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 < 모든 게 노래>

마음산책 / 2013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읽어주고 싶은 그림책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제법 그럴듯한 음악을 잘 찾는 편인데, 가끔 내가 찾고도 스스로 감탄할 때가 있다. 우연에 대한 감사랄까?

요즘 기타를 배우고 있지만 사실 난 음악을 잘 모른다. 음악에 그다지 관심이 있지도 않고, 많이 알지도 못한다. 노래도 잘 못 부른다. 그렇지만 노래를 알고 싶어는 한다. 

한때 소설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어찌 그리 고상한 취미들을 가졌는지 세계에서 노래 좀 부른다는 가수들의 이름과 노래 제목을 줄줄이 꿰기 일쑤였다. 그러면 오디오는 커녕 변변한 카세트도 없는 나로서는 그 음악이 매우 궁금했다. 음악을 들어보려면 카세트 테잎이나 cd를 사야하는데 음악을 잘 알지도 못하고 사려니 괜히 쑥스럽고 멋적어서 사는 것조차 불편했다.

그런데 요즘은 누군가 어떤 노래가 좋다고 하면 바로 바로 들어본다. 가요부터 팝송, 클래식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수험생용 영문법 책에서 문법을 설명하기 위해 소개된 노래부터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알게 되는 노래는 물론 소설 속 카페에 흐르는 노래까지 찾아 듣는다.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냐면 그건 아니다. 그냥 너무 신기하고 좋아서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웬만한 음악은 거의 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다. 음악을 몰라 부끄럼을 느낄 지경인 내가 노래에 관한 책을 아무 꺼리낌없이 집어들 수 있는 이유도 스마트폰의 신기함으로 인한 자신감이다. 


이 책은 노래에 관한 책이다. 한 남자가 여자를 사랑해서 그 사랑하는 여자를 자신의 친구에게 자랑하듯이 음악에 대한 사랑을 자기 흥에 못 이겨 쓴 글들을 모은 산문집이다. 

음악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가 봄에는 김추자의 <봄비> 최고라면 그런가보다 하며 찾아 들어보고, 무심한 목소리가 좋다고 하면 어떤 목소리가 무심한 걸까 찾아서 들으며 천천히 오래 보았다. 그렇게 책을 읽는 건 

엄청 폼 잡는내 또래의 김천 촌놈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랄까? 이런 식이다.


책을 읽다가 어떤 가수의 목소리가 좋다고 하면 나는 마음으로 받아친다.

"오승은? 그런 가수가 있어? 한번 들어보지. 일단 노래를 듣고 당신 얘기를 수긍하든 말든할게. " 

일단 책읽기를 멈추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답한다. 

"음, 좋군! 나랑 취향이 맞아. 친구(책을 읽다보니 작가 소개에는 없지만 나와 나이 같음)"

그는 노래에 관한 책을 써서 음악평론가인 줄 알았더니 소설가란다. 중학교 때 부모님을 졸라서 산 기타가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한다. 기타가 좋아서 공부를 좀 멀리하게 되었고, 혼자 노래를 부르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갖다보니 소설가가 되었다고 ‥ 그러면서 은근 음악을 업으로 삼을 정도는 아니지만 좀 한다 소리는 듣는다고. 애매하고 어중간한 재능을 가졌다며 자기 자랑에 잘난 척, 가끔 글 끝에 그림이 있는데 그것도 자신이 그린 거란다. 그래, 너 잘났다 하며 읽는데 정말 재수없게시리 똑똑하기도 한 것 같다. 관계의 비밀까지 알고 있다고 할까?


목소리를 내고, 목소리를 듣는 과정은 참 의미심장하다. 나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내 목소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상대방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듣는 내 목소리를 정확한 내 목소리라고 보기도 힘들다. ‥ 우리가 사는 방식 역시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나는 완전 다른 사람이다. 진짜 나는 어디쯤 있을까. ‥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 39쪽 )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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