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로 일대에서 매력적인 공간을 운영하는 지역 청년을 만납니다. 청년들이 편히 오갈 수 있는 혹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공간을 담아냅니다.  


기획 및 제작   무중력지대 G밸리

취재  

       무중력지대 G밸리, 도토리문화학교, 

       금천구마을예술창작소 어울샘

사진촬영  

        무중력지대 G밸리

       금천구마을예술창작소 어울샘



# 카페 컵의 시작

“동네에 카페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덜컥 제가 직접 카페를 만들게 되었죠. ”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 

A.안녕하세요, 저는 카페 컵의 주인 김미령이구요. 랭니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친구들이 저를 랭, 랭언니 등등으로 부르다보니, 랭니라는 별명을 쓰고 있어요. 


Q. 카페 컵이 2011년 말에 시작해서 벌써 6년차가 되었다고 들었는데, 처음 카페 컵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제가 가산동에 오래 살았는데, 2011년 당시만 해도 동네에 카페 하나 없었어요. 커피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동네에 카페 하나 있었으면 했는데, 덜컥 제가 직접 카페를 만들게 되었죠. 


Q. 대단한 추진력인데요? 카페 컵을 열기 전에 랭니는 어떤 일을 했어요? 

A.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졸업해서는,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있는 부동산 개발 관련 회사를 다녔어요. 근데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일이 많으면 많은 대로 야근도 하겠는데, 비전이 안 보인다고 할까? 

저는 돈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고,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마음이 제일 컸어요. 그래서 회사를 나와서는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해보는 시간들을 보냈어요. 학교나 사회 복지에 관심이 많아서 지역 아동 센터에 다니기도 했고, 목공에도 관심이 많아서 일산에 있는 가구 공방에도 1년쯤 다녔어요.

생각해보면, 진득하게 한 가지를 오래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새로운 것에 빠지면, 겁 없이 그냥 도전했어요. 카페 컵도 그렇게 시작했던 거구요. 하고 싶은 거 일단 그냥 해보자하구요. 


# 카페 컵에서 보낸 6년의 시간

“제가 사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 중에 카페를 선택한 거구요.”


Q. 본인이 오래 살던 동네에서 카페를 시작하신 거 보면, 동네에 애정이 많으신 거 같아요. 


A.아무래도 그렇죠.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사람들과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 중에 카페를 선택한 거구요. 원래 풀뿌리 운동이나 마을공동체에 관심이 많거든요. 


Q. 원래 카페 컵이 생기기 전에, 이 자리에는 뭐가 있었어요?  

A.작은 반찬 가게였어요. 장사가 잘 되진 않았지만,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수다 떠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죠. 그래도 30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수리하지 않아서 낡고, 색도 바랜, 그리고 어두침침한 곳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동네에 살면서 지나다닐 때마다, 반찬 가게 자리가 왠지 모르게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마침 비어있어서, 제가 바로 계약을 했죠!  


Q. 카페를 처음 시작했을 때 분위기는 어땠어요? 장사는 잘 됐어요?

A.아무래도 처음 우리 동네에 생긴 카페라 그런지 장사도 되게 잘되더라구요. 주변에 회사가 많잖아요. 그래서 LG전자나 다른 주변 회사 직원들이 많이 오셔서,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에는 아르바이트를 쓸 정도였어요. 그래서 카페를 운영한 지 1년 정도 지나서는, 저 스스로도 카페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했죠. 


Q. 본인이 살고 있는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을 거 같아요. 

A. 맞아요. 처음에는 힘든 점도 많았어요. 특히 장사를 하기 전에는 동네에 그냥 편하게 돌아다녔는데, 카페를 시작한 이후에는 길에서 카페 손님들을 자주 만나니까, 참 어색하더라구요. 단골손님이거나 친한 분이면 편하게 인사를 할 텐데, 그냥 얼굴만 아는 분들은 참 어색하죠.

그래서 한동안은 집이랑 카페말고는 동네에 잘 안 돌아다녔는데, 시간도 오래 흐르고, 또 앞으로도 쭉 동네에서 살고, 카페도 해야 하니 어쩌겠어’ 하는 마음이라 이제는 별로 크게 신경은 안써요. 


