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보면 산뜻한 일회용 컵에 담긴 테이크아웃커피를 들고 다니는 짧은 치마의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버스를 타고 대로변을 달리다보면 커피전문점이 곳곳에 눈에 띈다. 대로변 뿐 아니다. 아파트 상가 주변 등 주거지 근처에도 새하얀 크림 묻어나는 커피를 생각나게 하는 커피전문점들이 걷는 이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1980년대에 다방이 있었고 1990년도에는 커피숍이 있었다. 2000년도에 들어와서는 패스트푸드점에 밀려 커피숍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다가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는데, 2000년도 후반부터 다국적기업에서 체인으로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구에서는 대기업에서 체인점으로 운영하는 가게 뿐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커피전문점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 가산동에 새로 연 'ㅅ'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분선(49세)씨는 다른 구에 비해 금천구에 전문점이 없고 문화적 혜택이 필요한 곳이라는 점에 착안하였다. 최소의 비용을 투자하여 최대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우리구에 가게를 연 것이다. 주위 여건상 커피가게가 들어올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험을 강행한 이유는 자신의 자존심을 걸 만큼의 커피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커피전문점은 마음을 파는 곳이다"고 딱 잘라 말한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체인점의 큰 커피가게는 장소와 브랜드가치를 제공하겠지만, 작은 가게에서는 커피한잔에 주인의 정성을 담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며 손님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커피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아파트상가에서 'ㅇ'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정훈(30세)씨는 "커피전문점에 커피 고유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커피 한 잔에 싣는 커피매니아이다. "커피를 제대로 마시려면 맛 보다는 향에 매료되어야 한다" 며 손님에게 획일화된 커피보다 자신에게 맞는 향을 찾아서 기호식품으로 즐기시기를 당부한다. 집근처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박미서(가산동)씨는 단지 사람을 만나거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 것이 아니다.

"집이 근처에 있지만 (커피전문점에서) 쉴 수 있어서 좋다. 조용한 분위기에 사장님이 추천해주는 드립커피를 즐기며 책이나 인터넷을 하며 쉬다간다."며 휴식의 공간으로 커피전문점을 애용하고 있다.
독산1동 'ㅅ'커피전문점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이상복(54세)씨도 "예전에는 금천구에 찾아봐도 이런곳이 없었는데, 요즘은 커피전문점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고 여유를 누릴 수 있으니 좋다. 큰 곳에서는 젊은 친구들 사이에 혼자 앉아있기 쑥쓰럽지만 이렇게 작은 곳에서는 나이먹은 사람이 혼자와서 커피를 마셔도 부담이 없다"고 한다.

예전 커피숍이 사람을 만나는 곳이었다면 요즘 커피전문점은 나에게 맞는 커피향과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꼭 둘 이상이 아니어도 혼자 와도 좋다. 더이상 젊은이들만의 문화도 아니다. 한파로 움츠려드는 요즘, 잠시 틈을 내어 커피전문점에 들러, 은은한 커피향내에 취해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김수진 기자
gcinnews@gmail.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