕족만 사용할 수 있는데 비해 중국은 혼례식 때만은 용문이 들어간 화려한 혼례복을 입을 수 있었다.

한국자수박물관에는 보자기가 특히 많다. 박물관 관장님이 우리나라 보자기의 아름다움에 반해 박물관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자수와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재확인하고 한국 여인들의 미적 감각과 철학, 독특한 표현을 세상에 알려주고 있다. 이곳은 작은박물관을 찾아 관람하는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곳. 한상수자수박물관 또한 북촌 한옥에 자리를 잡고 있어 그윽한 전통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한 번 더 강조! 문양을 좀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전통문양으로 우리문화 읽기>를 꼬옥 읽어보시길 권한다!

숙대 정영양자수박물관

혼례 때 입었던 활옷

 

오현애(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

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15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민화에 담긴 소망

지난 번 글에서 우리 문화의 암호, 문양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그림 속에 문양이 많으니 민화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가장 빠르다. 민화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 민화에는 나쁜 귀신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생각과 풍습이 담겨 있는데 집 안팎을 단장하기 위한 그림, 병풍·족자·벽화 같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그림이 많다.

지난번 민화박물관으로 영월의 조선민화박물을 소개했었다. 솔직히 너무 멀다. 하지만 영월은 가족여행지로 아주 좋다. 여행도 하고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문화유산이 널려져 있는 곳이니 다음 여름휴가 때 꼭 한번 가시길 권한다.

좀 더 가까운 곳은? 물론 있다. 아주 가까이. 북촌에 있는 가회민화박물관이다. 북촌은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한옥마을을 살펴보고 다양하고 작은 박물관도 많아 이번 겨울방학엔 북촌나들이를 겸해 민화와 한옥지붕을 만나시길 권한다.

다시 민화이야기. 선비의 방에는 의례히 어변성룡도가 붙여졌다고 했다. 여기에 좀 더 호사를 부리면 단연 <책가도>가 으뜸 장식품이었다. <책가도>는 책이나 문방구 등을 그린 책거리그림으로 잘 정리된 책과 골동품, 복을 가져다준다는 꽃, 선비들이 좋아하는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책이 귀한 시절에 책이 가득 그려진 책가도 한 점이 방주인의 품격을 높여주었을 것!! 어떤 책가도에는 600권이 넘는 책이 그려진 것도 있으니 분명 이 그림의 주인은 책 욕심이 많은 선비였을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김홍도도 책가도를 아주 잘 그렸다고 한다. 책가도를 볼 때에는 몇가지 팁이 있다. 앞, 옆, 윗면이 마주한 자유분방한 구도와 역원근법, 색감, 형태 등을 자세히 보시라.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마 입체파 그림이 연상될 것이다. 거기에 숨은 그림까지 찾아보면 선비들의 마음, 소망 등을 짐작할 수 있을 것!

혼례식 때에도 민화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병풍으로 둘렀다. 혼례에는 뭐니 뭐니 해도 모란꽃이 대세다. 모란은 꽃 중의 꽃으로 부귀영화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여기에 백명의 동자가 그려진 <백동자도>를 붙이면? 말이 필요 없다. 연달아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소망의 표현이다.

여인들이 기거하는 안방에는 가족의 화목을 빌고 자식을 많이 낳아 오래 살고 싶은 여인들의 소망이 담긴 그림이 많이 붙여진다. 물고기나 나비, 새들이 쌍쌍이 노닐거나 원앙 등 금슬 좋은 동물들이 등장하고, 새끼들과 함께 화목한 가족을 상징하고 있다. 탐스런 포도송이나 연밥도 자식을 상징한다.

이제 자식 많이 낳고 잘 살다 회갑을 맞으면 잔치를 연다.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으로 자식들은 백 개의 수(壽)자와 복(福)를 그린 <백수백복도>와 <십장생도>가 등장한다.

