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3동 기쁨 만두집

 

 

타국살이(타향살이)의 고단함이 밀려와 마음 둘 곳 없을 때 심난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그리운 사람을 찾고 정겨웠던 고향의 음식을 찾는다.


그래서일까 독산 3동의 중국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밀집지역인 남문시장 5구역 부근에는 선불식 국제전화카드와 중국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 가게들을 따라 걸어 다니다보면 각종 전병과 월병 만두와 꽈베기 등을 가판대에 올려놓고 판매하는 식당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상호는 다르지만 같은 집인 왕만두집과 기쁨만두집은(이하 왕만두집) 연변처녀와 목포남자가 결혼하여 독산3동에 차린 가게다. 보통 중국 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식당들은 중국식 밀가루 아침식사를 잘 취급하지 않는데 왕만두집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침식사인 또우장이라 불리는 콩물부터 만두인 빠오즈, 밀가루 반죽 튀김인 유타오, 속을 채워서 전처럼 구워먹는 지단삥까지 중국 여행을 가서 아침 식사를 먹어본 사람들이라면 단번에 알아 볼 수 있는 종류들을 취급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훈툰이다. 만둣국이긴 하지만 만둣국과는 다르고 완탕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훈툰은 원래 중국 북방의 요리였던 것이 상하이같은 남방으로까지 퍼진 중국의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다. 왕만두집의 훈툰은 3000원이란 저렴한 가격에 양도 박하지 않아 한 끼를 충분히 채울 수 있을 정도.


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게 힘들다면 빼달라고 부탁하면 기꺼이 빼주며 토종 한국사람이란 것을 밝히면 미리 뺄지 넣을지 확인해주거나 따로 주니 고수 때문에 못먹겠다는 분들도 걱정 없이 드실 수 있다.


왕만두집은 아침식사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흑룡강성 요리라고 하는 동북 요리들도 맛볼 수 있다. 동네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들은 화교들이 전파한 요리이며 그 화교들의 원류는 중국 산동성이다. 부드럽고 향이 짙은 산동요리와 달리 동북 요리는 기름지고 강렬하다. 왕만두의 마라두부(마파두부)는 초피가 들어가 입안이 얼얼하고, 건부두 볶음은 단순히 볶는 것을 넘어 강렬한 불 맛을 낸다. 당분이 섞이지 않은 춘장으로 볶아내어 건두부에 파(고수도 나온다 취향에 따라 선택가능)와 함께 싸먹는 경장육슬 또한 추천할만하다. 또 중국인 거리 하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양꼬치도 다양한 재료와 맛으로 준비되어있다.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말도 있듯이 한국 사람들이 밥과 얼큰한 국과 김치가 없으면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여기듯 많은 중국인들과 중국 동포들은 기름기가 없는 식사를 하면 허전함을 느낀다고 한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많다보니 비가 오는 날은 어쩔 수 없이 일을 쉬는 사람들이 많고 이들에게 일터에서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한국식 식사의 허전함과 아련한 고향의 향수를 채워주기 위해 왕만두집은 하루 종일 숨돌릴 틈 없이 분주해진다.

사진 : 위에서부터 기쁨만두집 전경, 경장육슬, 건두부복음, 훈툰

 

기쁨만두집(02)865-8687
주소 : 금천구 독산3동 970-29
강동호

양꼬치 구이에 청도 맥주 한 잔으로 타향살이의 적적함을 달래고.....

식당의 전문메뉴가 양꼬치인 이유에 대하여

“우리는 양고기를 1년 미만의 어린 것만 써서 부드럽고 맛있기 때문에 가장 잘 찾는 메뉴이기도 때문이지요. 더 자란 양고기를 쓰면 고기가 질기거든요”

안금화 씨(42세)는 말한다.

주문한 양꼬치 전부를 모아 숯불에 올려놓고 초벌을 구운 후 다시 꼬치 한 개씩 꼼꼼히 구워서 ‘즈란’이라는 향신료에 고춧가루 소금 땅콩가루 등을 섞은 마른 양념가루에 고기를 찍어 먹는다. ‘즈란‘의 독특한 향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냥 맨 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 양꼬치 구이는 염소고기 맛과 비슷하다. ‘송림 양꼬치’ 식당에서 맛있는 게 부추를 많이 넣어 만든 물로 삶아낸 만두다. 만두피는 두꺼운 듯하나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부추향이 돌고 다 씹으면 개운한 맛이 난다. 또 옥수수로 만든 온면은 김치를 종종 썰어 위에 얹어주는데 약간의 기름기와 김치가 섞이면서 온면의 맛은 우리의 김치 사발면과 비슷하다.

