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성이 점자블록, 걷기가 어려워요~

선형점자블록은 점자블럭 점점 사라져

 



며칠 전 지인의 초대로 지난 해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독산동 롯데캐슬1차 아파트에 다녀오게 됐다. 물론 주변 마무리 공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새 아파트답게 잘 정비된 주변 경관과 피트니스센터·경로당·실내놀이터·작은 도서관·다목적 홀 등이 들어선 커뮤니티 시설은 멋지고 편리해보였다.

아파트 1층 현관에 들어서자 샛노란 점자블록이 눈에 띈다. 새 아파트라 아직 때도 덜 타있고 훼손된 부분도 없다. 그러다 문뜩 최근 주요 매스컴에서 보도 된 기사가 떠오른다. 바로 도시 미관 정비라는 이유로 슬그머니 점자블록들이 사라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금천구의 랜드마크가 되겠다고 야심찬 포부로 분양을 했던 롯데캐슬의 점자블록 상황은 어떠할까?

주변을 돌아보았다. 먼저 각 동 1층 주 입구마다 1m~4m 내외의 점자블록이 1층 메인현관임을 안내한다. 그리고 주변 커뮤니티센터, 관리사무실, 커뮤니티 시설 주 입구와 통로에도 점자블록이 잘 깔려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점자블록이 다행히도 아파트 내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내 곧 의구심이 든다. 각 시설과 동을 연결해주는 보도에 점자블록이 전혀 없는데 과연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용 스틱과 손과 발의 감각만으로 자유로이 롯데캐슬 내에서 이동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의심을 넘어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상황은 롯데캐슬 단지 외부의 보도도 마찬가지다. 깔끔한 외관으로 롯데캐슬 주변을 감싸고 있지만 보도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에만 점자블록이 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의 보행활동에서 직선보행, 방향전환, 목적지 발견 등 정확한 보행위치와 보행방향을 안내하기 위해서 설치한다. 노란색, 회색, 시멘트 점자 블록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대다수 시각장애인들은 시각이 0.04 미만으로 완전맹인이 아니라서 빛 정도는 인지할 수 있어 그 중 노란색이 가장 눈에 띄어 주로 노란색을 사용하며 직진을 의미하는 직진 무늬 점자블록과 정지를 의미하는 동그란 무늬 점자블록이 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 2016.8.4., 대통령령 제27315, 2016.7.6., 일부개정)의 공동주택 일반사항에 따르면 점자블록의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전용주택의 주출입구와 도로 또는 교통시설을 연결하는 보도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할 수 있으며 아파트의 점자블록의 경우 설치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으로 나와 있다.

 

그리고 서울시 2016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매뉴얼에 의하면 건축물의 출입구와 도로 또는 교통시설을 연결하는 보도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하여야 하며(편의증진법 시행령 별표2 3-(10)), 선형블록은 대상 시설의 주출입구와 연결된 접근로에서 시각장애인을 유도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유도방향에 따라 평행하게 연속설치하여야 한다(편의증진법 16--(2)). 또한, 주의환기용 점형 블록은 방향전환지점, 위험물 주변, 계단 등의 시작과 끝지점, 승강기 조작판 전면, 화장실 전면 0.3m에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시각장애인의 통행상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0.3m~0.9m 범위 안에 설치할 수 있다(편의증진법 16--(1)).

 

또한 국토교통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시행 2016.12.30. 국토교통부예규 제146, 2016.12.30., 일부개정)에 따르면 선형블록은 방향 유도용으로 보행동선의 분기점, 대기 지점, 횡단 지점에 설치된 점형 블록에 연계하여 목적방향으로 일정한 거리까지 설치하여 보행방향을 지시하거나, 보도에 연속 혹은 단속적으로 설치하여 보행동선을 확보·유지한다고 나와 있다.

 

롯데캐슬 내·외부로 나눠 점자블록에 관하여 구청에 문의해 보았다. 단지 내 점자블록에 관해서는 애초 롯데캐슬 준공 승인 전에 사회복지과 주관으로 점자블록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해서 법령에 의거에 충분한 심사의 과정을 거쳤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며, 점자블록 자체가 방향 유도·주위 환기·위험 안내의 역할이지 지속적인 목적지로의 안내의 기능이 아니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 있었다.

한편 롯데캐슬 외부 보도에 관해 도로과에 문의한 결과 마찬가지로 서울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메뉴얼에 따랐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관계 법령 및 보도공사 설계시공 메뉴얼에 따랐기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다만, 각 시설의 현황과 관계자 사리 판단, 이용률 등에 따라 약간의 다른 양상은 있을 수 있다 했다.

 

법령 및 서울시 매뉴얼에 나온 연속 설치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롯데캐슬의 점자블록 현황이 무조건 잘 못 됐다 할 수는 없다. ‘연속의 기준이 비장애인이라면 오히려 충실해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생각해 드문, 드문 동떨어진 점자블록이 아닌 시각장애인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연속된 점자블록을 설치했다면 어땠을까?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생활 속 공존을 실천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장애인의 이동권, 즉 사회로의 접근성 차원에서 법령 및 관련 메뉴얼의 수정과 보다 적극적인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김혜희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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