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노리장, 대명시장과 만나다



매월 셋째 주 시흥5동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키움터에서 개최되던  주민장터 해노리장이 이번에는 대명시장을 찾았다. 지난 2월18일  “대명시장과 함께하는 해노리장”의 제목으로 대명시장 여울빛거리 고객쉼터에서 장터가 펼쳐졌다. 

대명시장 상인회와 함께 만든 이번 해노리장에는 기존 장터의 참여자를 기본으로 인절미 만들기 체험, 타로로 보는 운세, 어린이 네일아트, 종이접기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준비됐다

최승민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팀장은 “찾아가는 해노리장이라고 장터 신청이 오면 찾아가고 있다. 재래시장은 지난 2015년 은행나무시장 이후에 2번째”라고 설명했다.

금천구청 임미경 사회적경제팀장도 “해노리장이 사회적경제 조직뿐만 아니라 마을, 특히 재래시장들과 함께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후 시장 상인들과 유기적 관계를 더 만들고 홍보에 신경을 쓰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독산고등학교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 학생조합원들이 많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성호 기자

친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꿈꾼다

지구와 사람이 행복한 패션,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1. 빠른 유행, 저가 브랜드의 역습! 매일 수천 벌의 옷이 사라진다,


 ZARA, H&M, 유니클로...

어느 집 옷장 문을 열어도 한두 벌 정도는 있을 법한 브랜드인 동시에 명동, 홍대, 강남 등 도심 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매장들이다. ‘패스트패션’이라 불리는 이들 브랜드는 의류기획에서 생산, 유통, 판매까지 모두 한 기업에서 이뤄져 2~3주 단위로 신상품을 쏟아낸다. 그만큼 옷의 유통이 빨라졌고 유행의 패턴도 빨라졌다. 패스트패션 시장 규모가 4조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한다. 하기야 옷장의 옷이 넘쳐나도 입을 옷이 없다할 정도로 취향도 변덕스러우니...

이렇다보니 하루에도 수천 벌의 멀쩡한 옷이 버려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2014년 기준) 7만4361톤의 의류폐기물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매일 나오는 생활쓰레기만 쓰레기가 아닌 것이다. 당연히 환경오염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이들 제품들은 환경오염 문제 외, 노동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불러오고 있다. 저가 의류를 표방하고 나선만큼 생산 단가를 낮춰야하다보니 값싼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로 제작공장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국내 토종 SPA 브랜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내가 싸게 구입한 옷이 저기 바다 건너 동남아의 이름모를 공장 사람들의 노동착취(한달 월급 4~5만원)위에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패스트패션의 유탄을 맞은 건 우리나라 봉제산업도 마찬가지다.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싼(?) 노동력의 국내 봉제산업은 더욱 설자리를 잃고 있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창문하나 없는 지하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는 80년대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믿을 수 없겠지만.

 2. ‘친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

 그렇다면 ‘환경’을 생각하고 노동착취없이 좀더 나은 근로 환경을 만들 수는 없을까?

2009년 사회적기업으로 첫발을 디딘, 오르그닷의 고민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대학때부터 환경과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김방호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봉제산업의 현실을 접하게 됐고 여전히 7,80년대와 다를 바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창문하나 없는 공간에서 12시간이 넘는 근무, 20년이 가까이 일해온 베테랑임에도 불구하고 2백만원을 밑도는 임금-에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의류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마포구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오르그닷을 들어서면 한눈에 띄는 것이 있다.

지구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패션. ‘오르그닷’이라는 문구다. 즉 사람에게도 좋고 지구 환경에도 해가 되지 않는 의류제품을 생산하되, 일하는 사람과 입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의미가 다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김방호 대표가 야심차게 문을 연 사회적기업 ‘오르그닷’은 단순히 옷만 파는 기업이 아니다. 내가 만든 옷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옷을 만드는 것이 환경이나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는지까지 살핀다.