송림 양꼬치 식당은 주로 연변에서 온 사람들이 주로 찾으며 종종 한국 사람들도 찾는데 양꼬치 구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한 번 오면 단골로 찾게 된다. 그래서 주말에는 식당의 모든 자리가 손님으로 꽉 차기도 한다.

연길 양수진 정암천은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충북 옥천에 살던 안금화 씨 어머니는 아홉 살 때 연변으로 이민을 가 살다가 한국으로 다시 들어왔다. 태어나고 자란 동네 정암천에서도 한국에서와같이 김치찌개와 콩나물 무침 등을 먹고 자랐다. 2002년 32살 때 한국에 들어온 이후 국적을 취득하고 늦둥이도 낳아서 살고 있다. 금화 씨의 다섯 형제들은 모두 한국에 들어왔다. 형제들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막내인 금화 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아프셔서 요양병원에 모시고 있다. 금화 씨에게는 4살 늦둥이 외에도 22살 큰 아이가 있다. 큰 아이는 지금 중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가족 모두 한국에 모여 살 것이냐는 물음에 큰 아이가 한국으로 들어올지는 큰 아이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한다.

2002년 한국에 입국해서 신림동과 독산동에서 회사도 다니고 식당도 다니면서 10년 동안 돈을 모아 독산동에 송림양꼬치 식당을 열었다. 중국에서 양꼬치 식당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이다. 금화 씨는 10년 동안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사람들을 잘 만나서 큰 어려움 없이 생활을 했다고 한다. 식당 개업 후 아주 가끔 남의 나라에 와서 가게 차렸다는 둥 큰소리를 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한국은 자기가 열심히 살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고 한국이 좋으니까 돈도 벌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월급 벌이보다 좀 낫지만, 후에 돈을 많이 벌면 가게를 더 크게 차리는 게 금화 씨의 코리안드림(?)이다

