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5일.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던 대학생, 생태와 생명을 지키던 농민, 노동자 농민이 주인 되는 세상을 향한 투사, 백남기 선배가 마지막 유명을 달리 하셨다. 박정희독재와 싸워 민주와 자주 평화통일을 염원했건만 그 독재자의 딸에 의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317일. 그 아픈 시간을 견디다 한줌 거름으로 돌아 가셨다. 

고 백남기 농민이 살아 생전 손주의 손을 잡고 생일잔치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백남기 노인의 막내딸 백민주화 페이스북


농민 백남기의 삶은 민주화 운동의 역사다. 민주주의가 결국 노동자 농민 모든 이의 삶이 부유하고 행복해 지는 ‘민중’민주주의임을 보여주는 삶을 사셨다. 1968년 중앙대에 입학하여 박정희 군부독재와 투쟁하다, 1971년 10월 위수령 사태로 1차 제적, 1975년 전국대학생연맹에 가입해 활동하다 2차 제적된다. 그리고 1980년 중앙대 부학생회장으로 전두환 일당에 맞서 5월 투쟁을 지휘하다 투옥 퇴학당한다.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한 치의 후퇴 없이 민주화투쟁을 하신다. 출옥 후 백남기는 고향 보성에 내려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농민운동에 투신한다. 

가톨릭농민회 전국부회장,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 광주전남본부 공동의장을 역임하셨다. 밀농사를 짓고 무공해 된장을 담그며 바로 그 순박함과 순결함으로 시대의 어둠에 맞선 농민 백남기는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여하다 물 대포에 직사당해 쓰러졌다. 그가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것은 한가마 당 17만원이던 쌀값을 2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한 박근혜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올 쌀 한가마는 13만원 밑이란다. 이 처참한 현실은 한국의 모든 농민을 제 2의 백남기로 만들고 있다. 물 대포에 맞아 죽은 백남기와 달리 살아있는 농민들은 말라 죽어간다. 


우리 사회의 비통을 속살로 보여 주는 것은 농민 백남기가 물 대포에 쓰러진 이후다. 불법을 제거하는 것은 민주공화국 시민의 기본 의무다. 오직 정권을 안위를 위해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민주공화국의 기본 전제를 파괴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경찰의 집회 대처방식이다. 그들은 집회 및 시위가 민주주의 시작이요 끝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집회 및 시위는 오직 사회 불만세력들의 불온한 범죄, 또는 잠재적 범죄로만 본다. 그래서 차벽을 치고 불법으로 물대포를 쏜다.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정반대임을 이해할 두뇌가 없다. 헌법에서는 하위 법으로 막을 수 없는 기본권이 저들에게 죽여도 되는 범죄일 뿐이다. 그러니 칠순 노인이 사경을 헤매는데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다. 오히려 폭도라 한다. 노무현 정권 때 두 농민의 죽음에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던 그들이 외면하고 오히려 물 대포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평상시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강제 부검을 시도한다. 이 정도면 정말 사람이 아니다. 인두겁을 쓴 악귀들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새누리당의 농민 백남기 죽음에 대한 논평도 가히 기가 막히다. 새누리당은 대변인을 통해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슬픔이 없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그럴 듯하게 말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시위가 과격하게 불법적으로 변하면서 파생된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농민 백남기가 죽음을 자처한 것으로 돌린다.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기막힌 괴변을 본다. 군대 안가기, 부동산 투기하기, 뇌물 받기가 공직을 맞는 도덕적 기준에서 젖혀졌다. 죄를 크게 저지를수록 능력이 크다는 기가 막힌 반전이 공공연하게 만들어 졌다. 술을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들이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새누리당이 밝힌 논리다. 도둑질을 당한 것은 피해자가 단도리를 못해서다. 강도를 당한 것은 피해자가 돈 자랑을 했기 때문이다. 여성이 강간을 당한 것은 짧은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 되면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날 뿐이다. 총도 방화도 약탈도 없는 평화집회에서 시위가 과격하다 해도, 심지어 신고가 안 된 법외 집회라 해도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될 수 없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정권은 강도는 칼을 들고만 있었는데 피해자가 달려와 칼에 찔렸다고 말한다. 칼을 듦이 문제라는 인식은 없다. 이런 가해자 중심의 괴변은 역사가 깊다. 친일 친미파들의 매국 논리, 이기면 장땡이라는 총칼의 논리,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돈의 논리 등이 뭉쳐 괴물이 된 슬프고 잔인한 남한 지배세력 형성의 역사이고 분단 지배세력들의 본심이다. 

반면에 농민 백남기와 관련하여 국제앰네스티는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면서 철저하고 독립적이며 공정한 수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대체적으로 평화로웠던 집회에서 백남기 및 다른 집회 참가자들을 상대로 과도한 무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반드시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대통령이 즉각 사과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인을 밝히고 그 과정에 책임져야 할 일이 나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농민의 죽음이 과잉진압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당연한 사과와 보상 등 정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누가 한 말일까? 2005년 전용철·홍덕표 농민이 시위 과정에서 사망했을 때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정현 부대변인과 당 논평이다. 


어찌 이리도 다른가? 어찌 이리도 염치가 없는가? 어찌 이리도 가증스러운가? 그러니 다시 묻는다. 이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 무엇이 옳고 무엇이 상식적인가? 진실도 드러났고 진상도 규명됐다. 오직 책임자 처벌과 정부의 책임이 없을 뿐이다. 세월호에서 백남기 그리고 사드까지 단 한 치의 진실도 없이 제왕적 외면만 하는 현 정권은 민주도 공화국도 아니다. 그러면서 내 놓는 당신들,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는 괴변에게 묻는다. 이승만 박정희는 지겹지 않는가? 그들의 후예들의 저열함,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 부친다. 고맙습니다. 백남기 선배님!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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