이제 곧 2013년 새해를 맞이한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가 되면 대부분 집에는 대문엔 호랑이그림을 붙여 잡귀를 막았다. 또 지금의 연하장을 주고받는 것처럼 서로 세화를 주고받았는데 여기엔 늘 호랑이와 까치와 소나무가 항상 세트로 등장한다. 까치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새이기도 하고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의 심부름꾼이었다. 소나무는 1월을 의미한다. 정월에 주고받는 그림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호랑의 용맹함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꿋꿋한 기상을 가진 소나무에 앉은 까치에게서 기쁜 소식을 받으시길…. 다가오는 새해에 드리는 마음의 선물이다.

                                                                           책가도

                                                  새해에 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와 호랑이

 

오현애(교육나눔협동조합 대표)

 

애들아! 박물관에서 놀자 -다섯번째 이야기


박물관에서 공부를 한다고? 박물관에 가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공부라고 하면서 그런데 왜?  특별히 공부를 하러 간다고 하는 것이지? 꼭지 제목은 ‘박물관에서 놀자~’라고 해 놓고 박물관에서 웬 공부? 

이번 글부터 몇 회에 걸쳐 정말 박물관에서 공부하는 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럼 무슨 공부를 하다는 것이지?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다. 박물관은 역사공부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어려워만 하는 사회공부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어떻게 할까? 초등생을 중심으로 설명해 보자. 먼저 사회교과서를 펼친다. 4학년 2학기, 6학년 1학기에 경제가 다루어진다. 경제? 머리부터 아파온다. 생산과 소비, 분배, 효용가치, 환율……. 경제용어만 들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박물관에서 해결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돈에서부터 출발하자. 우리나라 돈을 발행하는 기관은 한국은행. 이곳에도 박물관이 있다. 화폐금융박물관이다. 물품화폐부터 철전, 은병, 상평통보는 물론 현용 화폐에 이르기까지 돈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세계의 화폐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위조지폐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천 원짜리를 들고 연신 “내 돈이 진짜 돈인가”를 살핀다. 

또한 중앙은행이 하는 일, 물가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인플레이션도 필수코스. 다른 나라의 화폐 단위와 환율계산도 척척할 수 있다. 경제가 보인다. 2층에 올라가면 돈이 잔뜩 쌓여 있는 금고에 들어 갈 수 있다. 실제 돈자루를 들어보면서 돈의 무게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억 원을 들면서 누구나 한마디씩 한다. “무거워도 좋아. 이 돈이 내 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등장한 화폐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돈이 가깝게 느껴진다. 대전에 있는 화폐박물관에도 화폐의 발생에서부터 역사, 제조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돈을 보았으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둘러보자. 신세계에서 운영하는 한국상업사박물관에서은(지금은 보완을 위해 휴관중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상업의 발달과 유통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삼국시대 시장에서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상거래에 쓰였던 물건들과 문서, 도량형도구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옛시장의 모습은 서울역사박물관과 농업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 국가가 관리했던 시전과 지금의 동대문시장 부근의 인현시장과 남대문시장인 칠패시장, 한강의 경강시장(노량진, 마포, 용산, 송파…) 등을 만날 수 있다. 농업박물관에는 실제 시골 장 구경나온 사람처럼 어슬렁거릴 수 있도록 커다란 장터를 재현해 놓았다. 쌀, 닭, 생선도 팔고 있고, 대장간 구경도 한참 할 수 있다. 물론 배가 고프면 국밥 한 그릇 먹을 수 있었던 주막도 구경거리다. 

돈도 벌었으니 저축에 관심을 기울일 때. 은행의 역사와 하는 일은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한국금융사박물관과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에 가면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한국금융사박물관은 진대법과 같은 구휼제도부터, 객주, 전당포, 우리나라 최초의 민족은행 등 금융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당나귀는 왜 은행에 갔을까?” 질문의 답을 찾다보면, 은행의 역할을 알 수 있다. 2층 체험실에서는 1원짜리가 몇개 모이면 100만원이 되는지 아이들과 헤아려 보면 신이난다.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은 말 그대로 은행의 역사가 있는 박물관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인 식민지시대의 은행을 보면서 새삼 민족자본의 중요성도 깨닫고, 한국전쟁 때 임무를 다하는 은행원을 보면서 가슴이 아파진다. 은행하면 저축이 떠올려지는 것은 당연. 이곳엔 저금통갤러리가 유명하다. 그저 구멍 뚫린 저금통인줄만 알았는데 2억에 달하는 저금통이 있다! 그것도 이곳 은행사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 세상에 단 두 개만 있단다. 

