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이 지났는데도 밖은 여전히 춥다. 봄은 얼마만큼 온 것일까? 꽃샘추위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니 꽃피는 춘삼월이 되었는데도 봄은 아직 멀리 있는 것만 같다.이 때 동네뒷산에 산책길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니 반갑다. 산으로 난 산책길을 걷는다면 봄기운을 수혈받아 찌뿌두둥한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독산자락길은 독산동 만수천에서 시흥동 산기슭공원까지 약2km구간의 산책길이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만수천에서 시작된 산책길은 진달래동산을 지나 정심초등학교로 향하는 산길은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아 물기가 촉촉하다.그러나 아직은 지난겨울의 낙엽이 뒹굴고 나무의 앙상한 거죽들이 잠을 덜 깬 냥 산책 길가에 듬성듬성 세워져 있다. 게다가 작년 여름 닥친 태풍 곤파스 때문인가? 쓰러져 죽은 나무들이 곳곳에 길고 육중한 몸을 누이고 있어 을씨년스런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얼핏보이는 풍경이 전부는 아니다. 그래, 길을 멈추고 자세히 보면 독산자락길에 이미 봄은 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낙엽을 헤짚고 포롯이 올라오는 어린 생명들. 겉으로보기에는 아직 잠을 자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나무들도 자세히 보면 빨갛게 물이 올랐고, 가지마다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람, 동네에서는 차갑고 매섭기만 하던 꽃샘바람이 산 속에서는 부드러운 봄내음을 머금고 있을 뿐 아니라 봄햇살이 살갑게 내 몸을 따뜻하게 데운다.



어느덧 산책길은 감로천생태공원을 지나 금천정에 다다랐다. 금천정에서 내려다 본 금천구풍경. 이만큼만 올라와도 금천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게다가 금천정에서 호압사 가는 쪽으로 건널 때 구름다리를 지나게된다.이름하여 '산울림다리'. 예전에는 이곳을 건너려면 아스팔트 소방도로길을 건너야했는데, 길로 떨어진 산을 이어주는 목재 다리가 산책길의 재미를 더해준다. 신기해서 다시 돌아와 한 번 더 걸어보았다. 산과 산 사이를 공중부양해서 건너는 느낌이랄까?


다리를 건너 다시 숲길을 걷는다. 아직 새잎이 나지 않아 숲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만, 연두색 연한 이파리들이 달려있는 봄숲
의 신선함을 상상하며 이 길은 어떤 나무숲일까 궁금해하며 걷는다. 나뭇잎사이로 파고드는 햇살과 알을 낳기 위해 둥지를 지으려고 분주할 산새들의 지저귐을 상상해본다.

어느덧 들꽃향기원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인다.  보슬보슬해진 땅 위로 들꽃새싹이 고개를 내밀어 햇살을 받고 있다.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시작될 때 들꽃밭은 형형색색의 들꽃들과 향기들로 등산객을 유혹할 것이다. 그 싱그런 향기가 봄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듯 하다. 들꽃향기원에서 삼익아파트 산기슭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에 시호천약수터를 만났다.

마침 시원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가고싶은 찰라여서 약수터물소리가 반가웠으나 수질검사게시판을 보았더니 아무런 글자도 없다. 적합하단건지, 부적합하단건지.. 독산자락길은 봄을 맞고 있는데, 이 길을 관리하는 측은 아직 봄에 대한 준비가 덜 된 듯 하여 씁쓸하였다. 독산자락길에 대한 길안내도 거의 없어 걸어오는 내내 이 길이 맞는걸까하며 노심초사했던 기억, 체육공원에서 만난 숲속동화마을도 게시된 운영시간과는 달리 문이 닫혀있었던 것도 떠오른다. 겨울 지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렇겠지 이해하지만 우리구의 멋진 산책길을 기대하는 구민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겨울 지나 처 음 가본 관악산 줄기인 독산자락길. 오늘 그곳에서 봄을 만나고, 봄을 준비하는 자연의 모습을 오감으로 느끼고 돌아온다. 이제 곧 산수유나무에 꽃이 피고, 꽃마리, 별꽃 등 들꽃들이 앙증맞은 꽃잎을 열겠지. 개나리가 노란 꽃도장을 또박또박 찍어댈거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 진달래가 수줍은 자태 드러낼 것이다. 멀리 가지 않아도된다. 올 봄에는 우리구 독산자락길에서 아이들과 혹은 친구들과 봄나들이 해 보면 어떨까?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정자나 체육시설이 잘 구비되어있어, 놀며쉬며걸으며 봄이 주는 생명의 기운을 맘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수진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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