주소: 금천구 독산3동 178-3

전화 : 070-8957-9389

약도:독산동 20미터(베스트마트와 하얀풍차 빵집이 있는 사거리)에서 남문시장입구 방향으로 꺽어서 5미터 왼쪽편

김현미 마을기자

쓰레빠 가이드 10

우리동네 아줌마 계모임 장소 1순위

풍년쌈밥·보리밥집은 남문시장 근처에 사는 아줌마들 계모임 장소로 한 번 이상은 들렀을 법한 집이다. 또 계모임하는 아줌마들이 찌개가 나오기 전에 상 위에 차린 나물반찬 한 접시씩은 다 비우고 다시 차려진 반찬으로 밥을 먹는 곳이 이곳이다. 풍년쌈밥·보리밥에서 나오는 반찬들은 거의 아줌마들이 좋아하는 나물과 여러 쌈, 채소가 주로 나온다. 나물, 된장국, 열무김치, 파김치 등 상에 차려진 것 맛깔지다. 그리고 언제나 보리밥 누룽지로 만든 따뜻한 숭늉을 준비해 내놓으니 정수기 물보다는 구수한 정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난 우리 엄마가 해주는 애호박 전이 제일 맛있었어. 애호박을 금방 부쳐 양념간장에 살짝 버무려 주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어. 난 엄마가 해주던 그 맛을 못 내겠더라고” 고향이 충북 진천인 반경옥 씨(52세)는 아직도 어머니의 음식들이 그립다. 특히 김치와 장아찌, 동치미를 잘 담그던 어머니의 손맛을 닮아서 음식에 관심이 많고 좋아하고 또 잘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시사철 쌈밥과 보리밥이 주로 나가고 겨울철에는 매생이국과 굴 돌솥밥이 잘 나간다. 남문시장이 바로 옆이라서 그날 들어온 가장 싱싱하고 좋은 재료들을 사서 음식들을 만든다. 쌈밥 메뉴에 나오는 돼지불고기감도 주문량에 따라서 남문시장 안 정육점에서 몇 번이라도 배달시켜 쓰기 때문에 냉장고에 들어갈 새가 없다. 시골에서 올라온 양념을 쓰고 참기름도 직접 짜서 쓴다. 신안의 구운 소금으로 나물을 무치고 김치를 담글 때는 5~6년 묵은 소금에 가자미 젓갈을 넣어서 담근다. 시어머니께서 젓갈장사를 했기 때문에 가자미젓갈이 맛있는 줄 알았단다. 가자미젓갈 가격은 멸치액젓의 두 배 반이지만 맛있기 때문에 쓴다. 언젠가는 가자미 젓갈이 떨어져 다른 젓갈을 써서 김치를 담갔더니 손님들이 먼저 알고 김치맛 달라졌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후부터는 가자미 젓갈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이 동네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3년 정도는 장사가 지금처럼 잘 된 것은 아니다. 식당을 처음 해보는 거라 경험도 없고 식당을 어떻게 경영하는지도 몰라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집에서 먹는 것처럼 하면 언젠가는 손님들이 알아주겠지 하면서 해 온 장사가 벌써 9년째이다. 점심때 가면 자리가 없을 때도 많다. 이제는 꾸준한 단골도 생기고 예약하고 멀리에서 손님이 찾아오니 돈 버는 것보다 자부심이 생기고 너무 행복하단다. 언젠가 남문시장으로 ‘6시 내고향’이라는 프로를 찍으러 방송국 사람들이 왔는데 풍년쌈밥·보리밥에서 밥을 먹은 피디가 이곳 음식 맛에 너무 반했다. 피디는 식당에서 촬영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손님들 밥도 못 먹고 신경쓰는 게 싫어서 촬영거부(?)를 했던 적도 있단다.

“우리 엄마는 치매가 빨리 왔는데 이 동네에 살다가 4년 전에 돌아가셨어. 아침에 보리밥 잡수고 싶다고 가게엔 나오곤 하셨지. 우리 엄마하고 나도 보리밥에 된장국을 좋아했는데 내가 좋아하니까 보리밥집을 하게 되더라구” 아직도 어머니가 그리운 반경옥 씨이다.

반경옥 씨에게는 아직도 식당일은 매력있는 일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은 이 일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

풍년쌈밥·보리밥집에 나오는 야채 피클 만드는 법

1. 양파, 오이, 무(또는 콜라비), 연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2. 연근은 자른 후 바로 식초 물에 담가야 색이 변하지 않는다.

3. 식초 물에 담갔던 연근을 끓는 물에 살짝 넣어다 건져 찬물로 헹군다.

4. 사과식초, 순한 간장, 갈색설탕을 1:1:1 비율로 전체 야채의 3분의 1 양만큼 만든다.

5. 통에 야채와 양념혼합물을 섞은 후 냉장고에 두고 30분 후 꺼내어 전체 한번 잘 섞어준다.

6. 냉장고에 넣은 1일 후부터 바로 먹을 수 있다. 3~4일 이내에 먹어야 한다.

전화: 02-862-7775

주소: 금천구 독산3동 979-1

위치: 남문시장 끝까지(구로디지털단지쪽 방향) 가서, 보생약국에서 오른쪽 길로 꺾어서 10미터

쓰레빠 가이드9 - 김제식당

그 옛날 청국장이 먹고 싶다면 김제식당

저녁 밥상 가운데 넘칠 듯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뚝배기의 청국장, 살얼음낀 동치미, 가지런히 방금 썰은 김장김치만으로도 군침이 돌고 서둘러 먹다가 혀를 물곤 했다. 그때는 눈물이 찔끔 났지만 참고 두부라도 건져먹으려면 부지런히 숟가락을 놀려야했다. 겨울밤은 길어서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도 잘 때쯤 되면 배가 다시 고팠다. 다시 끓여 졸은 청국장에 밥을 비벼 아삭한 총각김치랑 함께 먹었다. 겨울저녁과 겨울밤이 이렇게 갔다. 청국장 뜨는 냄새가 가시기도 전에 끓인 청국장 먹느라고 겨울날 방안은 발냄새 비슷한 냄새가 떠나지 않았다. 예민한 큰오빠는 냄새나는 청국장을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청국장을 좋아한다.