박물관 둘러보기가 끝나면 아이들과 시장과 대형마트를 가자. 생산과 소비, 유통 이러한 것들이 용어가 아니라 나의 일상생활이라는 것을 직접 느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오현애 회장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다. 금천교육협동조합 나눔 발기인회 대표로 활동하고있다.

 


방학이다!! 아~ 아이들은 마냥 즐거울 것이고, 엄마들은 아이들과 실랑이할 생각에 벌써 걱정이 앞설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동안 밀린 공부도 좀 하고, 부족한 과목도 찾아 보충도 하고, 책도 좀 읽으면 좋으련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이 큰 고민을 해결할 방법, 아이들과 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일명, ‘박물관 피서법’을 권한다.  

박물관 피서법? 말 그대로 박물관에서 더위를 피하는 것! 박물관은 유물을 위한 적정 온도유지와 통풍은 물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이어서 당연히 쾌적한 실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전시유물도 가득하니 피서도 하고, 살아있는 체험활동까지,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그럼 어느 박물관을 갈까? 이번 여름방학엔 특별히 대학교 안에 있는 박물관들을 찾아가 보는 거다. 어, 대학교에도 박물관이 있었나? 물론이다. 거의 모든 대학에는 연구기관으로 박물관을 갖추고 있고, 일반 관람객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곳도 있어 활용하기에 더욱 좋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난후에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학캠퍼스를 산책해 보는 거다. 아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대학교가 굉장히 넓구나”, “나도 빨리 대학생이 되고 싶다”, “이담에 난 어느 대학에 갈까?”, “무얼 배우고 있을까?” “그때도 이 박물관이 있을까?” 등등 상상의 나래를 편다면 아이들이 저절로 공부에 의미를 두지 않을까 싶다. 물론 “넌 여기 꼭 와야 돼!”하는 강요는 금물! 

오늘은 몇몇 전문 주제를 가지고 있는 대학 박물관과 우리 동네에서 찾아가기 가까운 곳을 소개하기로 한다. 




<경희대학교 자연사박물관. 포유류 전시실. 가까이서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어있다>


경희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안에 있는 자연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자연자원이 잘 보존된 곳이다. 광물과 암석, 식물, 곤충, 수생생물, 포유류 등이 잘 전시되어 있는, 살 아 있는 자연체험학습장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배웠던 자연교과서를 들고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해 보자. 교과서에 등장하는 동식물이나 암석, 식물 등을 전시장에서 찾아본다든가,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전시장에서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아이들과도 함께 게임을 만들어 전시장을 보자. 새록새록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낼 것이다. 두 곳 모두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숙명여자대학교에 있는 정영양자수박물관,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은 각각 동양자수와 한국복식 분야의 전문박물관이다. 박물관 이름에서 눈치 챌 수 있는 것처럼 자수와 한국복식에 관해 두 전문가교수들이 일생동안 수집하고 연구한 유물 기증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이다. 두 곳은 또한 복식유물의 보존과 복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옛날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살았을까,” “옷에는 어떤 장식을 했지?”, “저렇게 긴 치마를 입고 어떻게 일을 했을까?”, “아저씨들 옷도 종류가 많네”. 많은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 정영양자수박물관. 동아시아 자수의 정수를 볼 수 있다.>


가까운 서울대학교 안에도 박물관과 규장각, 미술관이 있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은 선사시대와 고대의 역사, 문화를 보여주는 고고역사실과 민속생활사실, 전통미술실이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 500여점은 자체 소장품과 발굴조사로 수습된 유물이라고 하니 중학생이나 초등 고학년이면 그동안 배운 한국사를 대입해 보면 좋을 것이다. 

