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빌딩들이 가득한 G밸리, 사무실에서 일하다보면 하루의 대부분이 흘러간다. 일 외에 다른 걸 해보면, 마음속에만 품고 있었던 나만의 취미를 만들어나가면 어떨까.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갑을그레이트밸리 2층에 들어서면, 빽빽이 이어진 사무실들 끝에 ‘가죽공방 토야’, 그리고 공방지기 ‘토야’를 만날 수 있다.


잘하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 그리고 가죽공방 역시 본인만의 재미를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토야’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어보았다.  


# 가죽공방 토야의 시작

“원래는 평범함 회사원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가죽 공예를 처음 접했는데, 특이하고 매력적이더라구요.“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최유진이구요. 현재 ‘토야’라는 가죽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6년 전부터 공방을 시작해서, 최근 2년은 G밸리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가죽공방 토야에서는 핸드메이드로 가죽 제품을 만드는 교육부터 제품 소량생산, 그리고 시제품 제작 등을 하고 있답니다. 


Q. ‘토야’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있나요? 


제 별명이 토야라서 공방 이름도 ‘토야’라고 지어서 오랫동안 쓰고 있어요. 별다른 뜻은 없고, 그냥 토끼야를 줄여서 토야라고 지은거에요. 어릴 때부터 곰같은 여자보다는 토끼같은 여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처음엔 주변 친구들이 오글거린다고 많이 놀렸는데, 이제는 친구들이든 같이 일하는 분들이든 편하게 토야라고 불러주세요. 


Q. 가죽공방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어요? 


원래는 그냥 평범함 회사원이었어요.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 소프트웨어개발회사 경영지원팀에서 5년 정도 일했어요. 그 전 회사도 독산역이나 구로디지털단지역 쪽에 있어서, G밸리에서 쭉 직장생활을 했었죠. 


어릴 때부터 동양자수, 십자수 이런 게 유행이어서 손으로 하는 작업들을 많이 해보긴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가죽 공예를 처음 접했는데, 특이하고 매력적이었어요. 그걸 계기로 취미로 가죽공예를 시작한거죠. 


Q. 회사를 떠나서 새로운 일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음, 여자로서 회사생활하면서 미래를 내다보기가 어렵잖아요. 잘 아시겠지만 결혼이나 출산 문제를 생각하면 더 그렇죠. 특히 결혼하고 우연히 다른 회사에 스카웃되어 막 창업한 회사에 새로 들어갔는데, 8개월만에 폐업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면접을 여기 저기 다니긴 했는데, 결혼은 했는데 아직 애는 없는 상태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참에 취미 생활로 제가 즐겨 하던 가죽공예를 제대로 한번 해보자 싶어서 공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오랜 일터, G밸리 

“무엇보다 제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Q. G밸리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으니, 옛 기억도 많을 거 같아요. 직장생활 할 때 G밸리는 토야에게 어떤 곳이었어요?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저는 인천에 살았어요. 그래서 이 쪽 동네는 저한테 제일 가까운 서울이었고, 또 인천보다는 근무 환경이 여러모로 좋은 동네였어요. 그리고 재미있었지요. 근처에 마리오 아울렛 있잖아요? 퇴근하고 거기 자주 갔거든요. 10년 전만 해도 엄청 옷이 쌌어요. 코트도 2만원에 사고, 티셔츠도 3000원에 사고. 지금은 아울렛이라해도 가격 차이가 다른 곳이랑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그랬어요. 요즘도 가끔 수업하다가 지루하면 수강생들이랑 같이 아울렛에 놀러가요. 


Q. 굳이 공방을 오랜 일터였던 G밸리에 열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지하철로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남짓이라서 편하고, 관리사무소가 따로 있으니 제가 일일이 관리하지 않아도 되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한 곳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자주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제가 다니던 회사가 소프트웨어 쪽이다보니 개발자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지역으로 혹시 이직하더라도 가산동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여전히 공방이나 공방 근처에서 자주 만나요. 같이 점심도 먹고, 저녁에 수다도 떨고. 


# 나만의 재미를 찾아가는 공간 

 

“일 말고 다른 걸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거죠. 가죽 공방 토야가 본인만의 재미를 찾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Q. 공방에서 토야가 보내는 일주일은 주로 어떤가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혼자 혹은 다른 분들과 함께 다양한 주문제작 이나 샘플들을 제작하고, 나머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가죽 공예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 외 금천구나 광명시 등에서 학생들이 직업 체험을 종종 와서, 청소년들에게 가죽공예를 소개하기도 하구요. 


Q. 수업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일체험부터 취미과정, 정규과정까지 다양한 수업이 있는데, 정규과정이 중심이에요. 소규모로 1:1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6개월 기본과정으로 매달 각자 본인의 속도에 맞춰서 디자인부터 패턴제작, 제품 완성까지 진도를 나가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공방에 나와서 혼자 작업하기도 하면서, 제품 하나를 혼자 만드는 걸 목표로 같이 배워나가는 거죠.


