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설명회 단상(斷想)


<6월2일 가산32번지일대 도시경관 용역보고회가 열리고 있다.-금천구청 홈페이지?




정부나 지자체를 비롯하여 공기업 등에 의한 주민 설명회를 자주 접한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보게 되는 현상으로 암울한 독재정권 체제에서 살면서 숱한 비민주적 행태를 경험했던 필자세대에게는 여러 감회를 갖게 한다. 그럴 만큼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에로의 진전모습을 활발하게 보여주어 기대를 가지게 한다.

주민설명회는, 그렇듯 직접 민주주의의 한 모습으로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크고 다양하다. 우선 국민주권을 생각게 한다. “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규정의 현장을 실감케 하는 것도 그것이다. 또한 공동체적 관점 즉 공동선의 의미를 함께 생각게 하는 장이 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동선의 가치를 일깨우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주민 설명회의 원래 목적은 국가 등이 시행하고자 하는 정책행위들을 직·간접적 관계를 가진 주민과의 교통을 통하여 더 나은 시행을 하고자 함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책 등의 시행과정에서 대두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은 물론 준비된 안보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한 건설적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원리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상당수의 주민설명회는 준비된 안(정책)의 시행에서 민주주의적 흠결을 만들지 않으려는 절차로 운영되는 것이 있는 등 본래 취지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그 시행의 공동체적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있을 수 있는 반대를 합리(合理)를 내세워 민주성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즉 소수의 반대가 있지만 다수의 지지가 있으므로 준비된 안으로 결정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유념해야 하는 것은 합리라 하여 민주성을 항상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진행을 모두 잘못되었다고 몰아버릴 수는 없다. 그것이 최선은 못되더라도 차선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진행이 처음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진행을 하였는가 이고 더 큰 문제는 진행 중에 문제를 만났다고 하여 본질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버리는 것이다. 산에다 나무 심기가 본래 방향인데 결론에 이르서는 나무심기는 잊어버리고 집을 지어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신념을 가지고 주민설명회관심 깊게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수긍이 될 것이다. 

여기서 유의하고 넘어갈 게 있다. 그것은 주민설명회에서의 오류는 주최 측의 무능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 반대 측인 주민들의 책임도 결코 그에 못지않다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주민설명회의 비정상은 참여한 주민들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당초 논((畓)을 만들고자 만든 안(案)이 주민들에 의해 밭((田)이 만들어 지는 결과가 되는 것이 그런 경우다. 물론 결과가 잘 된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것은 아니다. 본질이 무시되거나 바뀌는 것은 허구(虛構)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양비론적(兩非論的) 비판은 마치 주민설명회 무용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즉 필자는 그것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자  강조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공동체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이 보다 더 좋은 진행은 아직 보지 못했다. 


본론을 말한다. 주민설명회는 아주 중요환 과제이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케 하는 아주 필요한 과제이고 따라서 이의 건전한 진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진행은 개선되어야 하고 그것을 하려면 필요한 동의가 양측에서 함께 있어야 한다.

먼저 주최 측의 자세다. 공동체적 필요가 있는 과제이나 주민 동의가 필요한 과제라면  그것의 난이도(難易度)에 구애되지 말고 소신껏 제시되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하기 위한 과정에서 전개 될 어떤 상황에서도 본질이 지켜지도록 범위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진행을 하여야 한다. 시간적 문제 등 난제를 만났다고 해서 본질이 훼손되는 타협을 한다면 그것은 하지 않는 것이 더 났다. 설득이 어렵다고 생각되면 처음부터 그에 따른 분명한 대책을 세워서 결과를 구해낼 각오로 진행하여야 하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은 참여하는 주민의 자세다. 주장은 활발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하되 어디까지나 합리적 접근이여야 한다. 이러한 자세로 목적하는 바를 구해낸다면 그것은 괄목할만한 가치를 가지는 민주주의의 실현의 한 모습이 된다. 비록 결과가 기대 밖이라 해도 그러한 과정으로 구해낸 것이라면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는 평가 대상이 된다. 민주적 과정으로 구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억지나 비합리적 방법으로 일정한 결과를 얻어내었다면 그것의 내용이나 규모가 어떠하던 그것은 가치를 가지지 못하고, 그러한 환경을 가진 사회라면 민주주의 발전은 더딜 것이다. 


사실, 주민설명회에서 지적되어야 할 문제는 주최 측의 비합리도 있지만 그 상대 즉 주민들의 비합리는 아주 당연한 것으로 이해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점이다. 편 가르기기도 보수적 편견도 아니다. 그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Fact)이다. 사람들에게 주민설명회를 말하면, 주최 측의 무리나 무능보다는 주민들의 비민주적 억지나 비합법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을게고 그곳에서는 갖가지의 비합리가 생산되고 있을게다. 그렇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이상하다. 우리 사회의 주민설명회의 단면이다. 그런 주민설명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론이 나온다. 비합리적인데다 생산적 가치도 만나기 어려운 그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민주주의 성장의 한 과정이라는 자기 인지(認知)다. 그렇듯 아직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미성숙이고 이의 발전을 위해 주민설명회는 계속되어야 한다. 비록 비 건설적인 모습이 있을지라도....(♣ 2016.06.10.)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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