<서울대학교미술관 전경.>

규장각은 조선시대 정조임금 때 만들었던 왕립도서관인데 서울대 안으로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승정원일기, 의궤, 고지도를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소중한 유물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서울대 미술관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독특한 건축디자인으로 유명한 곳이니 밖에서라도 꼭 그 건축미를 감상해 보시도록! 정문에서 멀지 않다. 


오현애 회장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다. 금천교육협동조합 나눔 발기인회 대표로 활동하고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조금 더 재미있게 박물관으로 가 보자. 어떻게? 욕심을 버리라고 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아주 재미있고 손쉬운 방법이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옛이야기와 박물관을 연결해 보는 것. 일명 ‘옛이야기와 박물관 짝짓기놀이’다. 이렇게도 박물관을 볼 수 있구나 싶을 것이다. 

<방귀쟁이 며느리>와 한의약/의학박물관 방귀이야기만 나오면 아이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다. <방귀쟁이 며느리>를 꺼내들고 심각하게(?) 방귀이야기를 해본다. 이야기 속 며느리는 나무에 매달린 배를 떨어뜨릴 만큼 엄청난 방귀 힘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방귀는 왜 나오는 걸까? 아파서 그런가? 방귀쟁이 며느리를 데리고 어디를 가면 좋지? 병원과 의학에 관련된 박물관을 찾아 궁금증을 해결해 보는 거다. 


<영월의 조선민화박물관. 까치와 호랑이 민화를 직접 그려볼 수 있다.>


서울의 경동시장에는 한의원과 약재상들이 몰려있는데 이곳에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있다. 우리 조상들의 건강을 지켜왔던 한방치료법, 의약기구, 약재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양동에 있는 ‘허준박물관’에선 한의학관련 전시물뿐만 아니라 <동의보감>과 조선의 명의, 허준 선생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가 활약했던 내의원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병원은? 지금의 서울대학병원 전신인 대한의원으로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근대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남아 있다. 그곳에 ‘의학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의학박물관에는 서양의 근대의학이 도입된 이후 각종 의료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앗, 이런 기구로 수술을 했을까?” 싶을 정도의 기구들도 있어 오늘날의 첨단 의료장비들과 비교된다.

<팥죽할멈과 호랑이>과 농업박물관 ‘농업박물관’에는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래 생산 활동의 기본인 농업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그렇담 팥죽할머니 이야기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야기 속에는 팥죽할멈을 도와 호랑이를 무찌르는 농기구들이 등장한다. 실제 멍석과 지게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업박물관이다. 언제부터 팥농사를 지었을지, 어떤 농기구들을 사용했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내가 이야기꾼이 되어 한편을 다시 만들어 보는 거다. 난 호미를 등장시킬 거야. 난 동장군이 오줌을 확 쏟아 붓는 장면을 넣어야지….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나는 신화이야기, <마고할미>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자연사박물관에서 가면 그 비밀이 있다. 자연사박물관에는 생물의 진화과정과 종류, 생태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와 태양계의 생성, 지구 탄생의 비밀, 지층의 변화 등 46억년의 지구의 역사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엔 처음 세상은 해도 둘, 달도 둘이었다. <마고할미>는 뚝딱뚝딱 세상을 빚어 놓는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 해와 달은 호랑이에게 엄마도 잃고 쫒기는 신세가 된 오누이이다.  

옛이야기와 박물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화와 과학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는 우주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이해하는 세상은 옛이야기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과 ‘국립과천과학관’, ‘국립중앙과학관’, ‘지질박물관’에서도 지구의 탄생과 역사를 볼 수 있다. 

옛이야기와 박물관 짝짓기는 무궁무진하다. <흥부와 놀부>에서 부자가 된 흥부네 집에서 놀부가 욕심내 가져갔던 화초장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심청전>을 읽고는 장애로 살아가는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은?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꽂혀 있는 옛이야기를 들추며 박물관과 짝짓기놀이를 해 보자. 가보고 싶은 박물관이 저절로 많아질 것이다. 