겨울에는 청국장이 더욱 맛있다. 옛날 먹었던 그 청국장 맛이 너무나 그리워 어디 청국장 맛있는 집 없나 하고 찾은 집이 「김제식당」이다. ‘청국장 전문’이라고 쓴 것도 손님들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면 찾아오는 손님들이 김제식당의 청국장 맛은 알아준다는 뜻이다.

“시골에서는 추석 쇠고 햇콩 나오면 무조건 청국장 먹는 줄 알아요. 그래서 청국장을 어떻게 잘 끓일 줄도 알고,,, 시골에서 청국장을 만들어 이렇게 큰 덩어리로 보내주면 이걸로 청국장을 끓여 팔아요.”

오인순(68세) 씨는 청국장 덩어리를 들어 보인다.

김제식당은 모든 메뉴가 싸다 그리고 많이 준다. 제육볶음 2인분(만원) 청국장 2인분(8천원). 오는 손님들이 우리도 역시 이렇게 싸게 팔아도 되냐고 묻는다. 여기는 아는 사람들만 오니까 다 단골이다. 또 멀리서 여기까지 찾아오는데 미안하고 고마워서 차마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한다.

지금의 나이에 특별히 돈을 크게 쓸 곳도 없는데 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가격을 올리고 싶지 않다고 한다. 자꾸 물가가 올라서 걱정되기는 하지만.

전라도 음식이라 짭짤하지만 안전하다. 고추사서 시골에서 빻아오고 된장 고추장은 늘 직접 담근다. 새우젓도 소래에 한 번 가면 다섯 말씩 사서 젓을 담근다. 이런 새우젓으로 아들네 딸네에 김치도 함께 담근다. 김치 안 담가주면 사먹을까 봐 아직도 김치를 담가준다. 손녀 친구가 손녀집에 놀러와서 할머니가 담가준 김치를 먹으면서 “니네 김치는 왜 이렇게 맛있냐?” 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 게 오인순 씨의 큰 즐거움이리라

김제 황산면으로 시집가서 큰아들 5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아들이 지금 42살이다. 가리봉시장에서 반찬집에, 또 식당을 하다가 외상값이 쌓여 문을 닫고 가산동으로 이사왔다.

“사람들이 외상을 달라고 하면 저 말하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냐는 생각이 들어 첫 외상을 주고 다음 외상은 외상값 안 줄까봐 주다 보니 외상값만 쌓이고 못받고 그래서 망했지. 이제는 외상은 한 번 줄 수 있어도 두 번은 절대 안 줘요”

가리봉시장에서 가산동으로 이사와 김제식당을 연 지 13년 째다. 서울 올라와서 돈 많이 벌으셨냐는 물음에 큰 돈은 못벌고 먹고살고 얘들 가르친 것 밖에 못했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이거면 돈 벌으신 거 아닐까.

지금까지 제일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 된장이나 청국장을 절구에 찧고 나서 그 절구를 씻은 물에 우거지나 김치, 두부를 넣고 멸치도 좀 넣고 오래 자잘자잘 끓인 것이 그렇게 맛있었어요.”

김제에서 서울로 올라온 전라도 아낙손은 어디를 가나 맛있게 거두고 푸지게 퍼 주는 손이다. 이게 다 징게맹게 외배미들의 넓고 풍족함 때문일까?

주소 : 금천구 가산동 45-75

전화 : 851-0016

김제식당 가는길: 가산동 주민센터 건너서 직진 100미터 은하마트 삼거리에서 좌회전 10미터 왼쪽편에 김제식당

 

김현미 마을기자

bluewana@hanmail.net

 

