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정훈단지 신한은행 골목 사이로 가다보면 왼쪽편에 ‘바지락칼국수’라고만 크게 써진 작은 식당이 있다. 간판 말고는 아무런 꾸밈도 없는 작은 식당이지만 이래뵈도 모르는 사람 빼고 이 동네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다는 소문난 맛집이다. 손님이 유난히 많은 토요일 점심시간에 찾은 터라 몇 개 안되는 테이블에 손님이 꽉 차있다.

3평 남짓 되보이는 온돌방이 전부인 비좁은 공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 모임, 온가족이 함께한 모임 등 다양하게도 앉아 있었다.  식단은 오로지 딱 두 가지의 메뉴뿐이다. ‘바지락 칼국수 5000원, 팥칼국수 5000원’ 근엄하게도 적혀있다.



그 중에서 메인은 간판 이름대로 바지락 칼국수이다. 우선 바지락이 듬뿍듬뿍 인심 좋게 들어있고, 그 국물 맛은 시원하고 달큰한 바지락의 진한 향이 그대로 담겨있다.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는 팥칼국수는 걸죽한 팥앙금에 칼국수 면발 사이로 찹쌀새알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찬은 딱 한가지 겉절이 배추김치 뿐이지만 그 김치맛도 아삭아삭 젓갈향에 살아있어 자꾸만 손이 간다. 

단골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절대 사람 숫자대로 주문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면 음식을 담는 그릇부터가 기존 음식들과는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둘이서 가는 경우이다. 둘이서 가면 1인분을 시킬 수도 없고 2인분을 시키면 반드시 남기 때문이다. ㅋㅋ그래서 이곳은 단체손님을 부르는 식당이다.

손님이 가득찬 식당에는 계속해서 손님들이 빼꼼하게 얼굴을 들이밀며 동태파악을 한다. 항상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많기때문에 자리가 있나 하고 보는 것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여서 온돌이 반갑기만 한 손님들은 그새 엉덩이를 들이밀고 주문을 한다. 어쩔 수 없다. 이럴땐 얼른 먹고 일어나야 한다.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은 손님들이 발길을 돌리는 것은 주인이 아니라도 안타깝기 때문이다. 

공간은  좁고 손님은 많기 때문에 칼국수 면발을 고르게 썰어야하는 아주머니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자꾸 신경 쓰이시나보다. “너희들 자꾸 떠들면 옆에 계신 할아버지가 이놈~ 하신다!” 하시면서 주의를 주신다. 그러면 칼국수를 열심히 드시던 옆테이블 할아버지는 머쓱해지셔서 한번 보고 웃어주신다. 젓가락 가득 들어 올려 진 울툴불퉁 제멋대로인 칼국수 면발처럼 우리네 삶도 그렇게 다르지만 같게 흘러가는 것 같다.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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