오현애 회장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다. 금천교육협동조합(가칭)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있다.

 


지난번에 강조, 또 강조했던 박물관 관람의 제일 기본 원칙이 있었다. 기억하시리라. 첫째도, 둘째도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온 박물관인데 싶어 1전시실, 2전시실, 3전시실, 이렇게 전시장 전부를 둘러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것이다. 이젠, 절대 이렇게 하시지 마시길. 그럼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박물관에 대해 이렇게 외치자. 나는 관람자다. 내가 보고 싶은 걸 본다. 


박물관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엔 책이 많다. 그래서 필요한 책,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다. 한꺼번에 수만권의 장서를 보려고도 하지 않고 볼 수도 없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박물관은 인류의 발달사, 생활사가 각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길게는 1만년, 짧게는 몇 십 년이니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것은 정말이지 욕심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듯 박물관도 골라서, 나누어서 보아야 한다.


박물관은 백과사전이다. 

박물관과 백과사전은 내가 알고 싶은 정보가 모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정보가 아무리 많이 있다한들 내 것이 되지 않는 한 그저 정보의 바다만 이룰 뿐이다. 백과사전의 깨알 같은 지식도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 볼 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박물관에 있는 정보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되고 유물이 말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한국역사를 통째로 만날 수 있다. 물론 유물로 만난다. 한 번에 보기 어려운 것 물론이고 어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백과사전을 들추듯 시간을 두고 잘게 나누어 찾아보면 쉽다. “오늘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자.” “백제의 금동대향로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발해는 분명 우리 민족이 세운 국가가 맞아. 어디에 세웠는지 궁금해.” 

내가 보고 싶은 걸 보면, 관람이 자유로워진다. 박물관이 정해준 동선대로 볼 필요도 없고 그 많은 전시물도, 패널의 설명도 다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가 궁금한 것부터 전시장을 찾아 둘러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박물관에 흥미가 생겨난다. 또 보고 싶은 것을 찾아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자세히 보게 된다.  


주제별 접근은 어떻게 하나?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은 박물관에 다 있다. 자동차에 관해 알고 싶다면? 자동차박물관으로, 죽음에 관해서? 그러면 쉼박물관, 열쇠? 자물쇠? 쇳대박물관, 청자? 청자박물관이나 도자기박물관, 옛날 어려웠던 시절의 생활이 궁금하면 달동네박물관, 화장을 언제부터 했는지 궁금하면 화장박물관 …….

이제 조금 더 나아가 보자. 옛사람의 일생은 어떠했을까? 민속박물관에 가면 의식주를 비롯해 통과의례, 사회제도 등이 망라되어 있다. 가보고 나니 심화된 궁금증이 생겼다. 집의 구조는? 옷의 종류는? 장식은?  어떤 음식을 먹었지? 한옥마을이나 민속촌에 가면 해결된다. 기와집, 초가집, 부엌과 안방, 사랑방까지 들어가 볼 수 있다. 집안 인테리어는? 가구박물관으로 고고! 옷은 무엇으로 장식했지? 자수박물관이 있다. 섬세하고 고운 자수 작품을 보는 것은 물론 문양공부도 덤으로 따라온다. 

우리는 박물관이 차려놓은 밥상을 받아 잘 먹으면 된다. 잘 먹고 나면 내 지식이 되는 거다. 행복하지 아니한가?  


다녀온 후 정리는 꼭 해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차곡차곡 일기장이든 파일이든 공책이든 모아놓으면 좋다. 거창한 정리가 필요하진 않다. 입장권을 붙이고 갔다 온 날짜와 박물관, 누구랑 다녀왔는지만 적어도 좋다. 이런 간단한 정리만 했는데도 훗날 들춰보면 나의 역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거창하고 화려한 정리에서도 욕심을 버리자.