어렸을 적 시장에 장사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면 밤 10시가 넘어서 우리 형제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소리에 눈비비고 일어나면 닭과 통마늘을 삶은 냄새와 김이 방안 가득하고 상이 차려져있다. 잠이 덜 깬 채 어머니께서 입 안에 들이민 닭고기를 먹는다. 부드럽고 쫄깃한 닭고기를 씹다보면 어느새 잠이 깬 우리 형제들은 모두 부지런히 닭고기를 먹고 있다. 닭을 다 먹고 나면 한 쪽이 물러서 둥그렇게 도려낸 복숭아를 하나씩 건네신다. 이렇게 우리는 배불리 밤중 복달임을 하고 또다시 행복한 표정으로 다시 누워 잠을 잔다. 그날 어머니는 복날 팔고 남은 닭을 닭장사한테 떨이로 싸게 두어마리 사와 통마늘만 몇 줌 넣어 석유곤로에 심지를 크게 키우고 얼른 삶았으리라. 그때는 닭에 인삼을 넣고 삶는 게 호사였고 썩지 않은 멀쩡한 복숭아를 사먹는다는 게 우리 식구들에게는 사치였다. 우리 오남매는 몇 년을 그렇게 밤중 복달임을 해도 닭먹고 체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맛있고 아까운 것을 먹고 체하면 불효니까. 통마늘만 넣고 닭을 삶아오던 어머니도 오래전부터 인삼 등을 넣어 삶고 몇 년 전부터는 녹두를 넣어 닭죽을 끓여 주신다. 몸에 겁나게 좋다며.

어머니 생각에 녹두삼계탕을 먹으러 간 시흥보신탕에는 보신탕 손님 대 녹두삼계탕 손님이 6대 4의 비율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표 보양식은 역시 보신탕이 약강세이다. 음식점 안의 작은 가구들과 입구의 대기 의자도 세월이 묻어난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큰 방 하나와 단체방 3개가 있는데 큰 방에는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연상되는 꿩 박제가 녹두삼계탕을 먹는 우리들을 살짝 내려다보고 있다. 한물간 이 박제유행물 또한 시흥보신탕의 역사이리라.

녹두삼계탕은 우리가 흔히 먹는 삼계탕의 재료에 녹두를 넣고 끓인 것이다. 입맛 떨어지고 심하게 아플 때 어른들이 녹두로 자주 죽을 쑤는 것을 보고 닭과 녹두를 같이 끓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보신탕과 녹두삼계탕의 두 가지 메뉴로 올해로 11년 째 영업을 하고 있는 시흥보신탕 주인아주머니(오영심·50세)의 메뉴개발에 대한 설명이다. 보신탕과 녹두삼계탕의 조리비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주인아주머니가 아닌 주인아저씨(배윤식·51세)이다. 시흥보신탕을 개업하기 이전에 어떤 음식점도 운영해본 경험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음식점 문을 연 것은 음식에 관심이 특별한 배윤식 씨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부터 텔레비전에 나오는 요리는 집에서 한 번씩 다 해볼 정도로 음식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어요”

이곳 녹두삼계탕은 성질 급한 사람은 못 먹는다. 주문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하여 25분 후에나 녹두삼계탕이 나온다. 뚝배기 안에 영계, 대추, 인삼, 밤, 은행과 함께 푹 퍼진 찹쌀과 녹두가 뜨거운 김을 뿜고 있다. 뜨거운 영계를 건져서 닭다리를 뜯으니 퍼지지 않는 쫄깃함이 또다른 부위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살을 다 발라 먹고 나서 뚝배기에 남은 걸쭉하고 담백한 눅두죽을 다 먹으면 배가 많이 부른다.

11년 째 맛있다며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는 특별한 비결에 대하여 물으니 “특별한 비결은 따로 없어요. 그냥 재료를 아끼지 않고 듬뿍 써서 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보신탕이 더 맛있다고 하는디….” 

주인아주머니 오영심 씨는 더 맛있다는 보신탕을 먹지 않은 게 못내 아쉬운 것 같다. 

앤드류 카슨 박사(Andrew D. Carson)가 주장한  ‘10년의 법칙’이란 게 있다. 어느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그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을 최소한 10년 정도는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단 두 가지의 메뉴로 10년 이상 영업을 했다면 어느 수준에 도달한 맛이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에 고단백의 보양식을 먹는 이유는 무더위로 지친 몸의 원기를 돋우어 주고 가을을 잘 넘기기 위해서이다. 녹두삼계탕에 들어가는 닭은 속을 데우고 간의 기능을 개선시켜주며 소화흡수가 잘 된다. 또 녹두는 몸의 노폐물을 해독해주고 열을 내리게 하고 식욕을 돋우며 피로회복에 좋다.