그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값싼 해외 공장 대신 국내 봉제공장을 고집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동남아에 일감을 뺏기는 국내 봉제산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 20~30군데의 국내 봉제공장과 거래하고 있는 김대표는 봉제공장을 선택할 때도 기준이 되는 것이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제때 적정한 월급을 받는지, 인간적인 처우를 해주는지부터 살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봉제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게 바로 인터넷이나 앱을 통해 디자이너와 생산라인(봉제업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의류제품 특성상 계절적 비수기(한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까지 일감이 없다보니 어쩔 수없이 쉬어야한다. 따라서 이같은 비수기로 인해 안정적 수입이 어렵다)로 인해 경제적으로 타격이 큰 반면 신진 디자이너들은 제품을 생산하고 싶어도 마땅한 제작업체를 찾지 못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김방호 대표는 이처럼 디자이너와 생산업체(maker)를 매칭해줌으로써 상생을 통해 봉제산업은 물론 나아가 의류산업의 생태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봉제업체들은 모두 영세해요. 서울에만 2만여개가 넘는 봉제업체가 있어요. 종사하는 이들만해도 20~30만명이 돼요. 우리나라 의류산업은 굉장해요. 동대문시장이라는 큰 마켓이 있고 빠르게 생산하는 제작라인(봉제업체)이 있고 또 대구에는 원사를 생산하는 방직업체가 있잖아요. 여기에 매년 대학을 졸업한 수만 명의 디자이너들이 있어요.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잘만 하면 봉제 산업은 물론 의류산업 전체를 살릴 수가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신진디자이너가 제작을 하고 싶어도 생산업체를 뚫기가 쉽지 않다. 샘플을 제작할 곳도 없고 또 소량생산을 해주는 업체를 만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민을 하던 차에 지역특화사업을 계획 중이던 금천구를 만난 것이다. 금천구의 경우 동대문 시장을 상대로하는 창신동 일대의 소규모 봉제공장과는 달리 금천구일대의 봉제업체는 해외 유명 의류업체를 상대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20~30명의 직원을 거느린) 봉제공장이 많다. 유명업체의 경우 통과기준이 엄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술력도 뛰어났다. 하지만 계절적 비수기로 인해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마련할 수 없었다. 오르그닷의 김방호 대표는 열악한 봉제공장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고민했다. 이같은 고민을 하던 차에 의욕적으로 지역특화사업을 진행 중이던 금천구와 만난 것이다. 금천구는 지역에 있는 봉제업체를 살리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싶어했고 오르그닷 역시 봉제업체를 파악하려면 행정기관의 지원이 필요했다.

 


3. 상생에서 답을 찾는다 ‘디자이너스 앤 메이커스’ (designers & makers)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디자이너스앤 메이커스다. 인터넷을 기반으로한 이 플랫폼은 현재 4000여명의 디자이너가 가입해 있고 400개 가량의 봉제업체가 특성에 따라 분류돼 있어 클릭 몇 번으로 품목별, 업체별 장단점, 리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오르그닷이 지난 1년 넘게 봉제업체를 일일이 다니며 조사하고 꾸준히 사용방법을 알린 덕분에 지금은 먼저 업체에서 먼저 등록을 신청해오고 있다.

이 작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봉제업체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아무리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할 수 있다해도 평소 컴퓨터에 익숙치 않고 평소 전화로 거래를 하던 것에 익숙한 업체들에게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낯설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근에는 금천구의 젊은 봉제업체 사장님들을 중심으로 변화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으면서 스스로 리뷰에 답글을 달 정도로 진일보했다. 여전히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가랑비에 옷젖듯이 스며들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김방호 대표는 좀더 손쉽게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오는 상반기에는 앱을 만들어 스마트폰으로도 메신저를 주고 받는 만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반기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 앱이 상용화되면 오르그닷에도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문을 받을 계획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경제적 수익으로 좀더 만족도 높은 친환경 의류 제품을 창출할 수 있다. 이처럼 친환경 의류와 이 플랫폼이 전혀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오르그닷을 통해 하나로 이어져 있다. 산업구조적인 면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업체들은 비수기가 없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고 디자이너는 소량의 제품도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같은 선순환 구조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냄으로써 지구와 사람이 모두 행복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오르그닷’이다.