<남산한옥마을의 양반댁 부엌. 나란히 걸린 소반이 각상을 받았던 조선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동두천에 있는 마니커닭박물관. 닭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재미난 박물관이다>

<떡박물관에 가면 아이들 돌상에 차려진 떡과 음식을 볼 수 있다. 통과의례 때마다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차렸는지 알 수 있다>




오현애 회장

필자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박물관이야기' 회장이다. 금천교육협동조합(가칭)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고있다. 



주말이면 박물관이 북적거린다. 체험학습, 9차 교육과정과 창의적 체험활동, 자기주도 학습, 주5일제 시행 등등으로 이제 박물관에 대한 사람들의 대접이 달라졌다. ‘박물관=체험학습’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인정되고 있다. 

최근 ‘가르치는 교육’보다는 ‘스스로 찾아내는 교육’의 흐름에도 박물관만한 곳이 없다. 박물관에는 지구상에 인류가 나타난 때부터 오늘날까지, 아니 45억년에 이르는 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살아있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때문에 책에서만 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백자 달항아리의 넉넉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학습의 가장 최적의 장소이다.  

하지만 박물관에 다녀 온 아이들에게 “박물관 어땠어?” “재미있었어?”라는 질문에 “네!”하고 시원하게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박물관은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만 겉으로만 보면 여전히 낯선 곳이다. 사실 어른이나 아이에게는 박물관 관람이 쉽지만은 않다. 유물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고, 설명은 어렵다. 3,40분 정도만 전시실을 둘러보았을 뿐인데 다리도 아프고, 어두운 조명에 눈도 아프다. 공기 흐름도 탁해 박물관 피로가 금방 몰려온다. 딜레마다. 어떻게 하면 박물관에 즐겁게 재미있게 갈 수 있을까? 박물관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몇 회에 걸쳐 그 방법을 전하려고 한다. 기대하셔도 좋다. 우선 한 가지 원칙!

박물관 관람의 가장 기본 원칙은 첫째도, 둘째도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박물관은 인류 문명의 모든 역사를 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몇 번의 관람으로 다 보려고 하면 욕심이 지나친 것이다. 그 다음엔 한 시간 관람했다면 한 시간은 놀다오기다. 뮤지엄샵도 구경하고 맛난 간식도 먹는다. 그래야 다음에 또 가자고 할 때 아이들이 따라 나선다. 


TIP! 박물관에 가서는~ 

● 욕심을 버린다.

한 번에 하나만 보아도 좋다. 오늘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사용하였던 빗살무늬 토기를, 다음에 와서는 삼국시대의 그릇을, 그 다음엔 고려의 청자를, 이런 식으로 하나씩 본다. 

● 친구를 만든다. 그리고 말을 건다.

유난히 눈에 띄거나 마음에 드는 유물을 골라 친구를 만들어 본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나는 oo란다. 너는 누구니?” “난 열 살이야. 너는 몇 살이나 되었니?” “헐~ 1만년!” 

● 설명문에 얽매이지 않는다.

설명문을 꼼꼼히 다 읽지 않아도 좋다. 유물 자체를 먼저 보고 느낀 후 유물이야기를 알고 싶을 때 보아도 좋다. 이렇게 하면 훨씬 자유롭게 볼 수 있다.

● 한 시간을 넘지 않는다.

아이들의 집중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수업시간을 생각해 보시라. 또 쉬고 쉽다고 하면 쉬고, 물 먹고 싶으면 물도 먹고 천천히 본다. 

● 가기 전에 알고 가면 훨씬 재미있다. 가려는 박물관에 관련된 주제의 책을 읽고 가거나 박물관의 홈페이지를 찾아서 보려고 하는 유물에 대해 알고 가면 좋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얇은 그림책이나 이야기책도 좋다.






오현애

박물관이야기 회장 /금천교육협동조합(가칭) 준비위원

공저 : <박물관이 들려주는 경제이야기/ 박물관에서 사회공부하기-나라살림편/ 쉿! 박물관에 암호가 숨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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