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슬픈 나막신의 시대적인 배경은 일제강점기이다. 일제강점기의 여러 이야기들을 읽어보았지만, 이렇듯 일본 도쿄에서 살아가는 조선인, 특히 아이들의 이야기는 처음 접해보았다. 1970년대에 써진 이 작품에서 어떻게 일제강점기, 일본 도쿄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작가 약력을 찾아보니, 권정생 작가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조선인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쓰고, 일본의 교육을 받으며, 조선이라는 나라의 존재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본인도 아닌 채 이질적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 속의 아이들은, 아이들이기에 조선인이건 일본인이건 함께 어울려 놀았다. 서로 잘 놀다가도 놀리며 지냈다.


조선 사람 가엾다

어째서냐 말하면

어젯밤의 지진에

집이 모두 납작꽁

모두 모두 납작꽁


나도 모르게 운율에 맞춰 불러보았다. 납작꽁이라는 말이 어릴적 쓰던 때처럼 정감있고 재미있다. 과연 권정생 작가는 이 책에 나오는 아이 중 누구에 해당되는 아이였을까? 가난하지만, 따스한 가정의 준이였을까? 아마도 그럴 거 같다. 독립운동하는 큰 형과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작은 형이 있는 집에서 특별한 말썽을 부리지 않고 자랐을 것만 같다. 

일본인이건 조선인이건 혼마찌의 가난한 서민들의 삶은 비참하고 고단했다. 고아원에서 입양된 하나코, 병든 아버지를 챙겨야하는 에이코, 강아지 메리를 키우고 싶지만 키울 수 없는 미쯔코, 동생에게 급식빵을 가져다주는 키누요처럼 일본인이지만 모두 힘겹게 살아갔다. 내선일체를 부르짖던 일본의 이중적인 모습이 카즈오네 식구들을 통해서 참 잘도 표현되었다. 카즈오와 용이가 싸우면, 조선인은 모두 나쁘다며 카즈오의 형 히로시는 무조건 용이를 때렸다.

개개인을 통해, 각 가정의 모습을 통해 꼭 그 때의 나라가 보이는 건 왜일까? 자식을 때리는 호남댁과 얻어맞는 분이의 모습이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아프고, 자식같은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는 조선말기의 모습인 듯 보여 화가 났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호남댁이 아닌, 청송댁이나 상주댁과 같이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어머니이고 싶다. 청송댁 밑에서 자라는 걸이와 준이의 모습 역시 얼마나 바람직하고 듬직하던지......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에 일어나는 고철줍기와 폭격. 책이 끝에 가까와질수록 소년병으로 끌려간 걸이가 전쟁터에서 도망가지는 않을까? 곧 독립이 오겠지? 혼마찌의 조선인들이 모두 고향으로 돌아갈까? 그 당시 시대적인 상황을 떠올리며 책 내용과 함께 머릿속에 다양한 그림들이 그려졌다. 

'슬픈 나막신'이라는 제목에서 나온 나막신은 누구의 나막신일까?

일본에서 나막신을 신고 힘겹게 살아가는 조선 아이들일까?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야하는 일본과 조선, 그 모든 사람들일까?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유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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