 

4. 친환경 기업이지만 “친환경이니까 사달라고 말하지 않겠다”

햇수로 8년째를 맞고 있는 오르그닷은 지금에야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굴곡도 많았다. 시작부터 공정무역 컨셉샵을 내걸고 야심차게 출발했다. 단순히 옷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공정무역 커피, 친환경 옷, 소품, 에코웨딩까지 친환경적이고 공정무역을 하는 제품을 한자리에서 판매하는 매장인 동시에 옷을 만드는 기업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지금에야 곳곳에 편집샵이 많이 생겼지만 당시만 해도 편집샵은 많지 않은 시절이었고 사람들의 수요가 많지 않았다. 너무 빨랐던 것이다.


김방호 대표는 대대적인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단체복과 소품 등 수익이 나는 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접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모토만은 잊지 않았다. 덕분에 오르그닷의 제품은 단체복을 중심으로 기업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환경오염 없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해 국내 봉제공장에서 제작한다는 오르그닷의 취지가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여기에 제품의 만족도가 높다보니 다시 찾는 기업들이 많다.

 현재 오르그닷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티셔츠, 점퍼, 조끼 등 시즌별 50~80여개 정도다. 여기에 올해 오르그닷이 특히 주력하는 분야는 몇해 전 런칭한 남성 의류 A.F.M(Apparel For Movement)이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20~30대 남성을 타켓으로 하고 있다. 올해는 제품의 수를 줄이고 좀더 질에 집중할 계획이다. 즉 주원단 뿐만아니라 제작에 들어가는 좀더 많은 소재를 친환경 재료로 사용하겠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제품은 공정이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는 데님. 물론 단가도 높다.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에 “저희가 조금 이익을 덜 보면 돼죠” 김대표의 대답이다.

또한 소비자들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재활용 플라스틱에서 실을 뽑아 만든 에코백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다. 그렇다고 해서 ‘친환경 제품’이라는 걸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고 싶지 않다는 게 김대표의 생각이다. 비즈니스인만큼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친환경 옷니까 저희 제품을 사야지,가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에 끌려서 어, 이거 좋은데! 하고 구입한 뒤 나중에 알고 보니 아, 이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옷이었구나. 이렇게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싶어요”

5. 이윤과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

오르그닷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을 꿈꿀 것이다. 여기에 대해 김방호 대표는 한가지 냉철한 조언을 덧붙인다. 무엇보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면밀히 따져야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사회적 의미가 뛰어난 아이템도 사업성이 없다면 할 수 없다는 것이 김대표의 충고이다.


“흔히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면 사회적 가치에 무게중심을 두는데 먹고 사는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돼요. 현실적인 문제(이윤)는 의지로 돌파되는 게 아니예요. 비즈니스 측면을 무시하고 사회적 가치를 따질 바에야 차라리 비영리단체를 만드는 게 훨씬 나아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기업이 일반기업보다 쉽게 생각하는데 이윤과 사회적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만큼 일반 기업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 오르그닷은 그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여전히 많은 실험을 하고 있다. 많은 과정 속에 김방호 대표가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는 점은 윤리적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발전했다는 점이다.

“우리 식구들과 제품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보람이 있고 또 제품을 통해 윤리적 패션이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윤리적 패션이 뭔지 일일이 설명을 해야했지만 적어도 이젠 사람들이 윤리적패션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오르그닷을 만나고 오던 날은 아직 꽃샘추위가 목덜미를 움츠러들게 하던 3월 말의 어느 봄날이었다.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어디서나 곧 봄을 예감할 수 있었다. 사회적기업 오르그닷 역시 여전히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시간의 땀과 노력이 오늘의 오르그닷을 만들었듯이 곧 제 2의 봄을 맞이하리라 믿는다.


 금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경제 주민기자단 

박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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