예전부터 우리 어머니도 뭘 알긴 알으셨나보다. 밤중에 먹어도 소화 잘되는 닭을 삶아준 걸 보면. 




시흥보신탕·녹두삼계탕 (전화:894-0172, 주소: 서울시 금천구 시흥1동 895-4) 

*기다림에 약하신 분 녹두삼계탕은 30분 전 예약필수


김현미 독산3동

프랑스에서 나오는 미슈랭 가이드· 대한민국 서울 금천에서 나오는 쓰레빠 가이드가 있습니다.

우리를 살찌게 하는 것들 쓰레빠 가이드 



비가 오는 금요일 저녁 독산3동 남문시장 주변에 있는 탁주·만세전을 찾았다. 염상섭의 <만세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맛있게 다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세! 부르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만세전’이라는 상호를 붙인 곳이다. 만세전에는 역시나 비오는 날이라고 막걸리와 파전이 땡겨서 집 나온 사람들이 참 많다.

비오는 날, 전국민이 막걸리와 파전이 땡기는 이유에 대한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비가 와서 우울한 기분을 전환시켜주는 세로토닌이 막걸리와 해물파전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비타민B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는 설과 또 하나는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파전 지글거리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서 땡긴다는 설이다. 빗소리와 파전 지지는 소리가 비슷해서 땡긴다는 설에 대해서는 그럼 천둥칠 때는 뻥튀기가 땡기냐고 딴지를 걸고 싶다.

주문을 하니 찌그러진 노란 양은 주전자에 담긴 막걸리, 각종 해물을 넣고 노릇노릇 지진 파전, 김칫국, 김치, 야채 양념장이 나온다.  만세전은 부부기리 운영하는데  주방은 주인아저씨(방영재, 43세) 담당이고 테이블 6곳은 주인아주머니가 담당한다.

만세전 메뉴에는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각종 전류, 무침류, 볶음류, 찌개류가 있다. 오돌뼈와 무뼈닭발 그리고 모래집 무침은 각종 야채에 버무린다.  낙지와 쭈꾸미 볶음은 소면 외에도 밥을 주문하면 남은 양념으로 볶아서 나오는데 공짜다. 소주파인 필자는 안주로 시원, 칼칼한 해물짬뽕을 자주 시킨다.

만세전의 모든 메뉴를 만드는 손은 양식조리 주방장 타이틀 20년의 관록을 지녔다. 독산사거리의 빌딩 스카이라운지에 있던 그 옛날의 캘리포니아, 건너편 국민은행 지하 아마데우스 레스토랑의 주방장 등을 두루 거쳤다. 또 육회지존이라는 프렌차이즈 회사의 드레싱을 개발을 했던 손으로 즉석에서 모든 메뉴를 만들어준다. 방영재 씨는 지금도 예전 몸담았던 프렌차이즈 회사들이 메뉴개발을 의뢰하면 메뉴개발에 참여하기도 한다. 손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대학 낙방 후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어요. 그때는 자격증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손으로 하는 일을 좋아했거든요.”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김치도 함께 담궈서인지 음식 만드는 일에 쉽게 빠져들었다. “이후 학창시절에 먹은 돈가스가 너무 맛있어서 또 만드는 게 무척 궁금해서 양식의 길로 들어섰지요” 아직도 어려서 어머니가 비오는 날 만들어주셨던 김치전과 빈대떡이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막걸리와 파전을 혼자 먹는 사람은 없다. 비오는 날에 혼자 먹는다면 더욱 우울해질 것이 뻔하다. “비도 오는데 저녁에 막걸리에 파전 어때?” 하면서 사람들을 불러낸다. 비가 와서 기분이 꿀꿀한대 이 사람과 마주하면 즐거울 것 같아서이다. 그래서 사람과 만날 구실이 되는 게 바로 비, 막걸리, 파전인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하면 세로토닌뿐이랴 엔돌핀에 도파민까지 나온다. 그러니 비오는 날엔 좋아하는 사람을 꼭 만나자

우리 사랑 만세다.


탁주·만세전(전화:830-4796)  서울시 금천구 독산3동 165-6  덕천빌딩


김현미 독산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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