Q. 가죽공방 토야의 수강생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현재는 10여명 정도 정규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부분 여성분들이고, 연령층은 20대 초반에서 50대부터 다양해요. 주로 인터넷 검색으로 가죽공방 토야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오시는데, 최근에 이사한 이후부터는 이 지역에서 일하시거나 거주하는 분들이 부쩍 많이 찾아오세요. 


Q.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나요? 


근처에서 직장생활하면서 퇴근 후 저녁에 수업 들으러 오시는 분이 있는 데, 한번 그런 말을 하셨어요. 가죽공예를 10년 전부터 하고 싶었는데, 직장 다니면서 이직 준비하고, 출장가고, 그러면서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본인의 취미로 시작했다고요. 그런 분을 만나면 뿌듯하죠. 


Q. 수업을 통해 사람들 만나고, 가르치는 일은 어때요? 재미있나요? 


솔직히 저는 혼자 작업하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수업을 시작했죠. 그런데 걱정과 달리 수업을 통해 오히려 제가 배우는 게 많더라구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서로의 부족함 점들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포함이구요. 물론 길게 보면 저만의 제품을 만드는 것, 제작 쪽에 더 욕심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일주일의 절반은 제작에 몰두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업을 하는 게 딱 좋은 거 같아요. 


Q. 지역 청년들에게 가죽 공방 토야가 어떤 공간이 되길 바라나요? 


재밌는 공간이요. 무언가를 만들어서 완성하는 게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되게 크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직장인들이 많잖아요. 일 말고 다른 걸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거죠. 저도 예전에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일할 때, 회사근처에 교육센터가 있었는데 퇴근 후에 그 곳에서 홈패션배우는 수업을 들었거든요. 그런 것처럼, 가죽 공방 토야가 본인만의 재미를 찾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 10년 후의 토야 


“잘, 정교하게 만드는 것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Q. 요즘 가죽공방 토야는 어떤가요? 


요즘은 새롭게 공방 꾸미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가산디지털단지역 뒤쪽에 있는 STXV타워에 있다가, 최근에 이 건물로 이사를 왔거든요. 이 사무실 얻기 전까지 20-30개 사무실은 봤을 거에요. 셀프인테리어로 삭막한 사무실을 공방으로 바꿔본다고, 요즘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죠. 이제는 한 80% 정도 완성되었다고 할까? 


Q. 가죽공방 토야의 지난 6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처음 막막했던 때는 지난 것 같아요. 가죽공예를 집에 기계 몇 개두고 했었거든요. 공방의 시작은 주상복합 지하 작은 사무실 이였답니다. 현상유지만 하자! 했어요. 감사하게도 공방을 운영하는 시간들이 되게 재밌었고 공방을 시작한지 1년 만에 잘 되어, 지하에 있던 공방을 지상 공간으로 옮기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잘된다고 무리해서 일을 하다 보니 힘이 들긴 하더라구요.


집에서 혼자 작업만 하던 시간들보다 공방을 운영한 시간이 더 짧지만 배운 점들은 그 곱절이 넘는 거 같아요. 특이한 케이스를 제작 원하시던 고객님도 열정이 넘쳐 감동시키던 수강생분들도 그리고 그렇게 많은 시행착오에서 남은 노하우들이 모두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6년이 지났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이 만들고 싶어져서 지금도 설레입니다. 확실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지치기보다는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Q. 토야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만의 역사를 가지는 것, 자체적인 저만의 브랜드를 가지는 게 목표에요. 


물론 처음 제가 가죽공예를 시작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요. 제가 가죽공예를 배울 때 서울에 공방이 몇 개 없었는데, 최근 2-3년동안 가죽 공방이 빠른 속도로 진짜 많이 생겼어요. 서울에만 몇 백개 있다고 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런 현상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무엇이든 혼자 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아무도 몰라주는 데 나 혼자 내가 최고다라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긴장이 되지만, 요즘은 가죽제품을 잘,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지금도 저는 저만의 느낌으로 가죽을 염색하고, 조각도 하고 있는데, 저만의 스타일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공방에 많이 찾아오세요. 그런 점이 저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천천히 하는 스타일이라, 적어도 10년을 잡고 지금처럼 천천히 해보려구요.

 


공간 소개 

TEL 070-41908445

ADD 서울 금천구 디지털로9길 32 갑을그레이트밸리 B동 205호

BLOG blog.naver.com/toyaworld

INSTAGRAM toritoya


지역청년을 만나다, 지역공간을 말하다 

금천/구로 일대에서 매력적인 공간을 운영하는 지역 청년을 만납니다. 

청년들이 편히 오갈 수 있는 혹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공간을 담아냅니다.  


기획 및 제작, 촬영 무중력지대 G밸리

취재 무중력지대 G밸리, 도토리문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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