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제목은 안산 시민들의 구호다. 아래는 부산 지하철에 나붙은 대자보다. '대한민국, 왕정국가인 줄 알았는데 신정국가였네'라는 대자보의 내용은 이렇다.

"보도는 간신, 책임은 대신, 애비는 유신, 정치는 배신, 경제는 등신, 외교는 망신, 연설은 순실 접신, 신발은 일본 신, 옷 갈아입는 데는 귀신, 통제는 명박접신, 물 대포는 캡사이신, 명박이 순실 유라는 피신, 미국엔 굽신, 7시간 베드신, 북한 없으면 걸신, 국민들은 실신"

수구반동의 신문들도 서슴없이 터져 나오는 하야 퇴진에 동참한다. 나라가 말이 아님을, 주권자로 창피함을, 우후죽순으로 쏟아낸다. 그런데 이런 참담한 사실을 이제 처음 안 것일까? 정말 처음 아는 놀라움일까? 우리는 그것이 더 기막히다.


이명박은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의 도덕성을 없앴다. 양심과 염치가 사라진 곳에 정치는 그저 힘을 가진 자들의 흉기가 된다. 사업을 함에 속임수를 마다하지 않고,[업불염사-業不厭詐] 간사함과 흉악함과 계략과 독기[간흉계독-奸凶計毒]을 다 품어야 한다.”는 것이 능력이 되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사기 질에 독하기까지 한 정치는 굶주린 호랑이보다 무섭다. 독재자의 딸 박그네는 처음부터 보통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그는 처음부터 대한민국을 가업(家業)쯤으로 여겼다. 왕족으로 신의 뜻을 대신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을 상식으로 여겼다. 군왕무치[郡王無恥]로 대한민국을 졸지에 민주공화국이 아닌 봉건왕조로 만들었다.


사태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눈덩이가 되다 못해 눈사태처럼 커졌다. 그러자마자 어려울 때 동지라는 말이 얼마나 헬 조선에서 무색한지, 정권의 가면이자 방패이자 창이었던 수구 반동 언론들이 먼저 등을 돌린다. 전직 비서실장 출신 유승민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벌써 10년 전에 이명박과 박그네 대선 후보 선출 때 공공연하게 다 밝혀진 사실인데 말이다. 이런 배신과 무책임과 무책임이 수구 반동들의 본성이다.

정유라인지 최유라인지 박유라인지 불가사의한 대한민국의 공주를 위해 말을 사고 기르고 훈련장을 만들고 외국 훈련비용을 감당한 삼성은 권력자의 요구라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한다. 그렇겠지. 돈은 오직 총구멍 앞에서 무릎을 꿇지. 그리고 바로 그대로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 대해 그대로, 아니 열배 백배로 돌려주지.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돈과 빽이 자기보다 약한 중소 영세 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 꿇어!’ 갑 질을 하는 것이겠지.


비선실세라는 말에 모든 패악이 다 들어있다. 비선 실세는 유령이지만 모든 권력의 영혼을 틀어 쥔 구체적인 힘이다. 그래서 재단 설립과정에서 당당하게 기업으로부터 돈을 뜯는다. 딸을 위해 입학비리는 물론 그것을 반대한 이들에게 응징을 가한다. 비선실세는 권력이 사유화되었다는 의미다. 공적 지위도 없는 이가 공적 질서를 건너 뛰어 무엇을 결정한다. 공적 지위도 없는 이가 공적 질서를 통제한다. 이것은 이미 박그네 정권이 내시정권이라는 말에서 다 폭로된 것이다. 그 내시와 대통령 위에 우주의 기운을 모아 내는 무당이 있었음을 우리는 새삼 알았을 뿐이다.


우리는 세월호와 진실 매몰과정을 보았다. 국정원과 해수부 해경이 어떻게 사유화 되었는지 보았고 유병언을 통해 권력의 비정함도 알았다. 우리는 백남기 농민열사의 죽음과 부검을 둘러싼 공권력의 무도함에서 사유화된 권력, 봉건 화된 국가권력의 포악함과 파렴치를 보았다. 서슴없는 불법 진압, 대놓고 하는 거짓 증언에도 강신명이나 이정철 따위가 당당한 것도 민주공화국의 법치가 아니라 사유화된 권력의 빽을 믿기 때문이다. 비선실세를 통해 확인 된 것은 이미 능욕을 넘어 죽어버린 민주주의, 짓부숴진 공화국이다.


박그네의 무능과 의존증은 그의 부도덕과 종교적 세뇌를 통해 고착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권력의 무능과 약점은 국정원 중심의 분단에 기생하는 매국수구반동 세력과 자본가들에겐 호재다. 노동법 자체를 민법화하여 노동권 자체를 소멸시키는 노동개악이 전경련의 민원으로 시작됐음을 보았다. 최순실-박근혜 재단에 삼성 이재용이 159, 현대차 정몽구-의선이 111억을 냈다. 대통령은 비선 실세가 이들을 닦달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모금이라 했다. 자발의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쉬운 해고, 성과연봉제, 비정규직 확대 정책 등에 대한 대가다. 재벌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돈에게 권력은 무능할수록 좋다. 미국도 레이건은 두 번째 집권시기엔 잠만 잤다지 않던가?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보수 야당이다. 이들은 정치를 꽁무니주의로 바꾼다. 앞서지 않는다. 공격하지 않는다. 모두가 하야 퇴진을 말해도 "지금 탄핵-하야 요구하면 역풍 맞을 것"이라 말한다. 평화통일이 종북으로 몰리고, 민주와 인권이 좌익 좀비로 똥칠되는 가장 큰 책임은 원래부터 흉물인 집권세력이 아니라 이를 견제하고 막아야 할 야당의 보신주의적 비겁함에 있다. 이들의 천성적 비겁함은 그들의 뿌리도 친일과 친미 그리고 재벌에 있기 때문이지만 민주화 과정에서 쑨 죽을 받아먹은 달콤함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우리는 언제나 죽 쒀 개 준 민주주의만 만들었다.

억압이 있는 곳에 저항이 있고, 저항이 새로운 역사를 밀고 온다. 19876월 항쟁에 만들어 낸 헌법은 그 정신을 반제 자주의 3.1운동과 반독재 민주화의 4.19로 삼았다. 이제 헌법 정신을 다시 발휘할 때다. 중단된 헌정을 바로 세울 때다. 책임은 언제나 우리 노동자 민중, 민주 시민들의 몫이다. 1112일 민중 총 궐기의 날이다. 모두 동참하여 지금의 이 창피함, 이 능욕을 씻자


서울 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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