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그 해 여름>


* 은행나무도서관 책이야기는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주인공 은실이는 동생 돌보고 집안 일을 돕는 것보다 산으로 들로 다니며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하는 열두살 소녀이다. 큰 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큰 언니 금실이와 가끔 비교되는 것이 속상하기는 하지만 가족들이 열심히 농사짓는 덕에 굶을 걱정은 없다.


그러나 1950년에 일어난 6.25전쟁은 충북의 깊은 산골 마을에도 예외없이 불어 닥치고 미군들의 명령에 따라 새로운 삶을 찾아 피난을 떠나지만 미군은 노근리 쌍굴에 피난민들을 밀어넣고 무차별 총질을 한다. 은실은 노근리 쌍굴에서 겨우 살아오지만 그 때의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고 죽은 엄마와 동생들을 그리워하며 살아있어 더 슬픔 삶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이 이야기는 1999년 미국 AP통신에 의해 알려져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밀려오는 인민군을 피해 고향을 떠나야했던 사람들에게 ‘피난민들을 적군으로 대하라'라는 명령 한 마디에 미군들은 양민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유도 모르고 죽어야만 했던 가족들과 이웃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알려야만 했고 이 때의 처참함에 대해 알려야했기 때문에 굴 속에 흐르는 핏물을 먹고 죽은 시체에 기어다니는 구더기를 먹으며 그들은 살아남아야 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일본의 식민지와 6.25전쟁, 민주주의를 향한 끝없는 항쟁으로 이루어진 슬픈 역사이지만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가진 역사이다. 이 나라의 백성들은 은실의 아버지처럼 그저 성실하게 나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세상이 공평하고 살만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고민하고 백성 위에 군림하며 자신의 권력을 내려 놓지 않으려고 백성의 목숨도 쉽게 빼앗아갔다. 그러나 짓밟히는 백성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고 잡초가 되어 다시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제발, 우리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고.....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유 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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