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천일기업 노동자 비대위와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 위원회가 지난 8월 17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폐업과 체불임금에 대한 해결방아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자가 올해 못 받은 임금이 1조 4000억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사상 최악의 체불 임금 규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임금을 받지 못해 정부에 진정한 노동자가 21만 4052명, 체불액은 9471억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체불 노동자는 12%, 체불액은 11%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IMF 시기 최대 규모였던  2009년 1조 3438억원을 넘어 1조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 한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일본의 2014년 체불액은 1,440억원이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세 배 규모라는 점을 배제한 채 단순 비교해도 10배, 감안하면 30배에 이른다.


고용노동부는 고질적인 임금 체불의 원인을 체불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문화,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경영자들의 인식이라 진단한다. 돈만 챙겨 도주하는 사장, 법인 대표를 다른 사람으로 돌려 임금을 떼먹는 사장이 흔하고 흔하다. 이런 부분을 충돌질 하는 것은 층층시하 하도급이라는 피라미드형 깔대기 구조의 사업 구조도 한 몫 한다. 올해 한국 임금 체불이 압도적인 이유는 경기침체에 경기 침체에다 조선·해운 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도 크다. 이에 대한 노동부의 대책은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의 명단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체불임금 외의 부가금까지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신설해 체불임금의 두 배까지 보상’하게 만드는 제도를 만들고, 퇴직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던 지연이자 역시 재직 근로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단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임금 지급부터 안주거나 줄이는 경영자의 시대착오적 사고방식 때문이라는 노동부 진단은 틀렸다. 자본가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대한 탐욕은 지극히 자본가다운 것이지 전근대적인 것이 아니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자본주의에서 임금은 노동자에겐 생명 줄이지만 자본가에겐 그저 비용이다. 비용은 줄일수록 좋다. 적게 주고 많이 시키는 것이 모든 경영학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래서 국부론에서 아담 스미스는 사회 정치 정책을 자본가에게 맞기지 말라는 충고를 한다. 그들은 비도덕한 것이 아니라 무도덕하다. 그러니 자본가들의 쉼 없는 착취본능을 인간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최소 최저 기준을 만들어 통제하는 것이 노동법이다. 정부와 노동부 행정이 필요한 것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한 탐욕 무한 착취를 하려는 자본의 광란을 막아내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규제를 척결하고, 노동개혁을 한다는 현 정부의 입장은 자본가들의 광란에 노동자 민중의 목숨 줄을 던져주는 미친 짓이다. 


체불은 일반 절도보다 더 악질적인 사회적 범죄다. 절도는 단지 돈과 물건만 훔치지만 체불은 돈과 물건에 노동자들의 피땀을 훔치기 때문이다. 임금 청구 시효가 3년인 것도 말이 안 된다. 일반 채권에 대한 청구 시효가 최소 5년에서 7년이다. 그런데 박정희 유신 독재가 기업하기 좋으라고 “임금 청구 시효를 3년”으로 만들었다. 민법적 규정만도 못한 노동법이라니 이것은 상식이 아니다. 더 문제는 체불이든 해고든 그것 때문에 겪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한 책임이나 배상은 전무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버스나 기차를 타면 부정승차로 비용을 30배나 더 받는다고 협박한다. 그렇다면 노동자 양해 없는 체불도, 부당해고가 확정되면 보상임금도 그만큼 주어야 상식이지만 체불시 임금의 두 배, 부당해고 시 세배라도 주는 제도가 절박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습 체불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부가금 제도를 신설’, ‘지연이자제와 같은 지원 정책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우선 이 상습에는 주휴 연휴 포괄임금 등을 통한 편법이나 불법으로 임금을 갈취하는 것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지금의 현실에서 ‘고의적 또는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에 대한 구속 수사, 명단 공개’라는 엄포나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으로는 처벌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다. 실제 구속도 드물고 벌금도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더 강력한 징벌적 처벌이 필요하다.


체불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해마다 골만 깊어지는 것의 가장 큰 책임자는 개별 자본가가 아니다. 돈만 추구하는 자본의 속성 상 안 그런 것이 이상하다. 그래서 탐욕의 자본을 절제 시키고 감시하는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의 첫째는 있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을 철저히 지키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일차적 책임은 당연히 국가고 노동부다. 국가가 행정적으로 제대로 하면 예를 들면 체불사업자를 제대로 처벌하면 현재 발생되는 체불 임금의 70%는 무조건 해결된다. 노동부는 항상 일손이 없다고 한다. 근로감독관 한 사람에게 수십 수백 건의 사건이 배당되어 있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명예 노동감독관제’ 등을 통해 일을 분담 분산시켜 해결하자고 했지만 항상 외면한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민주’노조를 만드는 길이다. 노조가 있는 곳의 체불은 없는 곳의 체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이것만으로 체불임금 50%는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조 만들면 탄압하고 노조활동을 범죄시 하는 것이 국가고 노동부니 ‘전근대적’이든 ‘태생적으로 탐욕적’이든 체불임금 발생을 저지할 수 없다. 


차로 본다면 회사의 경영은 액셀러레이터이고 노조는 브레이크다. 성장 발전의 맹목에 자정 기능, 사회적 도덕성, 일의 성패에 대한 성찰 기능을 하게 만드는 것이 노조다. 그래서 노조는 회사의 걸림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거름이요 보약이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상식을 가진 사용자가 없다. 국가와 노동부가 사용자들보다 더 이악스럽게 노조를 부정하고 파괴한다. 그 결과가 바로 체불임금도 사상최대다. 그래서 체불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와 노동부 그들의 ‘행정의 실패’에 있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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