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시선 본 독산동 홈플러스의  컨셉

한가한 월요일 오전시간에 우연히 홈플러스에서 쇼핑을 하게 되었다.
사실 유료주차로 바뀐걸 깜박하고 옆건물의 병원 가는길에

홈플러스에 주차를 해둔 상황이라 뭐라도 사야된다는 의무감에  시작된 쇼핑이었다.
물건을 대략 사고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원이 한 사람밖에 없었다. 
계산을 하려는 손님이 앞에 두명이나 있어서 한참 줄을 서야하는 상황이라 약간 짜증이 났다.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물었다.
"여기 계산원이 왜 한 분밖에 안계시나요?"
"아~ 저기 셀프계산대로 가세요."
 "셀프요? 셀프로 왜 계산을 해야하는데요?"
 "요즘엔 다 그렇게 해요. 셀프계산대에도 직원이 있으니까 거기가서 하세요."
황당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아까워서 셀프계산대로 가보았다.

셀프계산대에도 줄서기는 마찬가지였다. 바코드를 찍는 일은 직원이 하고 있었고, 소비자가 물건 꺼내랴, 카드 꺼내랴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 용량제봉투를 산 소비자는 물건이 들어가지 않아 비닐을 반품하는데 다른 손님이 계산을 하고 있는 중이라 직원들 따로 불러 처리하고 있었다. 직원역시 아주 분주해보였다. 

"근데~ 셀프계산대에서 계산하면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있나요?"하고 물었다. 
"아뇨, 혜택은 없으십니다." 우습게도 셀프계산대는 두곳 다 불이켜져있고,  일반 계산대에는 직원이 단 한명뿐이었다.  세곳 모두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답답한 마음에 센터에 가서 관계자를 불렀다.

고객센터와 계산대를 담당하는 CS부서라는 곳에서 직원이 왔다.
"셀프주유소를 가도 셀프로 주유하면 기름값을 싸게 해주거나 하는 조건이 있지요. 홈플러스는 셀프계산대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겠지만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지요?"라는 질문에 "셀프계산대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님이 선택하시는 겁니다. 홈플러스 본사에서 시행하는 것이고, 아직까지는 포인트혜택이나 할인혜택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저는 강요받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물건을 제값주고 산 손님이 계산을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분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결국 빨리 가고 싶으면 셀프로 계산하라는 것이잖습니까? 그렇다고 셀프가 빠른것도 아니구요" 괜히 발끈하게 되었다. 직원은 아직까지 이런 문제제기 하는 고객(?)은 없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답답한 마음이 더 들었다.

게다가 계산한 영수증 하단에는 계산원 이름대신 '자가'라고 씌여져 있었다. 계산이 혹여 잘못되더라도 책임관계를 명확히하기 위해서 계산원 이름을 쓰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책임도 소비자에게 넘기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다시한번 계산대로 가보았다. 항의하는 사이 계산대의 불은 한개 더 켜져있었고, 여전히 셀프계산대는 바쁘게 움직여지고 있었다. 좀 더 책임있는 분에게 이 내용을 알리고 해명이나 취해진 조치가 있으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몇일 후 답변 메일이 도착했다.

내용인 즉, 셀프계산대는 인건비를 아끼기위해서 시행한 것이 아니라 계산대의 컨셉을 다양화한 것이라고 한다. 소액계산을 하는 손님들이 빨리 계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적인 조치라고도 했다.  또한 개인주의 적 성향이 강한 젊은층과 가족단위의 소비자는 크게 만족해하고 재미있어 한다고 답했다. 계산원이 계산을 틀릴수는 있어도 고객이 직접한 계산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불편사항이 있으면 직원들이 도와주니까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선 소액계산을 하는 손님들이 빨리 계산을 하게 하려면 소액계산대를 좀더 늘려서 숙달된 계산원을 통해 하는 방식이 낫다고 본다. 셀프가 더 빠르다는 것은 현장을 보면 금방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오픈계산대의 3개중 2개를 셀프로 지정한 것은  좋게 보이지 않는다. 또한 만약에  인건비 절약이 목적이라면 언젠가는 셀프 계산을 도와주는 도우미 분들은 사라질 것이다.  
 
둘째,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층과 가족단위의 소비자는 즐기면서 재미있게 이용하고 있다면서 셀프계산대는 다양한 컨셉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는데 왜 이 다양화에는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없는지 묻고싶다. 컨셉이라면(그야말로 컨셉일 뿐이라면) 셀프서비스의 정신에 맞게 스스로 일하면 아낄 수 있다는 교훈이라도 주던가,  아님 한쪽 끝에 재미로 즐길려는 가족을 위해 한 코너만 마련하고 다른 계산대에 계산원을 넉넉히 배치해 주던가. 그 넓은 홈플러스 식품매장에 계산원이 한명이라는 것 자체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홈플러스 금천점을 애용해 달라고 한다. 글쎄다...

김선정
gcinnews@gmail.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