Q. 처음 시작했을 때의 카페 컵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A.제가 카페를 열고 장사가 잘 된 이후에, 주변에 작은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여기 또 다른 카페가 생기겠어?”하고 생각했는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더라구요. 심지어 1000원에 커피를 파는 가게도 생기고. 그러면서 매출도 많이 떨어지고, 지금은 어느새 단골손님들이 주로 찾는 카페가 되었네요. 


Q. 단골손님이라 하면 주로 어떤 분들이에요?  

A. 처음 카페를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근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분들이 점심시간 때 가장 많이 오시고, 오후나 저녁에는 동네 주민들이 많이 오시죠.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살았던 분들은 지역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동네에서 소비해야 상생한다는 걸. 동네 주민들은 ‘커피가 왜 이렇게 싸냐, 가격 더 올려야 랭니가 먹고 살지 않겠냐’라는 말을 하며 제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 그래서 저는 다른 누구보다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좋아요. 


Q. 매출을 올리기 위해 이런 저런 고민도 많고, 여러 시도도 하셨을 것 같아요. 

A.처음에는 고민도 많이 하고, 이런 저런 시도도 많이 해봤어요. 새로운 메뉴의 음료를 팔아보기도 하고, 주변의 카페들을 따라 가격을 조금 낮추기도 하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그런데 결국 매출을 유지하려면, 아메리카노를 천원에 파는 거밖에 없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마냥 값싼 커피를 팔고 싶진 않아요. 맛있는 커피를 팔고 싶지. 그래서 저는 좀 힘들지만 프린츠 컴퍼니에서 원두를 사와서 써요. 


# 카페 컵의 내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 컵을 이어가는 이유 “좁은 원룸을 벗어나 그나마 청년들이 드나들 수 있는, 동네에서 편한 공간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리고 이 카페에 항상 와주시는 단골손님들도 있구요.” 


Q.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카페 컵이 동네에서 사람들과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한가요? 

A.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 아무래도 주변의 환경을 생각하면 조금 어려운 것 같긴 해요. 주변의 카페들이 저처럼 동네 주민들이 만든 것도 아니고, 카페를 오가는 청년들도 대부분 근처 회사 직원들이라 동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 같고. 동네에 살고 있는 청년들도 대부분 원룸에 혼자 외롭게 살고 있어서 카페에서 집밥 모임이나 그런 걸 같이 해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자주 이사를 가기도 하고, 빠듯한 수입으로 월세 내랴 생활비 쓰랴, 여유가 없는 것 같구요. 

그래도 지금 이 카페를 그만두기에는 아쉬움이 참 크죠. 


Q.  어떤 점이 제일 아쉬운가요? 아마도 긴 시간동안 카페 컵을 유지해온 이유이기도 할 것 같은데.  

A.아무래도 다닥다닥 붙은 원룸들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 동네에, 그나마 이렇게 작은 동네 카페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인 거죠. 좁은 원룸을 벗어나 그나마 청년들이 드나들 수 있는, 동네에서 편한 공간이 하나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그리고 이 카페에 항상 와주시는 단골손님들도 있구요. 

그래서 금천구에서, 가산동에서, 청년들이 뭔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동네가 원룸촌이다보니 외롭게 사는 청년들도 많고, 밥도 잘 안해드시는 것 같은데,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나, 요리할 수 있는 공간 이런 게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Q. 만약에 카페 컵말고 랭니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요즘은 완전히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보고 있어요. 내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하고 싶은 게 뭘까. 카페 컵을 계속 운영해야 할까, 다른 방식으로 이 공간을 활용해볼까, 아님 아예 완전 새로운 걸 해볼까 등등.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보면,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예전처럼 마음껏 도전할 텐데, 6년이나 여기 이 작은 카페에 거의 매일, 하루종일, 매여있다보니, 새로운 것들을 접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일단 새로운 걸 배워보려구요. 요즘 뜨개질을 좀 하고 있는데, 좀 제대로 배워서, 여기 카페에서 동네 청년들에게 뜨개질을 가르쳐주는 일도 재미있을 거 같구요. 요즘도 일주일에 두 번씩은 하자센터에서 아이들에게 목공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재미있거든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